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아영 기자] '우보천리(牛步千里)'. 우직한 소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는 말이다. 단역부터 시작해 일일극으로 얼굴을 알리고 스크린까지 넘보는 배우 김규선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없을 것이다.
김규선은 종영을 앞둔 MBC 일일드라마 '아름다운 당신'에서 차서동으로 출연 중이다. 태권도 부사범으로 긍정적이고 통통 튀는 매력으로 여의주, 공명과 함께 '아름다운 당신'의 상큼함을 담당하고 있다. 차서동 역할을 위해 긴 머리를 싹둑 자른 김규선은 "서동이 역할에 짧은 머리밖에 떠오르는 게 없었어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아름다운 당신' 오디션 당시 처음부터 차서동 역만 생각하고 간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올림머리에 원피스 차림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는데 '아름다운 당신' 제작진은 처음부터 김규선을 차서동으로 눈여겨봤나 보다.
"'운동 잘하냐'고 물어보셔서 운동 잘한다고 했어요. 민소매를 입고 갔는데 제 팔 근육을 보여드렸죠. 이후 촬영장에서 제가 태권도 하는 걸 보시더니 장난으로 '운동 잘한다며, 사기 쳤냐'고 그러시더라고요. 아마 제 운동 실력을 알아챘지만 자신감 있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태권도 장면을 위해 액션스쿨을 다니며 열심히 준비했지만, 어쩐 일인지 작가가 더는 태권도를 하는 장면을 대본에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모르겠다"며 또 크게 웃은 김규선은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단기간에 되는 게 절대 아니기 때문에 (태권도 장면이) 나오지 않아서 좋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름다운 당신'에서 김규선은 여의주와 티격태격하다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사실 두 사람은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동기다. 스무 살 때부터 알고 지낸 사람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원래 아는 사인데 초반에 어색한 사이를 연기하는 게 더 힘들었어요. 친해지고 연인이 된 이후엔 오히려 편했어요. 극 중에서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커플을 연기해야 하는데 오글거리는 대사들이 힘들었죠. 예를 들면 여의주가 '귀신 꿈꿨어(기싱꿍꼬또)'라고 말하는 장면 같은 거요."
김규선은 '귀신 꿈꿨어'라고 말할 때는 회상하면서도 못 견디겠는지 손을 비비 꼬았다. 키스신은 더욱 힘들었겠다는 말엔 "그건 키스신이 아니라 뽀뽀신이죠"라며 확실하게 선을 그은 김규선은, "아무 감정 없었어요. 연기만 몰입했어요"라며 배우의 '프로정신'을 보여줬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방영된다는 특성상 일일극 이후 인지도가 크게 상승하기도 한다. SBS '황홀한 이웃' 이후 연달아 일일극에 출연하고 있는 김규선은 아주머니 팬들이 많아졌다는 걸 백화점 시식코너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못 알아볼 줄 알고 백화점 시식코너를 갔어요. 하나 먹고 가려는데 아주머니가 알아보시고는 '더 먹고 가라'고 하셨어요. 정확한 이름은 몰라도 '태권도 하는 여자' '정애리 막내딸' 이런 식으로 기억해주시고, 제 파마머리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일일극 파워가 대단해요."
최근 '아름다운 당신' 촬영을 마친 김규선은 곧 영화 '더킹' 촬영에 돌입한다. 대본리딩 현장에서 만난 조인성, 정우성은 연예인의 연예인이었다. 함께 사진 찍자는 말은 못하고 먼발치에서 팬심을 담아 사진을 찍었다고 설명하는 김규선의 모습에서 신인의 풋풋함이 느껴 졌다. 조인성이 대학 선배라며 "후배라고 하면 잘 해주시지 않을까요"하고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일일극 조연에서 대작의 중요 조연까지 꿰찬 김규선을 벼락스타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기반을 착실히 다져온 내실 있는 배우다. 2010년 MBC 수목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와 영화 '심야의 FM' 단역으로 출발해 최근 MBC '호텔킹' 시트콤 '도룡뇽 도사와 그림자 조작단' 조연으로 서두르지 않고 한 단계씩 밟아오고 있다.
"더디지만, 차근차근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계획한 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배우가 작품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누군가 계속 나를 찾아줘야 하니까요. 거창한 계획보단 끊이지 않고 새로운 작품과 캐릭터를 맡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다작이 목표라고 말하는 김규선은 "오래 쉬면 불안하다"는 워커홀릭이다. 자신을 '중고 신인'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패기있는 청춘이기도 하다. 자신감과 긍정으로 똘똘 뭉친 김규선이 앞으로도 소같은 걸음을 우직하게 내딛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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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