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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김성훈 감독, '터널'로 만나고 싶었던 희망

기사입력 2016.09.16 07:00 / 기사수정 2016.09.16 03:03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여름 영화로 큰돈을 들여서 만든 거잖아요. 관객들도 여름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있을 테고요. 1차적으로는 재미적인 요소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었고 그 이면에 담겨 있는, 같이 말하고 생각하고 싶은 어떤 의미나 화두를 관객들이 함께 느껴주신다면 정말 감사함이 배가되겠죠."

영화 '터널'이 뜨거웠던 여름을 보냈다. "큰 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만큼, 그에 따른 영화로서의 존재가치를 하길 바란다"는 김성훈 감독의 바람 역시 이뤄졌다. 8월 10일 극장가 여름 대전의 마지막 주자로 개봉한 '터널'은 개봉 한 달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박스오피스 순위를 역주행하며 710만 관객을 넘어섰다.

▲ "'터널', 스스로도 희망을 갖고 또 주고 싶었죠"

2014년 '끝까지 간다' 이후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김성훈 감독은 '터널'을 향한 주위의 기대에 따른 책임감과 부담감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즐겁고 싶습니다, 더 피곤하고 싶고요"라고 온화하게 웃어보였다.

'터널'은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정수(하정우 분)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김성훈 감독은 "제 스스로도 희망을 갖고 싶었고, 또 희망을 주고 싶었다"며 '터널'을 만들며 느꼈던 점을 얘기했다. 상황으로, 때로는 대사로 전해지는 '터널' 속 이야기의 민낯은 너무 적나라해 보는 이들에게도 생각할 거리와 함께 마음의 동요를 일으킨다.


김성훈 감독은 "때로는 은유, 때로는 직접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했죠. '터널'에서는 직접적인 표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갈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관객들이) 풍자적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 가려운 곳을 긁어주게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거죠"라고 표현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출력으로도 유명한 김성훈 감독의 힘은 '터널'에서도 빛을 발했다. 무너진 터널 속 차 안에 갇힌 극한 상황을 맞는 주인공 정수의 직업 설정부터 낙천적인 성격까지 모든 흐름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자동차를 잘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차 안에서 사용하는) 손톱 깎기 같은 소품들이 당위성 있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직업을 고르다 보니, '세일즈맨이 차에 갇힌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더라고요. 세일즈맨은 돌아다니면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 갑갑한 곳에 갇히게 된다는 게 말이에요."

여기에 안전에 대한 코드를 넣은 점도 돋보인다. 김 감독은 "차 운전 중에 DMB를 보면 안 되거든요. 일반인들도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죠. 또 초반에 정수가 터널이 무너지기 전 통화화할 때도 휴대폰을 직접 들고 있어요. 그럼 안 되는 건데"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시나리오에 표현된 것들 외에 새로운 느낌들을 포착할 수 있는 열린 장이 됐다. '터널' 속에서 많은 화제가 됐던 하정우의 맛깔 나는 애드리브의 바탕에는 김성훈 감독의 이런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생생함을 먼저 찍고 나서 정교함을 채워나가는 방식을 택했어요. 제 영화 스타일에 있어서는 날것의 느낌이 먼저니까요. '끝까지 간다' 때도 그랬던 것 같아요. 10분이나 20분 정도 되는 신은 통으로 찍거든요.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한, 그 순간에서 포착할 수 있는 것들이 나와요. '여기 봐, 저기 봐'란 식으로 완벽히 디자인을 하면 그것만 하기에도 바쁘죠. 물론 열어놓으면 가끔씩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을 잊어버리기도 해요.(웃음) 하지만 내심 그 이상으로 계산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나오는 것 같아요. 잊어버린 것은 다시 찍으면 되니까요.(웃음)"

'내가 재밌어야 한다', ''이만하면 괜찮다'는 생각은 하지 말자''는 작품관은 '터널' 촬영 당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김성훈 감독은 "현재까지는 제가 재밌어 하는 게 가장 첫 번째 기준이라는 생각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 같아요. 또 '이만하면 괜찮아'란 생각도, 나중에는 또 타협했다고 반성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영화를 찍으면서 그런 태도는 안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물론 자기반성적인 말이니까, 좀 더 지나서 시간이 지나서 고민해봐야겠죠"라며 지난 시간들을 함께 되돌아봤다.


▲ 하정우·배두나·오달수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

앞서 '터널'을 준비하며 김성훈 감독과 하정우, 제작자 장원석 대표가 함께 일본 오사카로 떠나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는 이야기가 많이 알려진 바 있다. 실제 이 때 나눈 이야기들을 통해 '터널' 속 이야기가 좀 더 풍부하게 채워지기도 했다.

김성훈 감독은 "'이 신은 이러면 좀 더 웃길 것 같다. 뭐가 더 없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했었죠. 대경(오달수)이 정수의 생존을 확인하기 위해 캡슐을 타고 내려가잖아요. 원래 시나리오엔 없었어요. 그런데 (하)정우 씨가 "대경이 정수를 위해서 무언가를 좀 더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더 끈끈함이 있을 것 같다는 힌트를 줬어요.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대경이 무엇을 하면 좋을까' 저도 더 고민하게 됐고, 그러다가 캡슐을 타고 내려가는 상황을 만들었어요. 정우 씨가 그 단초를 제공해줬던 거죠"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맛있는 것을 많이 먹어야 좋은 아이디어도 나오더라고요. 먹으면서 계속 영화 얘기하고, 수다 떨고 그랬죠. 아이디어적인 면이나 인간적인 하정우를 더 잘 알게 됐던 것 같아요. 고단한 촬영 일정이었지만 서로 엄청나게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던 시간이었어요."

하정우를 비롯해 배두나, 오달수 등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든 출연진들의 호연에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하고 싶다"면서 아낌없는 극찬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성훈 감독은 "하정우 씨야 정말 뭐 두말할 것 있겠습니까. 다른 훌륭한 배우들도 물론 많지만, 모든 감독님들이 그 나이 또래에서 가장 최고라고 얘기하는 배우죠. '터널'이 어두운 공간이다 보니까 밝은 이미지로, 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하정우 씨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어요. 기본적으로 유머러스하고, 하정우 씨가 갖고 있는 개그본능 같은 것이 실제 정수가 어둠을 극복하고 재난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런 점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아니었나 싶어요"라고 칭찬했다.

오달수의 경우에는 비정형성을 탈피했기에, 더 매력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원했던 슬픔의 표현을 정확하게 그려낸 배두나에게도 박수를 보냈다.

"대경이 힘이 세고, 불굴의 의지로 일하는 어떤 전형적인 구조대장의 이미지는 아니지만, 그걸 탈피해서 더 매력적이지 않았나 싶어요. 정말 진정성을 갖고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순수함이 묻어나는 대경을 표현하는 데 선배님이 정말 잘 어울렸다고 생각해요. 배두나 씨도 아픔을 간직했지만 표현하지 않고 기다리는, '나 슬퍼요'라고 포장하는 게 아닌 아픔을 안고 사는 여인의 모습을 절절하고 애절하게 너무나 잘 표현했어요."

감독과 배우들의 진심이 어우러진 '터널'의 진가는 이미 세계에서도 알아봤다. 지난 8월 막을 내린 제69회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에 이어 10월 열리는 제49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초청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김성훈 감독은 "'터널'의 끝은 항상 빛이지 않나. 그만큼 희망적인 뜻을 담고 싶었다"면서 "우리 영화를 어두운 영화로 느낄 수 있는데, 어둠 속에서 밝음과 유머, 생명이 느껴지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이고, 즐기고 나서 같이 본 사람과 나눌 얘기가 있는 그런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을 함께 전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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