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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조재현, 묵직함과 솔직함의 공존

기사입력 2016.07.19 18:45 / 기사수정 2016.07.19 15:24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조재현이 영화 '봉이 김선달'(감독 박대민)을 통해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다.

올해 2월 개봉한 '파리의 한국남자'와 하반기 감독 데뷔작 '나홀로 휴가'를 선보일 예정인 조재현이 상업영화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4년 '역린' 이후 2년 여 만이다.

7월 6일 개봉한 '봉이 김선달'에서 조재현은 조선 최고의 절대권력가 성대련 역을 맡아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김선달(유승호 분)을 비롯한 김선달 사기패와 대립하며 긴장감을 이끄는 것은 물론, 극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봉이 김선달'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위치한 수현재시어터에서 조재현을 만났다. 이곳은 조재현이 설립하고 운영 중인 복합 공연장으로, 다양한 작품들이 그의 손을 거쳐 제작되고 대중에게 선보여지고 있다. 그의 집무실은 주변 경치가 훤히 보이는 7층에 위치해 있었다. 실제 그가 그린 크로키를 비롯해 예술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오며 시선을 끌었다.

"상업영화에서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는 인사에 조재현은 "내가 봉이 김선달인 줄 알았어, 그런데 내가 아니라 하더라고"라며 유쾌한 너스레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지난 달 30일 종영한 KBS 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 촬영으로 바쁜 날들을 보냈던 조재현은 드라마가 마무리된 후에야 '봉이 김선달'의 본격적인 홍보 일정에 합류할 수 있었다.



조재현은 무더웠던 지난 해 9월 촬영을 마무리 한 후 1년 여 만에 완성된 작품을 만나봤던 소감을 전하며 "그 때도 날씨가 더웠다. 영화를 보면서 '저런 장면도 있었구나' 할 정도였다.(웃음) 영화는 밝고 경쾌한데, 영화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성대련이 너무 무거운 느낌으로 전달돼서 영화 색깔을 애매모호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더라. 다행히 잘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수의 신'에서는 물론이고, 또 다시 강렬한 악역으로 돌아온 그다. '악역을 악하게 표현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고 언급해 왔던 조재현은 "성대련은 조금 달랐다"며 "나쁜 사람은 맞는데 약간 재벌 정치가 같은 느낌이다. '왕이 시원치 않아서 내가 나서야겠다', '내가 알아서 국가를 대신해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애국이다'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멀지 않은 곳에서도 비슷한 사람들이 있지 않나. '우리나라를 부자로 살게 하기 위해서 비리는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백성을 우습게 안다"고 말을 이었다.

극 중 김선달 역의 유승호와 팽팽하게 벌이는 신경전 또한 '봉이 김선달'을 흥미롭게 만드는 포인트 중 하나다.

조재현은 "성대련이 볼 때 김선달은 아주 우습게 보이는데도, 우습게 볼만한 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 '어려보이지만 보통 놈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고도의 머리싸움을 하는 것이다"라고 전하며 "(유)승호는 굉장히 맑았다.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그런 느낌? 오히려 거기에 내가 너무 센 조미료나 향신료를 넣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MSG가 안 들어간 승호의 연기, 얼굴과 느낌, 이미지에 같이 대적하는 남자로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녹이고자 했다"고 회상했다.


'봉이 김선달'을 연출한 박대민 감독은 "성대련은 혼자서 사기패와의 1대 4의 싸움을 하면서 카리스마로 모두를 압도해야 한다. 눈빛만으로도 상대방을 압도하는 조재현의 명품 연기로 성대련이 기대 이상으로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됐다"고 극찬한 바 있다.

실제로도 조재현의 이런 노련함은 극 속의 여러 장면에서 적재적소에 표현됐다. 조재현은 극 중 화를 내면서 술잔을 던졌던 장면을 언급하며 "그 장면은 한 번에 OK 됐다. CG도 안 들어갔다. 때리고 맞추는 걸 잘 한다"고 웃으며 "연기도 반 박자 빠른 연기가 실감나는 것 같다"라고 남다른 비유와 함께 유머러스한 면모를 드러냈다. "자상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해 달라"는 멘트까지 덧붙이며 화기애애하게 이야기의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것도 함께였다.

'봉이 김선달'을 통해 조재현은 유승호와 시우민(엑소) 등 후배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1989년 KBS 1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 이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선 굵은 연기로 조명 받아 온 그의 존재가 후배들에게는 더욱 남다르게 다가올 터. 하지만 조재현은 후배들에게 특별한 연기 디렉션을 주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밝혔다.

조재현은 "나는 아역 배우에게도 디렉션을 주지 않는다. 연기하는 순간에는 선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승호나 시우민이 나를 볼 때는 인간쓰레기 같은 놈이라고 생각해야지, '저 사람은 나한테 연기를 가르쳐 준 사람인데'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다. 대신 촬영이 끝나고 후배들이 (연기에 대해) 물어볼 때는 있는데, 그런 때에는 친절하게 답해준다. '너는 목소리는 좋은데 대사를 할 때 발음이 새는 듯한 느낌이 있다' 이런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마무리는 칭찬이다"라고 얘기했다.

"마음에 없는 말은 못하는 성격이지 않느냐"는 짓궂은 물음에도 "대신 (후배의) 장점은 꼭 찾아서 얘기해준다. 연기는 자신감이다. 배우가 자신감이 없이 부족 없이 부족함만 들고 다니면 안 된다. '나는 이런 상태야' 이런 느낌을 갖고 있어야 되기 때문이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자신의 생각에 솔직하게 표현하기로 유명한 조재현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해명했다. 과거 한 방송사의 시상식에서 무대에 올랐던 수지를 째려봤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조재현은 '봉이 김선달' 촬영 당시 유승호가 자신에 대해 '첫인상이 무서웠다'고 말한 것을 함께 떠올리며 "너무 더워서 그랬다. 더워서 상태가 안좋아보이니까 그렇게 보였을거다. 그 시상식 때도 마찬가지로 스튜디오가 너무 더웠다. 모든 배우들이 부채질을 할 정도였고, 나도 생수를 두 병이나 마신 상태였다. 그런데 방송사 시상식은 보통 4시간 가까이 하지 않나. 수지는 거의 3시간 40분이 다 지나서 나왔다. 그때 지친 표정이 찍혔던 거다. 나중에 주위의 말을 듣고 다시 보니, 내가 봐도 '내 평생 저런 표정은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반성했다"고 털어놓았다.

가지고 있는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 바라본 조재현이라는 배우의 깊이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볼수록 더욱 와 닿았다. "상업영화에서 자주 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에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화답한 조재현은 '봉이 김선달' 속 자신의 모습이 '보너스 같은 느낌'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는 "유쾌하고 시원한 가족 오락 영화인데, 기대를 갖고 가서 봤더니 '조재현이라는 배우가 있어서 괜찮다, 가볍지만은 않았네' 이런 느낌을 받았다면 성공한 것 같다"며 겸손한 답을 내놓았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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