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조용운 기자] 새로운 동행을 택한 FC서울과 황선홍 감독의 출발은 쉽지 않았다.
황 감독이 처음 이끈 서울은 지난 29일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17라운드에서 1-3으로 패했다. 새로운 감독 황선홍의 출발을 알리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던 서울은 정작 경기를 패하면서 씁쓸하게 잔칫상을 정리했다.
큰 관심을 불러모으는 경기였다. 최고 지략가 황선홍 감독의 K리그 복귀만으로도 화제인데 행선지가 서울이 되면서 더욱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최고의 순간 - 선제골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에 공개된 선발 명단은 전임 최용수 감독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서울 사령탑에 공식 취임한지 사흘 만에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적장인 성남의 김학범 감독도 "시간이 너무 없다. 아마 예전과 똑같이 경기할 것"이라고 눈감고 예언을 할 정도였다. 황 감독도 "변화를 주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점진적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출발은 좋았다. 평소처럼 경기를 풀어간 서울은 전반 15분 동안 54%의 볼 점유율을 챙기면서 주도했다. 데얀과 다카하기의 슈팅까지 이어지면서 경기 흐름을 확실하게 잡았다. 자연스레 선제골도 따라왔다. 왼쪽서 공격을 시작해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하며 경기장을 넓게 쓴 서울은 고광민의 칼날 크로스를 아드리아노가 헤딩골로 연결해 기선을 제압했다.
문제점 발견 - 동점 허용
서울의 문제점은 수비다. 그동안 스리백을 갈고닦던 서울은 질식수비가 장점이었지만 올해 모습은 정반대다. 데얀과 아드리아노, 박주영으로 구성된 최전방 화력을 앞세워 수비 문제를 공격으로 이겨내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그래도 상대방은 서울의 약한 지점을 확실하게 알았고 이날도 성남은 높은 위치서 압박을 가하면서 빠르게 동점골을 따냈다.
성남의 압박 시점은 하프라인 부근이었다. 상대 패스를 빠르게 가로챈 성남은 똑같이 압박하기위해 달려드는 서울 수비진을 오프더볼을 통해 가볍게 따돌렸다. 황의조가 김원식을 끌고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중앙에 광활한 공간을 만들어냈고 티아고가 쏜살같이 침투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었다.
공간을 놓치는 실수를 한 서울의 수비진은 전반 33분에는 패스미스로 추가골까지 헌납했다. 정인환이 김원식에게 볼을 연결한다는 것이 티아고에게 끊기면서 황의조에게 역전골까지 허용했다. 상대 압박에 허둥대던 서울 수비진의 빌드업 문제가 드러났다.
남은 시간도 서울의 문제는 반복됐다. 수비에서 계속 실수가 흘러나왔고 따라가려는 흐름을 스스로 상대에게 넘겨주기 바빴다. 후반 8분 쐐기골 실점도 섣불리 볼을 중앙으로 연결하려다 끊긴 것이 역습의 빌미가 됐고 김동우의 무리한 태클까지 더해지면서 회복할 수 없는 한방을 얻어맞았다.
변화의 시도 - 포백→스리백
예고된 변화다. 시점이 문제였을 뿐이다. 서울은 스리백의 팀이지만 황 감독은 포백이 익숙하다. 스리백이 조금이라도 문제점을 보이면 언제든지 포백으로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결심이 생각보다 빨랐다. 황 감독은 후반 11분 윤일록을 투입하면서 포백으로 돌아섰다. 데뷔전부터 자신의 전술 카드를 꺼내보인 셈이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없었던 터라 포백으로 바꿨다고 전혀 다른 경기운영이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황 감독은 서울 제의를 받아들였을 때부터 생각했던 포백을 그라운드서 실현했고 가능성을 확인했다.
황 감독도 경기를 마치고 "포백에 대한 생각은 항상 하고 있다. 한 경기를 버리기는 했지만 나름 의미있는 90분이었다"면서 "중앙 수비 조합이 고민이다. 보강이 가능하다면 센터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순간 - 아드리아노 퇴장
우려했던 모습이 다 터져나왔다. 불안한 경기력 만큼 아쉬웠던 부분은 후반 28분 아드리아노의 퇴장 장면이었다. 끌려가는 상황에서 조금 더 침착하게 반격을 했어야 할 서울이지만 정작 아드리아노의 순간적인 마인드콘트롤 실패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아드리아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선수다. 전임 최용수 감독도 어르고 달랬다. 결코 다루기 쉽지 않은 선수다. 황 감독도 "재능은 있는 선수다. 내가 포항 시절부터 영입을 생각하기도 했다"면서 태도에 대해서는 "지켜보고 있다"고 한발 뺀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보여준 퇴장 문제는 황 감독이 다시 한 번 곱씹어볼 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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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