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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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읽다] 배성재·조정식, 라디오로 말을 거는 남자들 (인터뷰①)

기사입력 2017.01.10 10:45 / 기사수정 2017.01.10 16:23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에서는 [라디오:읽다] 코너를 통해 일상 속에서 언제나 먼저 말을 걸어와주는 라디오 너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엑스포츠뉴스 박소현 기자] 여간해선 만날 일이 없는 두 남자DJ가 만났다. 한 명은 오전 5시부터 7시까지 청취자들을 '흥'으로 깨우고, 한 명은 오후 10시 청취자들과 '달린다'. 

최근 SBS 목동 사옥에서 배성재 아나운서와 조정식 아나운서, 두 훈남과 만났다. 숱한 남성의 사랑을 전폭적으로 받고 있는 배성재 아나운서와 이른바 '고막남친'으로 떠오르는 조정식 아나운서는 각각 '배성재의 텐'과 '조정식의 펀펀투데이'를 진행 중이다. '배성재의 텐'은 라디오 일간 검색어에서 항상 10위권을 지키며 온라인에서 남다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조정식의 펀펀투데이'는 전임 DJ 김영철의 배턴을 이어 받아 조정식 아나운서가 활기차게 아침을 열고 있다. 정반대의 스케줄로 하루를 보내는 두 사람의 유쾌한 대화를 정리했다. 조정식이 묻고 배성재가 답하고, 혹은 배성재가 묻고 조정식이 답했다. 

Q. 제 라디오는 들으시나요? (조정식) 
배성재 (이하 배) - '최화정의 파워타임', '두시탈출 컬투쇼', '장예원의 오늘 같은 밤', '이국주의 영스트리트'는 듣는다. 자본주의의 슬픔이다. 파편화된. 일일이 다 챙길 수가 없다. (오후부터 근무를 시작하는 배성재 아나운서의 기상시간은 오전 10시. 오전 5시부터 7시까지 방송하는 조정식의 라디오를 듣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조정식 (이하 조) - 나는 '배성재의 텐'을 들을 수 있다. 집에 들어갈 때 많이 듣는다. 얼마 전 서유리씨가 출연했을때 흥미로웠다.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찾아 듣고 했었는데 특이했다. 

Q. 나도 비슷한 시간대 라디오를 했었다. 어떤가 (배성재)
(조정식 아나운서는 새벽부터 랩을 하거나 '꿀순이' 목소리로 '난 괜찮아'를 열창한다)  

조 - 생방송이 좋다. 음악을 너무 좋아한다.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고 낯도 많이 가리고 내성적이지만 노래를 듣고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 항상 하는 모습이다. 라디오는 TV랑 다르게 워낙 제작진이 적다. 가장 편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스태프이 많다면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 이렇게 하면 다음 방송인 SBS '생방송 모닝와이드'할 때 목이 풀리고 도움이 된다. 

Q. 라디오는 '녹음'이 금기시 되는데 '배성재의 텐'은 다르다 (조정식)
(배성재 아나운서는 EPL 중계 등을 이유로 녹음 방송이 진행되는 날도 잦다)  
배 - 정체를 모를 거 같은 프로그램으로 가려고 한다. 파워FM의 다른 라디오들은 최근 일어난 엄청난 시사 이슈들을 다루기에 부담이 있지만, 우리는 맞다. 충분히 깔 부분을 까고 있다. 전형적인 프로그램 콘셉트를 정하지 않고 재밌게 하려 한다. 일종의 라디오 2.0인 셈이다. 문자와 고릴라로 소통하는데 이것조차 소통수단으로는 이제 올드한 거다.

다음팟의 드립 좋은 '팟수'들이 접속해 녹음할 때가 더 재밌다. 아이돌이 나와도 신선해한다. 내가 직접 이야기하면 다소 무례할 수 있는 부분들도 '팟수'들의 '드립'으로 피해갈 수도 있다. 라디오 한시간짜리라서 말하다가 끊기는 게 있다. 쭉 뽑아내야하는데 오프닝하고 광고 틀고 하면, 사실상 30분 정도 이야기 하는 느낌이다. 초대손님이 오면 아쉽기도 한데 다음팟으로 아예 열어놓고 2시간 실컷하고 편집해서 쓰기도 한다. 남자 매니저들이 축구를 좋아하고 '배성재의 텐'의 정체모를 콘셉트에 은근히 주목한 거 같다. 웃기고 특이하다고 많이 나와주신다 

Q. '배성재의 텐'의 녹음방송은 일종의 문화를 만드는 느낌인데 (조정식) 

배 - 처음 시작은 '배성재의 유나이티드' 당시 페리스코프로, 개인방송처럼 핸드폰을 놓고 했다. 너무 없어 보여 노트북으로 하다가 '랠리스트'하면서 친해진 소녀시대 유리가 나와줄 수 있다고 했다. 그때 처음으로 페리스코프가 '터졌다'. 소녀시대가 나오니까 그 동안 몇 명 안 듣다가 유리가 나오니 유의미한 진폭이 감지됐다. 이후 다음에서 연락이 와서 다음팟과 진행하게 됐다. 카메라를 놓고 선을 여러개 따고, 선도 밑에 주렁주렁 달아야 한다. 춤추다가 방송이 끊기기도 한다. 조금 번거롭지만 확실히 재밌다.

문자는 그동안의 문법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나의 개성이나 각별함을 드러내기 어려운 반면, 다음팟 방송은 특이하다. 딱히 잘 보일 필요가 없다. 청취자랑 DJ가 '이런 말을 하다니 부끄럽다', '형 옷 최악이다' 이렇게 말한다. 기존 라디오에서는 어지간하면 좋게 이야기 해주는데, 우리는 투닥거리는 수준을 넘어서 욕하는 단계다. 아이돌 같은 사람이 나와도 대신 거칠게 다뤄준다(웃음). 

잘됐던 프로그램이 문법이 새롭다. '두시탈출 컬투쇼'도 그랬고, 과거 전현무의 라디오도 그랬다. 문법을 새로 구축하는게 쉽지 않은데 다음팟의 '선수들'이 중화시킨다. 귀신같이 방송시간 매일 들어오는 고정 '팟수'들도 있다. 정말 가끔 나도 연말에 훈훈하게 일년동안 도와주신 팟수분들 공개방송해서 모시고 싶다고 하니 귀찮아서 나가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간다고 하고 안갈거야'라고 하더라. 쿨하고 힙하다.

Q. 배성재 선배의 SNS보면 많이 부럽다. '배성재의 텐'엔 여자 아이돌도 많이 나오던데. (조정식)
배 - 처음에는 아이돌을 많이 부른다고 해서 걱정했다. 아무리 제가 좋아해도, 사람도 낯가림이 심해서 말을 잘 못하는데 나오니까 좋더라. 
조 - 이상한 설정샷도 찍고 그러시더라. 
배 - '프로듀스 1077'은 1077명의 여성 스타를 만날 때까지 하는 건데 좋더라. 아이돌의 문화에 뒤늦게 들어섰다. 드래곤볼 모으듯이 '프로듀스 101' 전원을 모으는게 꿈이다. 섭외가 잘되고 있다. 다 유리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주중 프로그램이 된 뒤에 또 나와줬다. '배텐의 정도전'이다. 

Q. 고정인 윤태진은 어떻게 합류했나 (조정식)
배 - 피디가 인터넷을 많이 한다. 남자 커뮤니티가면 윤태진 아나운서 사진이 많다. 윤태진 아나운서도 1주 만에 잘 녹아들었다. 아직 데뷔하지 않은 아이돌인 C.I.V.A '퀵소희'도 만났다. 그때가 다음팟 최다 접속자 기록했다. 팟수들은 홈페이지 안본다. 레드벨벳 기록이 제일 높고 트와이스가 2위였는데 데뷔도 안한 애들이 폭발했다. 내가 밥을 샀다. 접속자 최대 기록을 하면 밥을 사는 전통이 있다. 목동까지 아침으로 불러서 밥을 사줬다. C.I.V.A는 매니저들도 '진짜 사주시면 좋죠'라고 하길래 정말 슬쩍 불렀다. 매니저들도 사먹였다. 아, 이 코너의 목적이 아이돌을 부르는 것은 아니다.
조 - 소개팅 목적인가
배 - (황당하다는 얼굴로) 1999년생, 1996년생이 출연한다. 물론 가끔 여배우가 나오면 (좋으면서도) 아닌 척 하기도 한다. 
조 - 너무 좋은 판을 짜고 있는 것 같다(웃음). 
배 - 와서는 굉장히 즐거워해주더라. 저랑만 둘이 이야기 하면 재미없는데 '팟수'들이 있어서 좋다. 남자들이 다수인 채팅창이라 여자아이돌, 여배우가 나오면 나보고 화면 밖으로 나가라고 한다. 오마이걸이 3명 왔었는데 나까지 4명이 한 앵글에 잡히기 힘들었다. 나보고 팟수들이 나가라고 해서 세 사람만 찍고 나는 목소리만 내보냈다. 
조 - 과거 '스타킹'을 할 때 거기는 아이돌 섭외가 잘됐다. 그 당시 볼 때는 좋은 지 몰랐는데 프로그램 종영하고 볼 기회가 없어지니까, 선배의 SNS에서 보면 많이 부럽더라. 10시 프로가 갖는 장점이 아닐까.

Q. 제목거리가 없다. 빨리 뭐라도 던져라. '펀펀투데이'에 출연했으면 하는 게스트가 있다면?(배성재)
조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와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를 들었다. 유인나씨가 방송을 마무리하던 주에 '박소현의 러브게임'에 출연했었다. 당시 DJ박소현이 여자연예인을 누구를 좋아하냐고 해서 유인나의 목소리와 라디오방송을 좋아한다고 했었다. 이에 '러브게임' 청취자 분이 바로 '볼륨을 높여요'로 가서 그 내용을 전달해줬다. 유인나씨가 아이유씨에게 자랑을 해주셨다. '어떻게 나 같은 것을 자랑해주시지?' 싶었다. 라디오를 너무 잘하셔서 좋다. 한번만 나와주시면(웃음). 이 시간대는 청취자들이 예민한 시간대다. 내가 청취자일 때 라디오는 거슬리지 않는 것을 듣게 되더라. 출근 시간은 예민해서 안 거슬리거나 그걸 까고 확 재밌을 사람들이어야 한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게스트를 부르는 건 사실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새벽에 출근하는 기상캐스터들을 초대하는 것도 생각했었다. 

(실제로는 오전 5시 방송이라 게스트를 초청하기가 쉽지가 않다. 과거 비슷한 시간대를 진행해본 바 있는 배성재 아나운서도 크게 공감하며 "지방방송에 부르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강조했을 정도. 뮤지션들은 대개 오전 4~5시에 취침하기에 이들에겐 잘 시간이라 섭외가 쉽지 않다고. 녹음을 진행하더라도 진행시간에 제법 한계가 있다.)

Q. 나는 힙합을 잘 모르지만, 힙합에 대해 이해도가 워낙 높지 않나 (배성재) 
조 - 힙합이 워낙 인기가 많아졌지만, 힙합만으로 프로를 만들 수 있는 시간대가 아니다. 그래서 힙합 라디오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힙합만 다루는 라디오. 진짜 래퍼들이 나와서 프리스타일로 랩도 하는 그런 프로그램 말이다. 물론 그런 프로가 생겨도 출연료가 싸다는 것 말고는 날 DJ로 쓸 이유는 없겠지만(웃음)
배 - 힙합에 대한 이해도는 높은 진행자 아닌가. 나는 힙합은 잘 몰라서 나 같은 눈으로 보면 모르지만, 한 명 정도 키를 잡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 같고 잘 맞을 것 같다. 당장 라디오라는 포맷에 욱여넣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팟캐스트로 시작해 유의미한 반응을 얻고 론칭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조 - '펀펀투데이'는 힙합을 녹여내기가 어렵다. 핫한 힙합을 틀기는 어렵다.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를 대학생 때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들었었다. 하차 이후 다시 하실 때는 내가 입사 후에 라디오를 할 때였다. 첫 날 너무 반가워서 사연도 썼다. '꿈꾸라'를 들으며 꿈을 키웠었다고. 당시 힙합이 많이 녹아있었다. 래퍼들이 말을 잘한다. 재밌고. 

Q. 두 분의 컬래버레이션은 어떤가 (기자)
배 - 다음 청취율 조사기간에 고려해보겠다.
조 - 입사하고 같이 방송해본 적이 없다. '풋매골'도 완전 신입 당시 ENG만 하는 코너에서 오프닝 정도 해본 게 다다. 남자끼리 하는 방송을 선호하지 않는 분이다. 

Q. 그러고보니 배성우가 '박선영의 씨네타운' 스페셜DJ를 하지 않았나(기자) 
배- 리우올림픽 중계로 4주간 비우니 최소 4명의 대타DJ가 필요했다. 제작진이 형에게 1주일이라도 해줄 수 있냐고 했는데 내 프로를 형(배성우)이 하는게 싫었다. 형도 '하기 싫다'고 하더라. 그런데 '씨네타운'팀에서 물어보더라. 그건 영화배우라 괜찮지 않겠냐 하더라. 그래서 해보라고 했다. 내가 비선실세다. 우리가 친한 게 아닌 것은 사실이라 굳이 정정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형에게 '까인' 동생이 되었다. (이후 그는 비선실세가 아닌 실세라고 정정했다)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박지영 기자 
[라디오:읽다] 배성재가 조정식에게, 조정식이 배성재에게 (인터뷰②)
[라디오:읽다] 배성재·조정식, 듣고 싶지만 들을 수 없는 플레이리스트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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