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오늘 너무 덥죠?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뮤지컬 ‘위키드’의 글린다가 현실 세계로 튀어나온다면 이런 모습일까. 밝은 얼굴에 발랄한 말투를 장착한 뮤지컬 배우 정선아는 첫인상부터 기분 좋은 에너지를 풍겼다.
“쉴 때는 친구들과 밥 먹고 운동도 하고 레슨도 받아요. 필라테스도 하고 헬스도 하고요. 체력 때문에 운동하고 있어요. 운동해야 공연할 때 소리도 나거든요.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야 컨디션이 좋을 것 같은데 매일 운동을 하는 사람은 그런 열기로 공연을 더 잘할 수 있어요.”
쉬는 날에도 최고의 공연을 위해 열정을 발휘하는 그는 28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하는 ‘위키드’에서 하얀 마녀 글린다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2013년 초연에 이어 또 한 번 글린다로 변신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위키드’는 사랑이고 고맙고 감사한 작품이에요. 예전에는 하는 자체가 너무 즐거웠어요. 우리나라에서 다들 하고 싶었던 작품인데 이렇게 빨리 들어올 줄 몰라서 들떴었죠. 그때는 잘해야겠다, 실망시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작은 여유가 생겼어요. 전에는 완벽하게 웃기고 잘하려 했지만 지금은 글린다의 감정을 잘 살려 관객에게 감동을 주고자 해요. 글린다의 성장통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보셨으면 좋겠어요.”
정선아에게 ‘위키드’는 특별하다. 그만큼 초연과 재연까지 글린다로 손색없는 완벽한 연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정선아는 “‘위키드’는 계속 출연하고 싶다. 힘닿는 데까지. 이 작품을 너무 사랑한다”며 미소 지었다.
“외국 스태프들이 ‘처음엔 좋았는데 두 번째는 안 돼’라고 할 수도 있는 거니까 준비를 상당히 많이 했어요. 글린다로 그렇게 오래 섰는데 긴장되니까 오디션에서 가사도 틀리게 되더라고요. 매 순간 무섭기도 하지만 글린다로 무대에 서 너무 행복해요. 처음 본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초연 때 못 본 분들도 많이 와주신 것 같아 감사해요.”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베스트셀러 '위키드'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나쁜 마녀로 알려진 초록마녀가 사실은 착한 마녀고 인기 많은 금발마녀는 공주병에 내숭덩어리였다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풀었다. 두 마녀의 성장담인 동시에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메시지를 엿볼 수 있다.
“엘파바와 글린다 시선에서 어린 고등학생들의 성장통을 볼 수 있어요. 피부색이 달라도 차별하지 말자. 보이는 게 다가 아닌 불편한 진실이란 큰 메시지가 들어있고요. 너무나 다른 두 친구가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기까지 그 여정이 너무 아름다우니 함께 즐길 수 있길 바라요. 성장통이 오는 시기가 다 다른데 그럴 때 보면 더없이 좋은 작품이에요.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대단하죠.”
뮤지컬 배우라면 꼭 한번 서보고 싶은 무대인 ’위키드‘에서 글린다로 국내 최다 공연 기록을 세우고 있는 그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위키드’에 대한 애정, ‘위키드’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이 녹아 있었다.
“관객마다 성향이나 호불호 같은 게 있는데 어떤 마음이든 보고 나갈 때는 감동을 안 받고 간 분들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성별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누가 봐도 즐겁고 실망하지 않는 뮤지컬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정선아의 바람은 소박하다. 글린다로서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데뷔 15년 차 베테랑 배우임에도 겸손을 잃지 않은 그는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아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데뷔한 후부터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고 작품을 해왔어요. 너무 창피한데 남들이 선배라고 하는 위치가 된 제 스스로가 놀라워요. 오랜 시간 동안 나의 작품, 나의 캐릭터를 사랑해주는 관객분들에 감사해요. 함께 끌어준 동료들도 너무 고맙고요. 무대가 더 무섭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위키드'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고 싶어요.”(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박지영 기자
[XP인터뷰②] 정선아 "언제나 관객의 뮤즈로 무대에 오르고파"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