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조용운 기자] 축구수도를 자부하던 빅버드 관중이 반토막이 났다. 차가운 팬들의 외면을 피부로 느낀 수원 삼성의 선수들은 더욱 축구화 끈을 동여멨다.
수원이 모처럼 승리 환호를 내질렀다. 수원은 22일 홈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35라운드에서 조나탄과 권창훈의 연속골로 2-0으로 이겼다. 6경기 만에 맛보는 승리의 기쁨이다.
그동안 수원은 승리가 인연이 없었다. 17차례에 달하는 리그 최다 무승부가 말해주듯 수원은 이길 경기를 많이 놓쳐왔다. 상하위 스플릿의 운명이 갈리는 정규라운드 막바지와 스플릿 이후에도 승리로 매조짓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팬들과 선수단의 감정은 멀어질대로 멀어졌다. 극심한 부진에 팬들은 선수단 버스를 두 차례나 가로막았고 서정원 감독과 주장 염기훈이 팬들 앞에 서야만 했다. 팬들의 분노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성남전이 열린 22일 빅버드에는 5013명의 관중만 찾았다. 평소 1만명은 우습게 채웠던 빅버드였기에 스산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함성의 양적 수치는 작아졌겠지만 그래도 수원 선수들의 뒤에는 변함없이 응원의 목소리가 더해졌다. 평소보다 반토막이 났어도 수원의 승리를 외치는 목소리에 드디어 수원이 응답했다.
공격적으로 나선 수원은 90분 동안 16개의 슈팅을 퍼부으며 성남의 골문을 노렸다. 전반 24분과 후반 28분 각각 조나탄, 권창훈의 득점이 터졌고 그밖에도 두 번이나 골대를 때리면서 다득점이 가능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그동안 드러났던 문제도 답습하지 않았다. 올해 수원이 기록한 17번의 무승부는 후반 뒷심 부족의 결과였다.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는 허술한 뒷문이 늘 말썽이었다. 오죽하면 서정원 감독도 "전반 45분만 계산하면 우리 성적이 상위권일 것"이라고 씁쓸한 농담을 할 정도다.
성남전은 달랐다. 후반 막판 들어 성남의 공세가 거세졌지만 수원은 침착하게 차단했다. 서 감독은 "일주일 동안 수비 연습에 집중했다. 수비수뿐만 아니라 공격 자원들도 상대가 슈팅을 쉽게 때리지 못하게 저지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경기력과 정신력이 달라진 것이 분명한 승리의 이유였다. 이는 곧 돌아섰던 팬들을 불러모을 수원의 힘이기도 하다. 실제로 경기가 끝나고 팬들은 모처럼 승리의 박수를 수원 선수들에게 보냈고 함께 만세삼창을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제 선수들이 팬들을 향해 약속했다. 권창훈은 "그동안 수원에 맞지 않는 결과가 이어졌다.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남은 경기를 지지해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수원 팬들의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조나탄도 "앞으로 4경기가 남았는데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팬들도 내 활약을 기다려주시고 지지해주시는 만큼 꼭 보답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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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