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아영 기자] "'난 보여줄 게 많다!' 이게 제 무기라고 생각해요."
배우 유인영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 맡은 윤마리 역할에 대해 "내 이미지 때문에 마리가 손해 보면 어쩌지"라는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SBS '별에서 온 그대'부터 '가면', 영화 '베테랑'까지 워낙 강하고 독한 캐릭터, 이른바 '악녀'를 도맡아 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굿바이 미스터 블랙'의 윤마리는 유인영에게 새로운 시도였고, 소중한 기회였다.
윤마리는 결국 민선재(김강우 분)를 용서하고, 기다림을 약속했다. 유인영은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마리가 나쁘게 그려질까 노심초사했기 때문에 "그렇게 끝을 맺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 제작발표회에서 두 남자에게 사랑받는 역할에 기대감을 드러냈는데 막상 드라마에선 초반에 짧게 그려져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유인영은 그 부분에 대해 욕심을 내지 않았다.
"제가 발랄한 역할을 한 게 짧긴 했지만, 너무 한 번에 변한 모습을 보여주면 보시는 분들이 체할 수도 있잖아요. (웃음) '착한 캐릭터도 괜찮았어'라고 이야기해주셔서 그것만으로도 고마워요. 이렇게 점점 차이를 줄여나가면 시청자들이 덜 어색하지 않을까요."
시청자들이 유인영이 윤마리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갸우뚱'했지만, 실제로 만나 본 유인영은 윤마리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명랑하고 사랑스러운 모습, 가끔은 엉뚱하면서도 소녀 같은 면모가 그랬다. "꾸며서 이야기하는 걸 잘 못하"고 "솔직하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고 집에 돌아가서 '괜히 이야기했나' 자책"하기도 한다고.
"저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걸 별로 안 좋아해요. 다른 사람 언급하는 것도 피해를 주는 것 같아요. SNS도 보면 드라마 현장에서 찍거나 혼자 운동한 것밖에 없어요. 예능도 잘 못 하고 잘 안 나가니까 그런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난 보여줄 게 많다!' 이게 제 무기라고 생각해요."
대중이 유인영에게 가진 이미지 때문에 예전에는 억울하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왜 몰라줄까, 나도 다른 걸 할 수 있는데"하면서 말이다. 배우가 한 쪽으로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건 절대 피하고 싶은 일일 터다. 유인영 역시 그랬지만, 서른을 기준으로 사고방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서른이 된 이후 특별출연·카메오 가리지 말고 하다 보면 '좀 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했던 게 '별에서 온 그대'와 '기황후'였어요. 두 작품 모두 잘 됐죠. 그렇게 제가 끊임없이 작품을 하고, 생각의 폭을 넓히다 보니 긍정적으로 바뀌더라구요. 다른 것도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으니까 '지겨워진다고? 다른 것 보여줘야지'라고 생각해요."
유인영은 정말 바쁘게 살았다. '가면', '오 마이 비너스', '굿바이 미스터 블랙' 등 연달아 드라마를 했고 그사이 '베테랑'에 출연했다. 개봉 예정인 영화 '여교사'도 촬영을 마쳤다. '오 마이 비너스' 이후 사나흘의 휴식을 갖고 바로 '굿바이 미스터 블랙' 촬영을 시작했다고.
"욕심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휴식이 길어지는 것에 불안감도 있고, 운이 여러 가지로 잘 맞아떨어지는 것도 내가 움직일 때 운이 찾아오는 거지 기다린다고 찾아오진 않는 것 같아요. 한 단계 발전을 위해선 끊임없이 보여드려야 하니까요."
유인영의 '욕심'은 드라마에만 머물지 않는다. 패셔니스타로 정평이 나 있지만 사실은 이 또한 노력의 결과다. "저에게 기대해주시는 부분이 있으면, 충족시켜드려야 하잖아요. 그래서 공부를 하는 거지, 사실은 진짜 트렌드를 이끌어가시는 분들에 비하면 잘 몰라요"라며, 집 앞 편의점에 갈 땐 잠옷 위에 외투만 걸치고 나간다고 고백했다.
유인영은 '오 마이 비너스'를 시작으로 조금씩 자신의 숨겨놓은 '무기'를 꺼내 보여주고 있다. '오 마이 비너스'도 전형적인 악녀라기보단 얄미우면서도 입체적인 캐릭터였고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역시 전형적인 착한 여자는 아니지만 조금 더 밝아졌다. 그가 더 적극적으로 모든 무기를 꺼내놓기 위해서 함께 도전할 "용기 있는 감독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중들이 저에게 바라는 모습, 좋아하는 모습이 화려한 모습들이니까 아무래도 화려하면서 강한 역할들이 들어오는 거겠죠. 조금씩 변화하려고 노력하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을 수 있는 저예산영화와 단막극에도 꾸준히 관심이 있어요. 언젠가는 저의 다른 부분을 끌어내 주실 분들이 나타나 주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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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