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김광현의 SK 잔류는 단순한 상징성에 그치지 않는다. 김광현 만큼 신뢰를 주는 토종 선발 카드는 SK에서 찾아보기 힘들고, 리그에서 역시 손에 꼽힌다. 명실상부 강력한 선발, 에이스의 존재는 이토록 든든하고도 아름답다.
지난해 정규시즌 5위, 올해 6위로 애매한 성적을 남긴 SK는 2017년을 앞두고 야심차게 외국인 감독 트레이 힐만을 영입했다. 힐만 감독이 오기 전까지 KBO리그 역사상 외국인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의 제리 로이스터가 유일했다. 그만큼 SK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고, 다음 시즌 변화와 혁신을 예고했다.
그렇지만 어떤 지장과 용장, 덕장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 때문에 김광현의 잔류는 힐만 감독 체제 천군만마나 다름이 없다. 힐만 감독은 이미 취임식을 통해 '선발 야구'를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불펜진의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강력한 선발진이 필요하다. 선발 투수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효율적인 투구로 경기를 끝내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밝혔다.
만약 김광현이 해외로 나갔거나,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등 SK의 유니폼을 입지 않았다면 힐만 감독의 이런 구상에는 차질이 생겼을 터였다. 올시즌 SK는 안정감 있는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하는 데 꽤 애를 먹었다. 김광현과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를 제외하고 선발 마운드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가 없었다.
작년 시즌 중반 데려와 재신임한 '다승왕 출신' 크리스 세든은 12경기 5승5패 5.3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뒤 방출 됐다. 대체 선수로 데려온 브라울리오 라라는 선발과 구원을 오가면서 시즌 끝까지 감을 찾지 못했다. 박종훈은 문제로 지적된 기복이 여전했고, 문승원도 시즌 초반의 인상적인 모습을 유지하지 못했다. 뒤늦게 윤희상이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그 때는 이미 시즌이 끝나가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김광현과의 계약에 앞서 SK는 켈리와 연봉 85만 달러(약 9억 6000만원)에 재계약을 마쳤다. 지난해부터 SK의 유니폼을 입은 켈리는 올시즌 31경기에 나와 9승8패 3.6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불운으로 두자릿수 승수를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총 200⅓이닝을 던지면서 SK 역대 세번째 200이닝 투수가 됐고,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 14회로 리그 최다를 기록했다.
여기에 '에이스' 김광현까지 눌러앉히며 선발진의 뼈대를 유지하게 됐다. 이미 검증이 완료된 토종 좌완투수와 외국인 우완투수 듀오에 아직 SK는 쓸 수 있는 외국인 투수 카드 한 장이 더 남아있다. 유망주들도 가고시마 캠프 등을 통해 속속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 김광현까지 건강하다는 최상의 시나리오대로라면 힐만 감독이 꿈꾸는 '선발 야구'의 팀은 요원하지 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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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잔류 | ① SK의 김광현, 김광현의 SK
김광현 잔류 | ② 4년 85억, 물음표가 붙는 이유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