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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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빨로맨스'③] 제목·여주 빼고 다 바꿨다…약일까 독일까

기사입력 2016.06.22 10:10 / 기사수정 2016.06.22 11:40

이아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아영 기자] 웹툰이 원작이지만 제목과 여자주인공 빼고 모두 바꿨다. 제작진의 선택은 득일까, 독일까.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는 김달님 작가가 쓴 같은 이름의 웹툰 '운빨로맨스'가 원작이다. 만화나 소설 등 원작이 있는 작품을 리메이크하면 원작과 비교는 불가피하다.

원작 독자가 드라마를 볼 때 생각하는 건 "얼마나 똑같은지"다. tvN 드라마 '미생'이 인기를 얻은 건 웹툰 캐릭터를 살린 캐스팅, 2D를 3D로 완벽하게 구현한 연출, 깨알 같은 섬세함 덕분이었다. 원작의 힘이 강했지만, 드라마 덕분에 원작도 흥하며 단행본 대란을 일으켰다. 반면 '치즈 인 더 트랩' 원작 팬들이 등을 돌린 건 웹툰과 달라진 캐스팅, 감정선의 생략과 편집, 원작에 대한 배려 부족 때문이었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운빨로맨스'는 어떤가. 결론부터 말하면 상당 부분이 바뀌어 '미신을 맹신하는 여자의 로맨스'라는 모티프만 따온 정도다. 여자주인공 심보늬(황정음 분)에 대한 설정은 유지하면서 제수호(류준열)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가 됐다. 돈밖에 모르는 자린고비 제택후가 '비운의 천재' 제수호가 되면서 디테일이 달라졌다. 웹툰은 두 사람의 로맨스에 초점을 뒀지만 드라마는 개리초이(이수혁), 한설희(이청아)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켜 사각 로맨스라는 'MSG'를 첨가했다.

스토리 진행 순서, 에피소드, 전체적인 분위기도 모두 다르다. 보늬에게 아픈 여동생이 있고, 그로 인해 점에 광적으로 집착한다는 사실은 웹툰 후반부에 밝혀진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초반 공개해 광적으로 호랑이띠 남자에 집착하는 보늬의 모습을 짠하게 그린다. '가까이선 비극 멀리선 희극'이라는 말이 있듯 원작에선 보늬의 상황을 유쾌한 시트콤으로 풀어낸 반면 드라마에선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면서도 신파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게 한다.

웹툰과 다르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 달라진 설정 덕에 드라마가 더욱 풍성해지기도 했다. 웹툰 속 남자 주인공이 보늬의 미신에 맞서는 방식은 '책'이지만, 드라마는 천재 공대생이라는 설정으로 남자 주인공의 무기를 더욱 견고하게 했다. 지난 9일 방송된 6화에서 수호는 일명 '점집 깨기(?)'를 했다. 보늬를 따라 순순히 점집에 따라간 수호는 무속인의 말을 과학적으로 반박했다. 무속인은 수호의 논리적인 말솜씨에 두 사람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나 원작이 가진 '영혼'까지 바꾼다면 말이 달라진다. 웹툰 '운빨로맨스'는 너무나 다른 배경에서 자라온 극단적인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다. 여자가 점을 믿는 것, 남자가 돈을 모으는 것은 웃음만을 위한 장치가 아니었다. 미신과 돈이라는 서로의 '종교' 때문에 갈등을 겪던 여자와 남자가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걸 인지하는 한 편의 성장 드라마와도 같았다.

지난 15일 방송된 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보늬와 수호가 잠들어 손가락이 부딪혔을 때 병실에 누워있던 보라(김지민)의 손가락이 움찔하는 장면을 에필로그로 보여줬다. 이 장면은 표면적으로 '점괘가 옳다'는 걸 의미하고 있다. 물론 그 운빨이 들어맞는 과정에서 보늬가 들인 노력, 즉 의지가 없었다고 볼 수 없으나 '호랑이띠 남자와 동침하면 동생이 산다'는 무속인의 말이 맞아 떨어지며 운에 무게추가 기울었다.

원작과 달라진 드라마에 실망한 웹툰 독자들이 비록 드라마를 보지 않더라도 "좋은 작품을 왜 이렇게 망쳐 놓았냐"는 이야기는 듣지 않기 위해선 원작의 가치를 인정하고 배려해야 한다. 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미신을 맹신하는 여자'라는 설정이 단순히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유발되는 웃음만을 위한 코드가 아니길 바란다. 앞으로 남은 8회동안 결핍을 가진 두 주인공 보늬, 수호가 서로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관심이 쏠린다.

lyy@xportsnews.com / 사진 = MBC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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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빨로맨스'②] 황정음·류준열, 전작 그림자 완벽히 지워낼까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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