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루이스 판 할(6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명예를 회복했다.
판 할 감독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올 시즌 다른 대회서 이미 우승에 실패하고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마저 놓친 상황서 하나 남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은 다음 시즌 사령탑 유지에 희망을 걸 유일한 방법이었다.
결과적으로 판 할 감독은 자존심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판 할 감독이 이끈 맨유는 2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크리스탈 팰리스와 90분 정규시간 동안 1-1 무승부를 기록한 뒤 돌입한 연장전에서 제시 린가드의 결승골을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사실 FA컵 우승이 얼마나 판 할 감독에게 남은 시간을 보장해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결승을 앞두고도 현지 언론들은 맨유의 다음 시즌 사령탑으로 주제 무리뉴 감독이 부임한다는 보도를 할 만큼 판 할 감독의 입지는 불안한 상태다.
신뢰가 사라졌다. 두 시즌 동안 천문학적인 이적 자금을 활용해 선수단을 대대적으로 개편으로 하고도 단 한 하나의 우승컵도 들어올리지 못한 지도력을 더이상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었다. 그래도 판 할 감독은 맨유와 계약이 아직 1년 더 남아있었고 FA컵 우승의 결과물을 안긴다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승만이 자신의 미래를 지켜낼 유일한 방법이었던 셈이다.
생명의 끈을 지켜내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맨유는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했지만 골대만 두 번을 때리면서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심지어 후반 33분 제이슨 펀천에게 선제골까지 허용하면서 맨유서 시간이 이제 종료되는 듯했다.
하지만 판 할을 살린 것은 선수들이었다. 실점 이후 무섭게 돌변한 맨유는 더욱 힘을 짜내 팰리스를 몰아붙였고 3분 만에 후안 마타의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연장에서도 크리스 스몰링이 퇴장당해 10명이 뛰는 당혹스런 상황을 맞았으나 판 할 감독은 라이언 긱스 코치와 논의한 뒤 연장 후반 전략을 세웠고 6분 후 제시 린가드의 오른발에서 터진 호쾌한 결승골에 뛸 듯이 기뻐했다. 좀처럼 벤치서 일어나지 않는 판 할 감독은 린가드의 골이 터지자 그라운드까지 내려와 긱스 코치와 포옹을 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많은 비판의 목소리에도 12년 만에 FA컵을 안긴 판 할 감독은 마침내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고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 이후 3년간 지속하던 무관의 시간을 끊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처음 부임할 때만 해도 명장의 권위를 잃지 않았던 판 할 감독이지만 지금은 비판의 중심에 선 상황이다. 그래도 FA컵 우승으로 명예는 챙긴 판 할 감독은 유임과 경질의 결정을 맨유에게 맡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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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