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아영 기자] 윤시윤이 윤동구라는 날개를 달고 비상하고 있다.
배우 윤시윤은 최근 경기도 파주 원당 세트장에서 열린 JTBC 금토드라마 '마녀보감' 기자간담회에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정말 조심했고, 많이 숨어다녔다"고 고백했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에서 새 멤버로 합류해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윤시윤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힘든 문장이었다.
그는 "'지붕 뚫고 하이킥'과 '제빵왕 김탁구' 덕분에 사랑을 받으니 겁이 났다. 난 그렇게 멋있는 사람이 아니고, 그런 (사랑을 받을) 깜냥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지난 날의 고민들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내 진짜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실망할 것 같았다"고 예능 및 인터뷰 출연을 꺼린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윤시윤은 왜 갑작스레 '1박 2일'로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했을까. 윤시윤은 "감추고 숨다 보니 '윤시윤'다운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능과 인터뷰라는 대중과의 만남을 차단하다 보니 연기자 윤시윤으로서도 100% 진실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시윤에게 '1박 2일'이 되찾아준 이름 '윤동구'는 날개와 같다. 윤시윤에게 윤동구란 '오리지날'이다. '1박 2일'을 찾은 이유도 진짜 윤시윤을 찾기 위한 여정의 하나다. 그는 "윤시윤이라는 친구를 다 까고 나면 진짜 오리지날(알맹이)은 윤동구다. 아직은 부끄럽지만, 제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뷔작 '지붕 뚫고 하이킥' 준혁학생이나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김탁구로 형성된 그의 이미지는 완벽에 가깝다. 준혁학생은 순수한 사랑을 할 줄 아는 멋있는 남자였고, 김탁구의 성장드라마는 심금을 울리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1박 2일'에서 윤시윤은, 준혁학생이나 김탁구와는 달리 조금씩 모자라다. 탄탄한 복근을 자랑하면서 데프콘에게 힘으로 밀리고, 이미지와 달리 탁구와 족구를 정말 못한다. 그는 "사실 아직도 민망하지만 그게 제 모습"이라고 했다.
'마녀보감'을 제대 후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이다. 윤시윤은 '마녀보감' 허준과 자신이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역사적 인물 허준이 아닌 '마녀보감' 속 청춘 허준은 아직 미숙하다. 아직 꿈은 없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줄 준비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껏 도망치기만 했다면, 이제는 맞서 싸우려 한다는 점에서 허준 캐릭터에 윤시윤이 오버랩된다.
윤시윤은 '1박2일', '마녀보감'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할 준비를 마쳤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대중의 수용이다. 그는 "저의 모자란 모습을 대중이 받아줬을 때 제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높아지고, 저의 아이덴티티가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그 때가 되면 더 자연스러운 연기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윤시윤은 '마녀보감' 제작발표회에서 김탁구를 '아주 멋진 모자'라며 "모자를 벗었지만 이마에 자국이 남았다"는 시적 표현으로 그가 가진 부담감을 표현했다. 그의 이마에 남은 김탁구의 흔적을 완벽히 지울 수는 없을 터다. 윤시윤은 그것을 지우는 대신 '1박 2일'과 '마녀보감'으로 새로운 자국을 만들어가고 있다. 윤동구라는 날개를 달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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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