기사입력 2008.03.14 08:31 / 기사수정 2008.03.14 08:31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리그 우승을 놓친 94/95 시즌이 끝난 후 대대적인 팀 정비에 들어갔다. 퍼거슨 감독은 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3인방 - 폴 인스, 마크 휴즈, 안드레이 칸첼스키 - 를 각각 인테르, 첼시, 에버튼으로 이적시켰고, 그 자리를 팀의 유스 출신 선수로 메웠다. 이 선수들이 뛴 첫 리그 경기에서 맨유는 아스톤 빌라에 1-3으로 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검증된 선수들을 내보내고 검증되지 않은 유스 출신을 무리하게 기용한 퍼거슨 감독에게 많은 비난이 쏟아진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자신의 선택을 믿었고, 이 선수들은 95/96 시즌 더블(프리미어리그, FA컵 우승)을 기록하며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이들은 이후 맨유 트레블의 주역이 되었고, 맨유와 함께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들이 바로 데이비드 베컴, 게리 네빌, 필립 네빌, 폴 스콜스다.
'학범슨'이란 별명을 가진 성남 일화의 김학범 감독은 현재 자신의 상황을 95년 퍼거슨 감독의 입장과 비슷하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성남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포항에 패배하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전남이 FA컵에서 우승하며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역시 확보하지 못했다. 모든 전문가들은 성남이 대대적인 선수 영입으로 다음 시즌 우승을 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성남은 이번 겨울 이적시장을 매우 '조용하게' 보냈다.
성남은 팀의 핵심전력이라 할 수 있는 김두현을 웨스트 브롬으로 임대보냈고, 해외진출을 원하는 최성국에게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셰필드에서 입단테스트까지 했지만 안타깝게도 최성국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난여름 고국으로 돌아간 네아가에 이어 이따마르도 멕시코 리그로 이적시킨 성남은 까보레, 뽀뽀와 같은 '검증된' 용병 영입에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박진섭, 김상식, 김영철 등 주축선수들의 노쇠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김학범 감독은 지나치게 태연 해보였다.
성남은 군복무 문제로 광주에 입단한 김용대의 빈자리를 정성룡으로 메우고, 용병 한 자리를 '돌아온 용병' 두두로 채우는 것 외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시즌 야심 차게 영입한 조용형을 제주로 이적시키는 등 전력 유출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대신 성남은 지난 시즌 출전기회를 거의 잡지 못했던 한동원과 김철호로 그 자리를 메우고자 했다.
2008 K리그의 첫 경기였던 광주 상무와의 경기. 김영철의 부상으로 김상식이 수비진으로 내려가면서, 성남의 미드필더진은 김철호, 손대호, 한동원이 맡게 되었다. 그러나 한동원은 공격을 주도해야 하는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모따와 두두가 중원까지 내려오는 사태가 발생했다. 탄탄한 조직력을 장점으로 하던 성남은 약체 광주를 상대로 조직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결국 한동원은 전반전이 끝나고 교체되는 '수모'를 당했다.
최성국이 측면에 투입되고 모따가 한동원의 자리로 가면서 성남의 공격은 제 모습을 찾는듯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철호와 손대호가 문제였다. 김상식이 후방으로 빠지자 김철호와 손대호는 공수 완급조절에 실패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 선수는 강한 압박을 구사하는 광주 선수들에게 밀리며 잦은 패스 미스를 범하기도 했다.
성남은 후반 18분 김명중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패배의 늪으로 빠지는듯했으나, 바로 1분 뒤 모따의 패스를 받은 최성국의 동점골로 '겨우' 무승부를 거두었다. 광주의 전력이 지난 시즌에 비해 좋아졌다는 것을 감안해도, 광주의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가 성남 출신의 김용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성남에게는 너무나 실망스러운 결과다. 단순한 무승부가 아니라, 과연 성남이 이번 시즌 우승에 도전할만한 팀인가라는 회의를 줄 정도의 큰 타격이었다.
성남에게 수원전은 위기이자 기회다. 수원은 대전을 상대로 힘든 경기를 펼치기는 했지만, 수원의 탄탄한 전력은 대전을 꺾기에 충분했다. 세대교체와 팀 재정비의 과정에 있는 성남에게 수원전은 너무나 이른 맞대결이다.
그러나 - 다시 맨유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면 - 맨유는 아스톤 빌라전에서 패배한 이후 내리 5연승을 거두며 그 해 리그 우승의 밑거름을 마련했다. 패배에 좌절하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 맹활약을 해주면서 맨유는 성공적인 세대교체에 성공했고, 그 속에서 '더블'이라는 실리도 챙겼다. '학범슨' 김학범은 분명 맨유의 성공사례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며, 한동원, 김철호, 김동현과 같은 젊은 선수들에게 그와 같은 활약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과연 성남에게 수원전이 위기가 될지, '터닝 포인트'가 될지 - 그 결과는 16일 오후 3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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