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김소연은 '가화만사성'으로 연기 변신을 감행했다. 주말드라마, 그리고 13년 차 주부이자 죽은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사는 엄마 봉해령 역을 맡아 열연했다.
"짧은 작품만 하다가 50부를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고민했어요. 기를 쓰고 청춘물을 하며 달려왔는데 엄마 역할을 한 뒤에는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죠. 지금 생각하면 그런 말을 한 게 부끄러워요. 엄청난 연기를 할 기회였는데 놓칠 뻔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오히려 시야가 좁은 채로 경쟁 아닌 경쟁을 한 게 아닐까. 지금은 캐릭터 선택의 폭이 넓어진 느낌이에요. 중학교 때부터 미니시리즈를 했는데 이제 새로운 장이 열린 것 같고 눈도 달라졌어요."
첫 주부 연기, 첫 엄마 연기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김소연은 또 한 번 새로운 연기를 보여줬다. 실제로는 미혼이어서 모성애 연기를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감정을 극대화로 끌어올리며 인상을 남겼다.
"연기가 어쩔 수 없는 가짜이기 때문에 시청자가 이질감을 느낄까 봐 걱정했어요. 그래서 다큐멘터리도 많이 봤어요. 조카 사랑이 남달라서 스스로 감정을 넣기도 했죠. 다행히 숨도 못 쉴 정도로 아픈 감정을 잘 찍어주셨어요. 50부작 내내 그 감정이 기억에 남더라고요.엄마 연기를 제대로 했다기에는 과거 신이 많아 부끄럽지만 계속 상상하려고 노력했어요. 걱정이 많았는데 편집이 잘됐어요." (웃음)
상대 배우들도 봉해령의 깊숙한 감정을 끌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견배우 원미경, 서이숙부터 로맨스 호흡을 맞춘 이필모, 이상우까지 연기 열전을 선보였다.
말미 이필모와 절절한 부부 연기를 보여준 김소연은 "이필모는 연기 천재"라며 추켜세웠다.
"필모 오빠에게 연천 오셨다고 할 정도였어요. 연기천재, 사기 캐릭터라고. 저는 너무 어려워 죽겠는데 오빠는 고민하는 것 같지 않은데도 잘 표현하더라고요. 연기를 위해 태어난 사람인가 했어요. 넋 놓고 옆에서 바라본 적도 있다.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신기한 사람이에요. 어떻게 저렇게 울 수 있지.(웃음) 더 잘 됐으면 좋겠어요. 오빠만의 작품을 만나서 이 연기력을 전 국민에게 널리 알렸으면 해요. 같이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이필모와 함께한 포장마차 신은 매우 절절했다.. 살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현기(이필모 분)는 해령(김소연)을 놓아주기로 했고 만취한 해령은 눈물을 흘리면서 현기와 있었던 행복한 일들을 회상한 장면이다.
"실제로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촬영했어요. 저는 술에 취해 주절주절하고 오빠는 가만히 듣다가 눈물을 흘리는 신인데 저를 쳐다보는 눈에 감탄했어요. 필모 오빠가 연기하면서 울고 있더라고요. 상대방의 연기까지 절절해질 수 있게 만들어줬어요. 마지막 신에서 오빠를 보니 계속 눈물이 났어요. 여행가는 비행기 안에서 죽는데 너무 가슴이 아팠죠."
이상우와도 감정신이 많았다. 해령이 자신의 아들을 수술한 집도의가 지건인 사실을 알았을 때 실로 폭풍 같은 감정을 끌어냈다.
"상우 오빠는 좋은 파트너였어요. 8개월 내내 진실하고 깨끗하고 청량하게 연기해서 해소되는 기분이었어요. 저도 같이 편안해졌죠. 배우가 주는 힘이 있어요. 오빠 덕분에 멜로가 잘 붙었고 합이 잘 맞았어요. 오빠가 청량한 얼굴로 펑펑 우는데 온갖 감정이 스치더라고요. '이 신 정말 잘하자. 이거 찍으려고 지금까지 달려온 거다'라고 주문을 외웠어요. 아무래도 현장은 어수선한데 상우 오빠가 잘해줘서 힘을 받았어요."
엄마 원미경과 시어머니 서이숙와의 연기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최고의 합은 서이숙 선배님과의 합이었어요. 언니가 너무 연기를 잘해서 서이숙 선배님의 팬이 됐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신을 표현할 수 있게 해줬다. 현기의 수의를 만드는 장면이 우는 신이 아니었는데 몰입이 확 되는 신이라 눈물이 터져서 둘 다 울었어요. 상대방과 합이 좋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어요.
원미경 선배님의 경우는 정말 엄마처럼 편안하게 다가갔어요. 천사예요. 조기폐경인 사실을 알게 된 장면을 찍을 때는 선배님도 저도 울컥했죠.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신이 됐어요. 엄마와 선배님이 닮아서 엄마 생각이 나더라고요. 정말 많이 울었어요."
마지막회에서 현기는 사망했다. 1년 후 재회한 지건(이상우)과 해령은 손을 잡고 다정하게 길을 걸었다. 해령은 숙녀(원미경)의 부케를 얼떨결에 받으며 지건과의 결혼을 예고했다.
"서지건이 아들 수술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아무에게도 못 갈 것 같았어요. 김소연이라면 과거 기억도 잘하고 미련도 많아서 그 어떤 누구도 만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워만 한다면 50부작을 지켜봐 준 시청자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요. 최선의 결말이 아닐까 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나무엑터스
[XP인터뷰①] '가화만사성' 김소연 "연기 갈증 원 없이 해소했어요"
[XP인터뷰③] '데뷔 22년' 김소연, 연기 인생 2막을 열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