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윤여정의 가치는 특별하다. 어느덧 일흔, 그리고 데뷔 50주년을 맞은 대배우. 한 발 한 발 내딛어왔던 꾸준한 발걸음과 소신있는 도전들은 어린 세대부터 비슷한 동년배들까지, 그녀의 이름을 절대 잊을 수 없는 존재로 각인시켜줬다.
도전은 올해도 계속됐다. 10월 6일 개봉한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윤여정은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먹고 살아가는 박카스 할머니 소영 역을 맡아 영화 속 묵직한 메시지를 더해냈다.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죽여주는 여자'는 개봉 후 7만9천여명이 넘는 관객을 넘어서며 다양성 영화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는 노인문제, 성매매, 코피노(혼혈족), 트렌스젠더 등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소영과 소영의 주변 인물들인 옆방 청년 도훈(윤계상 분), 집주인 티나(안아주), 소영이 데려온 코피노 소년 민호(최현준), 소영에게 조력사를 부탁하는 재우(전무송) 등을 통해 그려진다.
베테랑 내공의 윤여정에게도 이번 작품과 함께 했던 시간은 쉽지 않은 날들이었다. 그러면서도 윤여정은 "저예산영화니까 배우가 고생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죠. 성매매 신을 찍을 때도 여배우, 남배우 모두 힘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어요"라고 담담하게 답을 이었다.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곰감할 수 있던 내용들이었다. 또 그동안 '여배우들'과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에 이어 세 번째로 함께 호흡을 맞춘 이재용 감독에 대한 믿음도 자리하고 있었다. "이재용 감독이라면 죽음 문제에 대해 자극적으로 그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는 것이 윤여정의 생각이었다.
윤여정은 "우리가 죽는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을 좀 꺼려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서 죽음, 노인문제와 빈곤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얘기가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죠"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사실 죽음이라는 게 무섭고 공포스러운 건 당연한거잖아요. 그렇지만 사물의 자연스러운 질서라고 생각해요. 영원한 불로장생이 어디있겠어요. 이제는 '어떻게 잘 죽는가'에 대해 얘기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고령화시대이고 하니까, '어떻게 잘 죽는가'에 대한 것도 좀 생각해야 되겠죠"라고 덧붙였다.
경험하지 않아도 될 일을 경험하는 것이었기에, 촬영하면서 우울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연기였지만, 그 어떤 때보다 당당하게 임했다.
윤여정은 "이 나이에 잃을 게 없잖아요"라고 웃으며 "60살을 넘으면서부터는 내 맘대로, 자유롭고 즐겁게 살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아이돌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조심스러워 할 필요도 없죠"라고 설명했다.
배우로 지낸 지난 50년을 돌아본 윤여정은 "50년, 그런 것 따지는 것 싫어한다. 연기라는 것이 50년을 한다고 잘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이제는 다른 걸 하기에는 너무 늦었지 않냐"고 다시 한 번 웃어 보인 윤여정은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어떠한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하는 것은 없어요. 그건 보는 사람의 몫이지 제가 가이드라인을 줄 수 없는 것이니까요"라면서 앞으로도 지금까지 그랬듯이 꾸준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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