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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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속에 단련된 박지성의 '퍼스트 터치'

기사입력 2008.03.03 10:43 / 기사수정 2008.03.03 10:43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박지성의 시즌 1호 골이 드디어 터졌습니다.

풀럼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박지성은 전반 44분, 스콜스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멋지게 받아 골을 만들었습니다. 풀럼의 장신 중앙수비수 두 명이 박지성을 막고 있었지만, 단신인 박지성은 놀라운 서전트 점프로 이들 수비를 따돌리고 헤딩을 따냈고, 이 공은 상단 골포스트를 맞고 정확하게 골문으로 빨려들어갔습니다. 맨유의 좋은 팀워크와 박지성의 개인능력이 만들어낸 너무나 멋진 골 장면이었습니다. (새벽 1시, 모두가 잠들어 있는 집에서 저 혼자 소리를 지르게 만들었더랬죠.)

박지성의 풀럼전 출장과 시즌 1호골 기록은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맨유는 이번 주중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대비해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수비진에는 비디치가 부상으로 빠져있었고, 공격진에는 긱스가 허벅지 부상으로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스쿼드가 얇은 팀이라면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겠지만, 맨유에는 기회를 애타게 기다리는 훌륭한 '스쿼드 플레이어'들이 있었습니다. 오셔, 나니, 박지성, 사아 등은 비디치, 호날두, 긱스, 루니의 공백을 훌륭하게 잘 메우며, 아니 때로는 그들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하며 풀럼을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특히, '스쿼드 플레이어'인 박지성이 골을 터뜨렸다는 것은 맨유의 로테이션 정책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 긍정적인 부문입니다.

맨유는 일종의 '세대교체기'에 있습니다. 90년대 맨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게리 네빌,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는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이지만 분명 전성기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맨유의 주장 네빌은 장기 부상으로 1년 가까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고, 스콜스 역시 잦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찾느라 분투하고 있습니다. (물론, 풀럼전 활약은 그가 여전히 좋은 선수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긱스는 전성기에 비해 스피드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긱스는 현재 부상 중입니다. 큰 부상이 아니라 이번 주 챔피언스리그 경기 전까지는 회복할 전망이지만, 긱스가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활약은 긱스의 경험을 믿은 퍼거슨 감독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으로서는 풀럼전 활약 여부에 따라 나니나 박지성 중 한 명을 리옹전 선발로 내보낼 계획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지성이 한 골을 기록하고 팀의 모든 득점에 관여하며 맹활약을 펼친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풀럼전에서 후반 30분 나니를 빼고 안데르손을 투입했습니다. 이 대목은 일단 나니의 리옹전 선발 가능성을 예견해주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호날두와 나니의 조합은 유기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훈련 결과에 따라 박지성이 선발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박지성의 리옹전 출장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단련된 박지성의 '퍼스트 터치', 맨유 팀플레이의 '아교'
 


박지성이 최근 2경기에 결장하자, 한국의 언론은 한결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지성은 맨유에 입단한 후 부상 시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출전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었기에, 박지성이 없는 출전명단은 한국팬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포지션 경쟁자인 나니가 아스날과의 FA컵 경기를 계기로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었고, 출전명단에서 종종 빠지던 플레쳐마저 아스날전에서 2골을 넣으며 맹활약하자 박지성이 출전명단에서도 밀려난 것입니다.

그러나 긱스의 부상,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앞둔 주전들의 휴식을 계기로 박지성에게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마침 박지성과 포지션 경쟁을 하던 나니와 나란히 선발로 출장하게 되었습니다. 박지성으로서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리는 동시에 나니와 차별화되는 자신의 장점을 보여줄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2경기를 쉬었던 박지성은 부상 이후 축적되었던 피로를 말끔히 씻어버린 듯 활기찬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박지성은 그저 쉬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부상 복귀 이후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던 '퍼스트 터치'(공을 잡는 첫 번째 움직임)를 개선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박지성은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는 대신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 성과를 풀럼전에서 유감없이 발휘한 것입니다.

박지성의 좋아진 퍼스트 터치는 맨유의 빠른 공격전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나니와 호날두에 비해 빠른 스피드의 드리블을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대신 좋은 퍼스트 터치와 빠른 판단력으로 전방의 팀 동료에게 빠르게 공을 전달했고, 공을 전달한 후에는 공격하기 좋은 위치로 달려가 다시 기회를 노렸습니다.

박지성은 개인기가 뛰어난 맨유 선수들을 이어주는 '아교' 같은 역할을 했고, 이러한 박지성의 역할은 맨유의 공격에 긍정적인 역할을 미쳤습니다. 특히, 공격력이 좋은 에브라가 있는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자 맨유의 공격이 더욱 살아났고, 이 가운데 박지성은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골을 기록한 것이죠.

박지성은 기다림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도록 끊임없이 노력을 했고, 팀 동료들과 차별되는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게끔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요. 그런 박지성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박지성은 그 기회를 잘 잡았습니다.

맨유 선수들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유독 개인기량을 앞세우며 융화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박지성은 그런 선수들을 융화시킬 수 있는 역할의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것을 풀럼전에서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퍼거슨 감독의 선택입니다. 골 부담도 털어버린 지금, 우리는 조금 여유롭게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리옹전을 기다려도 될 듯합니다.

[사진=구단 홈페이지에 소개된 박지성의 활약상 (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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