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W' 오성무 역에 김의성을 캐스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보통 웹툰 작가, 여자 주인공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넘어서 남자 주인공을 죽여야만 사는 진범, 두 세계 때문에 정신병을 앓는 환자 역할까지. 김의성이 아닌 다른 누구를 상상하기가 힘들다.
배우 김의성은 MBC 수목드라마 'W'에서 인기 웹툰 'W'의 작가 오성무 역을 맡아 1인 2역을 뛰어넘는 연기력으로 화면을 장악했다. 그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웹툰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작가, 알코올에 의존하는 중년 남성인 줄로만 알았지만 'W'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오성무는 강철(이종석 분), 오연주(한효주)만큼이나 드라마와 웹툰 'W'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히 김의성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한 건 오성무가 진범에게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을 때부터다. 웹툰의 맥락 있는 해피엔딩을 위해 진범에게 본인의 얼굴을 부여한 후 현실 오성무는 얼굴을 뺏긴 채 눈, 코, 입이 없는 괴물이 됐다. 그리고 진범 한상훈을 연기하게 된 김의성은 오성무의 인상착의를 하고도 눈빛 하나만으로 오성무와 한상훈을 오갔다.
진범 한상훈이 강철의 생각 때문에 웹툰에서 현실로 넘어온 뒤 오연주를 속이는 전개 역시 김의성의 신들린 연기가 만든 명장면이다. 현실로 온 한상훈은 오성무의 옷으로 갈아입고 오연주를 감쪽같이 속인다. 하지만 강철이 현실 세계에 없다는 걸 안 후 눈빛이 돌변하며 "내가 왜 네 아빠야"라고 하는 장면은 무더운 여름밤 시청자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오성무는 강철이 진범을 죽인 뒤 얼굴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진범의 기억에 괴로워했다. 딸 오연주에게 총을 겨눴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다가도 다시 만난 오연주의 목을 조르면서 왜 살아있냐고 격분했다. 결국, 아버지 오성무는 딸을 위해 스스로를 감금했고 마지막에는 자발적으로 소멸을 선택했다. 소멸을 앞둔 오성무가 오연주를 보고 "사랑한다 연주야"라며 흐느끼는 장면은 뭉클한 부성애를 전했다.
오성무 역할에 김의성이 아닌 다른 배우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김의성은 이종석, 한효주의 달콤한 멜로만큼이나 'W'에서 빠질 수 없는 미스터리 서스펜스를 오롯이 책임지며 극을 이끌었다. 마지막에 딸의 행복을 위한 소멸이라는 새드 엔딩을 맞이하면서 감동마저 선사했다. 영화 '부산행'은 물론이고 'W'까지 존재감을 발산한 김의성의 올해 연말은 매우 바쁠 것 같다.
lyy@xportsnews.com / 사진 = MBC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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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