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 사는 임신한 부부가 도쿄로 이주하면서 벌어지는드라마를 담은 영화 '스톱'이 오늘(8일) 개봉하는 가운데, 김기덕 감독이 전한 '스톱'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공개됐다.
- 후쿠시마 방사능 관련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세상에 살면서 위험요소에 대한 우선 순위가 있는데 첫 번째가 핵 문제다. 핵 문제는 두 개의 위험이 있는데 하나는 전쟁을 통한 핵 무기 폭발이고, 다른 하나는 원전의 폭발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고 많은 방사능이 누출돼 지금도 주변 토양을 걷어 내고 있고 주변에 동식물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저는 후쿠시마 사고 후 두려움이 생겼고 방사능 사고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원전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 원전은 절대 값싼 전기가 아니다. 두 번째 위험 요소도 전쟁인데 지금은 전쟁이 나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으니 같은 위험이라고 생각한다."
- 원전이 값비싼 전기라고 했는데,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세계적으로 원전은 계속 지어지고 있고 앞으로 약 1000기가 건설 될 예정이라고 뉴스를 통해 접했다. 특히 중국은 약 180기가 예정인데 대부분 중국 동해안에 지어질 계획으로 보이는데, 우리나라로 황사가 날아오듯이 만약 사고가 나면 고스란히 우리나라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큰 비용을 쏟았음에도 아직까지 수습을 못해 계속 보호막만 치고 있는 상태이고, 후쿠시마 패로 비용은 최근 보도를 보면 약 200조가 든다고 한다. 원전은 언젠가는 노후와 관리 소홀 또는 자연 재해로 인해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을 피할 수 없다. 인간의 안전을 위해서는 최대한 워험한 것을 건설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 그럼 원전을 중단하면 현재 필요한 전기를 어떻게 충당하나.
"일단 최소한의 전기를 사용하며 절약을 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개발된 대체 에너지를 사용하고 추가로 안전한 대체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후 모든 원전을 중단하고 재작년과 작년, 오이 원전과 센다이 원전 2개를 가동을 하기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조금 위축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잘 버티고 있고 현재 도쿄의 밤은 예전처럼 화려하다. 후쿠시마 사고 후 일본은 태양전기 보급 정책으로 많은 민간에너지 시설을 했다. 현재 태양전지와 충전기술이 우수해 절약과 동시에 대체 에너지 시설을 보충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디자인 전기소모가 너무 많다. 불가피한 공장 전기를 빼고는 뼈를 깎듯 최소한의 전기를 사용하고 개개인이 스스로 움직여 발전기가 된다면 원전이 없어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디자인 전기가 무슨 뜻이며 개개인이 발전기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가.
"현대사회는 과시하는 문화가 있어서 자기집이나 건물에 사람이 없음에도 늘 조명으로 비춰놓은 곳이 많고 간판도 너무 크고 많아 엄청난 전기를 낭비한다. 보안과 교통안전을 위한 조명 외에 전기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 발전기는 요즘 운동기구에 충전기가 붙어있어 1시간만 동하면 핸드폰이 충전된다. 다른 의미는 집안에 난방을 너무 높이지 말고 일이나 운동으로 스스로 더 움직여 몸의 열을 높이면 그만큼 전기를 줄인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현재의 주택은 방이나 침실이 큰데 침실을 한 평 정도로 줄이고 냉난방을 한다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저는 3년째 나무로 한 평짜리 방을 만들어 잠도 자고 글도 쓰고 하는데 적은 냉난방으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 그럼 너무 원시적인 삶이 될 것 같고 이미 첨단시대에 길들여진 상태에서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물어보면 왜 그렇게 사냐고 반문합니다. 그러나 상상하지 않았던 재앙으로 죽거나 불구가 되거나 더 어려운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나? 모든 것은 대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진 첨단시대에 대해 우리는 정말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본래 인간의 삶은 자기가 먹을 것을 스스로 구하고 살 집을 만들고 수리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현재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있어 역할이 나눠졌지만 어느 정도는 스스로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동을 더하면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 진다고 생각하며 어렵겠지만 해보면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 동 시기에 개봉하는 '판도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요즘에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할리우드에는 미래에 일어날 다양한 재난에 대한 영화들을 만들었고 그 영화들이 사고를 예방하고 극복하는 법을 어느정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개인의 영웅적인 회생으로 재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면 다른 사고와 달리 폭발하는 순간 아무런 방법이 없다. 고스란히 자연과 인간이 오염되고 기나긴 시간 지속된다. '판도라'는 흥행할 것이라 생각하고 제 영화는 그간 제 영화를 어렵게 찾아본 사람만 볼 것이다. '판도라'도 좋고 '스톱'도 좋습니다. 많은 관계자들이 작품을 보고 원전 정책을 재고했으면 좋겠다."
- 왜 단관 개봉과 동시에 2차 판권을 푸는 것인가.
"이 영화는 저 혼자 외환 한도 액 천만원을 가지고 일본에 가서 배우들을 섭외해 찍은 영화다. 수 차례 일본의 다양한 장소를 다니며 헌팅해서 오전에 소품 준비하고 오후에 촬영하고 밤에는 편집한 영화다. 정말 힘들어 나 자신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학대하는 내가 싫었다. 그러나 한편 방사능에 대한 공포와 배우들의 헌신적인 참여로 포기할 수가 없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 하지만 완성도가 아주 부끄러운 수준이라 죄송하게 생각한다."
- 왜 매번 그렇게 어렵게 찍고 완성도에 지적을 받나.
"지난번 개봉한 '그물'도 역시 추운 겨울에 10여일 약 1억 5천으로 찍는데 너무 힘들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영화의 완성도에 아쉬움을 많이 드러냈는데 요즘 고통스럽게 고민하고 있다.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돈이 없으면 영화를 포기해야 하나 생각한다. 대형 투자배급사와 함께 제작하는 것을 고민해 보다 약 5억 정도 투자를 받기 위해 시나리오를 보여줬지만 흥행에 대한 아쉬운 부분이 있어 성사되지 못했고 공모전에도 제출 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통보 받았다. 대형 회사와 함께 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흥행 공식에 맞는 스토리 방향으로 수정을 하고 유명 배우를 캐스팅 하는 것과 판권을 양도하는 것 등의 문제는 제가 수용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점이 많다. 그래서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더라도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또 만들어 가야 할 것 같다. 결국 하고싶은 이야기와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 '스톱'의 일본 개봉은 어떻게 되나.
"2017년 3월에 예정돼 있는데, 역시 작게 개봉하며 DVD로 출시할 예정이다. 조금이라도 수익이 난다면 배우들의 동의를 받아 지진 피해자분들께 기부하기로 했다."
- 다음 영화는 어떤 내용이고, 언제 제작하게 되는지.
"'인간의 시간'이라고 역시 국내외에서 논란이 예상되는 이야기다. 인류의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한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이야기다. 내용이 잔인하지만 인간 모든 감정의 한계를 넘어서 그것이 숭고하고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영화다. 약 8억 이상 필요한데 메이저 투자도 안됐고 제작지원 공모에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약 2억으로 1월이나 2월에 촬영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스톱'은 8일 국내 개봉에 이어 일본에서 2017년 3월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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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