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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선 링, 최용수는 여전히 복서였다

기사입력 2016.04.16 16:58 / 기사수정 2016.04.16 17:11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당진, 조용운 기자] 불혹의 나이에도 세계 챔피언을 지낸 감각은 여전했다. 전 세계챔프 최용수(44)가 13년 만에 돌아온 사각의 링에서 화려한 복서의 힘을 과시했다.

최용수는 16일 오후 충남 당진에 위치한 호서고등학교체육관에서 열린 나카노 카즈야(30,일본)와의 라이트급 매치에서 8라운드 1분53초 만에 TKO 승리를 따냈다. 5라운드와 7라운드서 두 차례 다운을 빼앗으며 승기를 잡은 최용수는 8라운드에 속사포 펀치를 퍼부어 승리를 따냈다. 

최용수의 복서 인생은 현재진행형이다. 최용수는 1990년대 한국 권투의 유일한 챔피언으로 세계를 호령했던 인물이다. 복싱이 좋아 서울로 상경해 복서로 꿈을 키운 전형적인 헝그리 복서다. 남들보다 뛰어난 심폐력에 오른손 훅을 장기로 활용한 최용수는 저돌적인 스타일로 1995년 WBA 슈퍼페더급 챔피언에 처음 오른 뒤 3년 동안 7차례 타이틀을 방어한 스타다. 

최용수의 존재는 단순한 세계 챔프 이상이었다. 당시 최용수는 하향세에 접어들 무렵의 한국 권투의 마지막 보루였다. 유일한 국내 챔프로 타이틀 방어를 홀로 이어가는 저력에 국민은 마음속으로 큰 박수를 보냈다.  

아쉽게도 최용수는 복서로 끝인사를 맺지 못했다. 1998년 하다케야마 다카노리에게 8차 방어를 실패했던 최용수는 2003년 1월 세계복싱평의회(WBC) 동급타이틀매치로 재기를 노렸으나 시리몽콜 싱마나삭(태국)에게 판정패하며 링을 떠났다. 이후 2006년 격투기 K-1으로 무대를 옮겨 2연승을 거뒀던 최용수는 이듬해 링을 완전히 떠났다.

현역에서 물러난 뒤 모아둔 돈을 사기 당해 버스 운전과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기도 했던 최용수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체육관을 열고 지도자로 활약하면서 권투계를 떠나지 않았다. 그럴수록 복서 최용수로 떠나지 못했던 지난 아픔이 떠올랐다. 최용수는 "여러 사정상 복서가 아닌 K-1 파이터로 링을 떠났다. 링의 주인은 복서다. 복서로 은퇴하고 싶어 글러브를 다시 꼈다"고 이번 복귀전에 임한 개인적 소망을 전했다.  

더불어 영원한 챔피언 최용수를 다시 링으로 이끈 것은 사그라든 한국 권투의 불꽃을 다시 지피기 위한 사명감도 크게 자리했다.

최용수의 복귀에 권투계 인사는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현장에서 최용수의 복귀전을 중계한 유명우 해설위원은 "이 나이에 현역으로 돌아온다는 발상에놀라기도 했다. 주위에도 말을 먼저하지 않고 신중하게 준비했다더라"면서 "옛날 기량은 아니겠지만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침체된 한국 복싱에 큰 힘이 되어줘 감사하고 4~50대의 힘을 보여주길 바란다"는 응원을 전했다. 

puyol@xportsnews.com / 사진=당진, 권혁재 기자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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