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인들까지 입을 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어지러운 현실이 매일매일 전해지는 뉴스들과 함께 더해지고 있다.
겨울 극장가에 개봉을 앞둔 영화나, 영화 속 배우들은 작품의 소재로, 때로는 자신의 소신에 의해, 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에서 시국과 흐름을 같이 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배우 정우성과 하지원, 12월 개봉을 앞둔 '판도라'의 박정우 감독은 일명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으로 시선을 모았다.
영화 '아수라'로 지난 3일 런던한국영화제에 참석한 정우성은 청와대가 직접 작성해 문화체육관광부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 있다는 이야기에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답했다.
정우성은 "(블랙리스트는) 그들이 만든거지 우리는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가장 좋지 않나.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살아야한다"라고 얘기했다.
하지원도 지난 17일 열린 '목숨 건 연애' 제작보고회에서 이를 언급했다. 하지원은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며 "저는 배우 하지원을 떠나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기쁜 일이 있으면 기뻐하고, 슬프면 함께 슬퍼한다. (국민 여러분의) 마음의 슬픔이 크실 텐데, 저도 같이 그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판도라'의 박정우 감독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이 영광"이라는 촌철살인의 이야기를 남겼다. 블록버스터 '판도라'는 지진과 원전 소재는 물론, 어지러운 현실을 표현한 점이 현 시국과 비슷하다는 평을 얻으며 12월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 감독은 "(영화 소재, 내용 때문에)배우들이 하나같이 영화를 걱정하는, 조금은 불행한 시절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 자체 검열을 하게 되는 이런 상황들이 화가 나고 우울하다"고 토로했다.
어지러운 시국을 만든 장본인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사례도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10일 열린 '프렌치 시네마 투어 2016' 개막식에서 장 뱅상 플라세 프랑스 국무장관으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를 받았다. 이날 봉 감독은 "요즘 나라 안팎으로 충격적인 일들이 너무 많아서 훈장을 받고 기뻐 날뛸 수 있는 그런 심리적인 상태는 아니다. '조만간 최순실 씨랑 도널드 트럼프가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니까 굉장히 어지럽다"고 얘기했다.
'목숨 건 연애'를 연출한 송민규 감독은 지난 17일 열린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자신을 "불통이 아닌 소통을 좋아하는 감독"이라고 소개하는가 하면, "영화에서 주인공이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하지만 샤머니즘은 동원하지 않았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개봉을 앞둔 작품의 성격이 현 시국과 묘하게 들어맞음과 함께, 날카로운 발언을 쏟아낸 이들도 있었다.
'판도라'의 정진영은 "창작자가 이야기를 만들 때 불이익을 당할 것을 떠올리는 것은 못돼먹은 사회다"라고 일침했다.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김남길은 "영화를 찍을 때 '이 작품이 개봉할 수 있을까' 걱정은 안 했는데, 워낙 복잡하고 답답한 시국이지 않나"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낸 뒤 "소재 자체가 지진으로 재앙이 시작되지만 인간의 이기심과 자본의 이기심 때문에 재난이 되는 이야기다. 원전이란 소재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소개했다.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배경으로 한 '마스터'의 이병헌은 "영화보단 더 영화 같은 현실이다. 이 영화 역시 사회를 반영하는 이야기다. 또 해결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드리려고 의도한 지점도 있다"며 "힘든 현실이지만 조금이나마 휴식이 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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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