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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개봉①] 생생한 캐릭터·색다른 미장센이 그려낸 아름다운 스릴러

기사입력 2016.06.01 10:02 / 기사수정 2016.06.01 10:07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영화 '아가씨'가 6월 1일 개봉했다. 5월 열린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아가씨'가 국내 관객들에게도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속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 분)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김태리)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 등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들이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그리며 144분의 러닝타임 동안 지루할 틈 없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찬욱 감독은 "(그동안의) 제 영화 중에서도 제일 정성을 많이 들인 영화다. '이렇게 감독이 할 일이 많은 건가' 싶을 정도로 후반작업 기간도 제일 길었다"며 '아가씨'에 갖고 있는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캐릭터를 비롯해 아름다운 미장센과 대사에 집중하면 '아가씨'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 4명의 주인공, 4色 캐릭터의 향연

'아가씨'는 하녀와 아가씨의 시점이 그려지는 1, 2부에 이어 이야기가 하나로 모이는 3부가 이어진다. 이 속에서 주인공 4명이 보여주는 각각의 개성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거대한 저택에서 후견인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아가씨 히데코 역의 김민희는 순수하고 여린 듯 하다가도 어느 순간 차가움을 내보이며 시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인물의 매력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도둑의 딸로 태어나 장물아비에게 길러진 고아인 하녀 숙희 역의 김태리는 날것의 매력으로 생생한 기운을 발산한다. 아가씨의 재산을 가로채려 하는 백작의 계획에 함께 하지만, 아가씨를 향한 진심과 백작과의 거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널뛰는 감정을 흥미롭게 표현한 김태리의 연기는 아가씨와는 정반대의 느낌을 선사한다.

하정우가 연기하는 백작은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유쾌함을 이끄는 것은 물론, 이야기가 펼쳐지는 다리 역할을 하며 생동감을 안긴다. "하정우의 연기로 백작의 캐릭터가 시나리오보다 더 매력적으로 살아났다"고 칭찬한 김민희의 이야기처럼, 때로는 신사답고 또 때로는 능청스럽게 아가씨에게 접근해가는 백작의 모습은 하정우의 연기로 더욱 현실감 있게 완성됐다.

캐릭터를 위해 18kg을 감량하고 첫 노인 연기에 도전한 조진웅은 몰락한 일본 귀족과의 결혼으로 신분상승의 욕망을 이룬 후견인 코우즈키를 연기했다. 엄격한 규율과 보호 속에 아가씨를 키운 이모부이자 후견인인 그가 점차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며 극을 장악해 가는 과정에서는 긴장감이 더해진다.

'아가씨'는 김민희와 김태리가 함께 연기한 동성 베드신으로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단순히 베드신 하나만으로 이 영화가 갖는 이미지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 중 대사가 가장 많다는 '아가씨'는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등 배우들이 만들어 낸 캐릭터의 생생함과 더불어 재미를 배가시킨다. 이렇듯 각각의 캐릭터들을 한꺼풀 더 벗겨내고 들어가면 베드신은 물론 이들의 대사, 행동에서 보이는 의미 하나하나를 더 색다르게 짚어나갈 수 있다. 


▲ '보는 즐거움의 극치' 아름다운 미장센


박찬욱 감독은 "일제강점기로 대표되는 1930년대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동·서양의 문화, 계급 사회와 자본주의, 전통과 근대가 공존하는 1930년대의 과도기적 이미지를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아가씨'의 배경과 의상은 작품을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데 한 치의 의심도 들지 않을 만큼 화려하고, 또 고혹적인 분위기를 발산한다.

대표적인 장소는 아가씨의 대저택, 코우즈키의 서재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 영국의 양식까지 함께 녹여낸 아가씨의 저택은 세상과 고립된 느낌 속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저택 속에는 서구 문화에 대한 동경, 신분 상승 욕구가 남달랐던 코우즈키의 욕망이 함께 투영돼 있다. 그 속의 서재 역시 마치 서양을 연상시키는 묘한 조화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가씨로 대표되는 화려한 의상을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김민희는 '아가씨'를 통해 25벌이 넘는 드레스 자태를 선보인다. 여기에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헤어스타일부터 액세서리까지, '보는 즐거움'은 아가씨의 다채로운 드레스 자태로 더욱 빛을 발한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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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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