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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탐정 홍길동' 조성희 감독, 새로움에 대한 갈망

기사입력 2016.06.13 20:40 / 기사수정 2016.06.13 20:40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조성희 월드'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자신만의 독보적인 세계를 스크린에 녹여내고 있는 조성희 감독이 두 번째 장편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로 관객들을 만났다.

5월 4일 개봉한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배우 이제훈이 홍길동, 김성균이 광은회 실세인 악역 강성일로 분했으며 고아라와 박근형, 아역 노정의와 김하나 등이 힘을 보탰다.

2009년 단편 '남매의 끝'으로 데뷔해 제62회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 3등상을 비롯해 미쟝센 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조성희 감독은 2012년 송중기, 박보영 주연의 '늑대소년'을 통해 665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성공적인 상업영화 데뷔전을 치렀다.

어떤 차기작을 선보일 지 궁금해 하는 주변의 높은 관심 속에 개봉 시간만으로는 꼬박 4년 만에 내놓은 새 작품이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었다. 작품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판타지적인 세계관을 독특하게 그려내며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탄생의 의미가 있는 작품"

2014년 12월 크랭크인해 2015년 4월 촬영을 마쳤고, 올해 5월 극장에 선보이기까지의 사이에도 꼬박 1년의 시간이 걸렸다. 영화를 처음 준비했을 때부터 개봉까지의 시간을 회상한 조성희 감독은 "크랭크업하고 개봉하기까지가 좀 걸렸다"며 작품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인 CG 작업 과정을 먼저 예로 들어 설명했다.

"저희 영화의 CG 자체가 특이하다거나 어려운 건 없어요. 동물이나 괴물, 로봇이 나와서 변신하고 이런 건 전혀 없고, 대신 배경 합성이 있거든요.(웃음) 그 양이 굉장히 많았죠. '괴물', '트랜스포머' 같은 CG는 아니라서 영화를 보다 보면 '뭐가 CG야?'라고 할 수도 있어요.(웃음)"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 중 하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홍길동'이라는 이름을 볼 때 느껴지는 고정관념을 비틀어준 데 있다. 실제 영화 속 장면에서도 부동산을 찾은 홍길동이 책상 위 예시 문서에 적힌 '홍길동'이라는 이름을 보고 묘한 표정을 짓는 장면이 있다. 조성희 감독이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들어간 이 장면은 찰나지만 '홍길동'이라는 이름이 갖는 존재감을 보는 이들에게 상기시켜준다.

"저도 궁금했죠.(웃음) 휴대전화에도 음성으로 명령하는 게 있잖아요. 거기에서도 주로 예시로 나오는 이름이 홍길동이지 않나요. '홍길동'하면 오해의 여지도 없고, 이미 좀 아는 이름이니까 그런 부분이 명확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왜 그런 걸까요?(웃음)"

일반적인 고정관념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속 홍길동은 현재의 상황이나 자신의 마음을 내레이션으로 설명하며 관객들의 몰입을 돕는다. 조성희 감독은 "사실은 홍길동이 감정이입을 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인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말 착하고 고생하는 사람에게는 빨리 감정이입이 되고, 난관을 얼른 극복하길 바라게 되잖아요.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뭔가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바라곤 하는데, 홍길동은 한발 떨어져서 보게 되는 인물이죠. 그래서 '홍길동이 빨리 김병덕(박근형 분)을 찾았으면 좋겠다'보다는 '(김병덕을) 찾아서 어떻게 할까' 이렇게 개체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돼요. 거기에 내레이션이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어찌하였든 홍길동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보니, 내레이션이 홍길동의 속마음을 계속 노출시켜주면서 그 마음을 따라갈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것이죠."

본래 홍길동 캐릭터는 지금 스크린 속에 드러난 것보다 조금 더 강렬한 면모가 있었다. 조성희 감독은 관객이 캐릭터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선을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최종 완성본에 드러난 홍길동은 육체적으로 강하거나 남성미가 두드러지지도 않고, 감정적으로도 정의감이나 선한 대의를 갖고 있는 인물도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교활하고 비겁하며 사람들을 멸시하기도 하는, 관객들이 쉽게 좋아할 수 없는 것들을 오히려 많이 가진 쪽에 가깝다.

"영화 내내 홍길동이 악당들을 물리치기 위해서 달려가는 것은 개인적인 목적(복수)을 달성하기 위해서잖아요. 그랬을 때 '관객들이 홍길동을 좋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처음 시작부터 캐릭터 영화를 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지만 만드는 과정, 마무리에 있어서도 '캐릭터가 관객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가 있었죠. 어쨌거나 악당들을 처치하기 위해서 그렇게 잔인한 방법(손가락 자르기 등)을 쓰는데, 상대가 악당임에도 굳이 저렇게까지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 수위를 계속 조절하는 과정에 있어서 이렇게 저렇게 많이 해봤었죠. 그래서 홍길동 캐릭터가 사실은 정말 좋아할 수도 있고 안 좋아할 수도 있고, 또 좋아지는 순간과 안 좋아지는 순간이 오가는 여러 외줄을 타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그래서 밉다가도 싫다가도 좋다가도 하는 그런 밀당 있는 매력의 캐릭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의 시간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영화의 모습에 후회는 없어요."

'감히 겁도 없이 이 홍길동님에게 덤빈 벌이다', '몹시 실망스러워' 등의 대사, 만화처럼 반짝이는 악당 강성일(김성균)의 뿌연 안경 등 시대와 시간을 뚜렷하게 파악할 수 없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배경은 영화의 신비감을 한층 더 배가시킨다.

"연극적인 느낌이 있죠. 영화 전체가 현실이 아니에요"라고 웃은 조성희 감독은 "이야기 자체와 이야기를 담는 표현방식에서 논리적인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고, 생각 없이 가는 면도 있죠. 이런 것들이 캐릭터와 궤를 같이 하는 것 같아요. '실망스러워'란 표현이 어떻게 보면 그야말로 연극적인 느낌이긴 한데, 영화의 표현이나 연출 자체가 계산된 느낌이 있으니까 저는 다시 쓰라고 해도 그렇게 쓸 것 같아요"라고 설명을 이었다.

그만큼 대사로 표현되는 것이 많고, 또 대사 못지않게 CG로 드러나는 영화적 색채 역시 뚜렷한 것이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특징 중 하나다. 조성희 감독은 길게 이어지는 대사나 화면들이 모두 개그와 유머 장치를 포함한, 이 영화의 스타일 중 하나라고 전했다.

"우리 영화는 대사도 많고, 설명 같은 것들이 한 번에 길게 말로 이어지는 것들이 많아요. 저는 영화에서 흐르는 내레이션도 음악의 악기 중 하나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거든요. 왜 옛날에도 고독한 남자가 골목길에서 옷깃을 바짝 세우고 가로등 뒤편에서 누군가를 훔쳐보고 있는 그런 모습이 있잖아요. 흑백영화에 보면 또각또각 발소리가 나고, 조용히 쫓아가면서 나오는 내레이션이 굉장히 사변적이고 현학적인, 마치 시 같은 그런 영화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거기서 보면 사실 그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고, 그냥 '목소리가 흐른다', '그 사람 마음속에 들어가 있다' 이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우리 영화의 내레이션도 상황이나 홍길동의 마음을 설명하는 여러 용도로 굉장히 많이 사용된 것 같아요."

배경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CG가 많아서 배우들이 실제 바깥 풍경보다 초록색(합성 화면의 배경) 화면을 더 많이 봤겠다'는 장난 어린 질문에도 "그렇죠"라고 온화한 미소로 답을 내보인 조성희 감독은 "배경합성이 굉장히 많고, 야외는 일단 나가면 하늘이나 이런 모습들을 교체한다는 게 있었어요. 실내 세트는 따로 한 건 없고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작품도 있잖아요. 보면서 조금은 그런 듯 아닌 듯한 느낌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라며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을 보고 난 후 드는 생각 중 하나는 '꼭 후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극 중 홍길동과 강성일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후속편을 연상케 하는 말들이 오가고, 동이(노정의)와 말순(김하나)을 만나 조금은 변한 듯한 홍길동의 모습이 여운을 남기는 것이 그렇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동의한 조성희 감독은 "사실 악의 뿌리를 뽑아내고 이야기가 마무리되려면 더 해치워야 될 사람들이 남아 있잖아요. 사실 홍길동 캐릭터가 완전히 다 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 뒤에 숨은 이야기가 있다면, 홍길동은 계속해서 자비 없이 악당들을 잔인하게, 또는 과격하게 응징하겠죠. 만나는 사람마다 깊은 우정을 나눌 것 같지도 않고, 또 친구를 만들 수도 없고 만들 이유도 없기에 계속 자기 정체를 숨긴 채로 사람들을 만나면 신분 세탁을 하겠죠. 홍길동이 갖고 있는 캐릭터는 계속 유지하되, 이 영화에서는 일단 자기 상처를 치유한 거예요. 아이들을 통해서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거기서 해방되고. 그래서 홍길동도 약간의 성장을 하는 거죠. 이 영화는 (홍)길동이가 진짜 자기 소명을 깨닫고 거듭나는, 그래서 정말로 '진짜 이제 제대로 일을 하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탄생, 출발의 의미가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라고 이번 영화를 정의해 본다.


▲ "좀 더 나은, 좋은,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바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고, 관객들에게 선보여지기까지 '감독'이라는 이름은 꽤나 많은 것들에 대한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위치이자, 또 직업이다. 상업영화 데뷔작의 성공으로 차기작에 대한 주위의 기대 역시 높아졌고, 이를 온전히 떠안아야 했던 조성희 감독은 "어느 일이나 다 그렇지 않을까요. 고되고 어려운 부분들이 있지만, (영화에 대한) 결과가 좋고 관객 분들이 좋아하신다면 고생한 것들은 한 순간에 사라지죠"라면서 담담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조성희 감독이 자신만의 고유한 색채를 꾸준히 발현하며 달려가고 있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새로운 것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조성희 감독의 어조에는 믿음이 가득했다.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의 마음은 혹시나 안 좋아하시더라도, 조금이라도 새로운 걸 서비스해드리고 싶은 게 크죠. 돈가스를 정말 좋아하는 손님이 계신다면, '생선가스 맛도 한 번 좀 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처럼요. 서비스하는 사람들의 마음으로 '이런 것도 있다', 그 맛을 한 번 보여드리고 싶은 거예요. 또 요즘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 만화책에 온갖 기상천외하고 독특하고, 특이한 내용이 많이 있잖아요? 저희 영화 자체에 흐르는 공기나 세계관, 이런 것이 완전히 새롭거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특이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낯설어하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충분히 즐기실 수 있고 영화를 만든 저희들도 완전 '오락영화'라고 생각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즐기시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를 언급할 때 흔히 이름 앞에 붙는 '뉴 크리에이터(New Creator)'라는 수식어를 말하자 "마케팅팀에서 만든 말이다"라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인 조성희 감독은 "저는 모르셔도 괜찮아요. 저보다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 '뉴 무비(New Movie)' 이런 수식어를 얻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털어놓는다.

냉철하게 바라보되, 앞으로의 청사진을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시선도 놓지 않는 그다.

"아직도 저는 갈 길이 멀고, 영화 만드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다 대단하게 느껴져요. 지금까지 한 작품보다 앞으로 할 작품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도, 그리고 다음 작품도 많은 관심과 사랑 주셨으면 좋겠고 저 역시도 좀 더 좋은, 재밌는 영화를 만들도록 노력해야겠죠. 지금은 좀 더 나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그 바람밖에 없습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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