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7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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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홍기선 감독, 끊임없이 사회문제를 탐구했던 영화운동가

기사입력 2016.12.16 13:56 / 기사수정 2016.12.16 13:56

황성운 기자

[엑스포츠뉴스 황성운 기자]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등을 연출한 홍기선 감독이 15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향년 59세. 
 
16일 미인픽쳐스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자택에서 별세했다. 갑작스런 죽음에 영화 관계자 역시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한 故 홍기선 감독은 1980년대 사회운동을 실천하기 위해 결성한 영화단체 장산곶매, 한국 독립 영화 운동 집단인 서울영상집단 등에서 활동하며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1980년대 영화운동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고인은 장산곶매에서 제작한, 5.18 민주화운동을 그린 '오! 꿈의 나라'(1989) 각본 및 제작을 담당했다. 당시 이 영화는 정상적인 상영이 불가했고, 결국 신고 없이 상영했다는 이유로 고발되기도 했다. 또 단편 '파랑새'로 공안 당국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후 홍 감독은 1992년 현대판 노예선인 '멍텅구리배'(새우잡이배)에 억류된 청년을 다룬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로 상업영화 감독 데뷔했다. 뛰어난 기교보다는 진정성 가득한 이야기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1993년 영평상 각본상, 신인감독상 등을 받기도 했다. 

2003년에는 45년간 감옥에 갇힌 미전향 장기수 김선명의 실화를 다룬 '선택'으로 시선을 모았다. 이후로도 인권영화 '세번째 시선' 등을 연출하며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꾸준히 스크린에 담아 왔다. 

 
고인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건 '이태원 살인사건'(2009)이다. 1997년 4월 서울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정진영 장근석 등이 주연을 맡았다. 당시 고인은 "미제이고 미묘한 사건"이라며 "미해결인 게 가슴이 더 아프다. 그리고 가슴 아픈 사건들은 우리 전체의 책임인 경우가 많다"고 이 사건을 바라보기도 했다. 
 
주연을 맡았던 정진영은 "영화를 하는 후배로서 이유 모를, 객관적으로 생각할수 없는 무언가 있다"면서 "무서울 것 같지만, 독특한 어법을 구사하는 동네 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진범으로 지목된 패터슨이 16년 만에 국내 송환됐고, 올해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선고 받으면서 다시 한 번 영화가 주목 받기도 했다. 
   
이후 7년 만에 신작 소식을 전했다. 이번에도 비판적 시각의 날은 여전했다. 김상경 김옥빈 등이 주연을 맡은 '일급기밀'은 군사기밀에 얽힌 군 내부 비리 사건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촬영을 마친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런 비보를 전하게 된 셈이다. 

더욱이 군 비리를 다룬 소재 때문에 모태펀드에서 투자를 거부당하는 등 순탄치만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고인은 오랜 기간 준비했던 작품의 개봉을 보지 못한채 눈을 감게 됐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영화 관계자는 "우선 감독님을 잘 보내드리고, 후반작업 등은 추후에 논의될 사항"이라고 말을 아꼈다. 예정대로라면, '일급기밀'은 내년 초 개봉 예정이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장례식장 11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18일이다. 
 
jabongdo@xportsnews.com / 사진=미인픽쳐스

황성운 기자 jabongd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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