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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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들' PD "건강한 기획에 호평, 보람 있다"(인터뷰③)

기사입력 2016.03.08 12:45 / 기사수정 2016.03.08 12:45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덕후들은 특정 분야만큼은 전분가 부럽지 않은 지식을 자랑한다. 열정은 기본이며 식견이 넓고 박학다식하다.

편의점, 커피, 빵, 인형뽑기 등 일상 덕후부터 항공, 우주, 로봇 등 전문적인 분야의 덕후들까지 저마다의 덕력(力)을 뽐낸다. '능력자들‘은 이들의 지식을 지켜보는 재미를 주는 것은 물론, 미처 알지 못했던 분야를 새롭게 들여다보게 한다.

이지선 PD는 가장 인상 깊은 능력자로 우주덕후를 꼽았다. 애니매이션 ‘은하철도999’를 계기로 우주에 관심을 가진 천문학도 우주덕후는 우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드러냈다. 깐깐한 덕후 판정단에 43표나 얻으며 덕력을 인정받았다. 

“좀비와 추리의 연장선과 마찬가지로 실체가 없는 분야인데 시청자들이 흡인력 있게 받아들였어요. 그 점에서 보람을 느껴요. 우주를 다룬 영화가 천만관객을 기록해도 메인스트림이 아니기 때문에 반신반의했는데 능력을 잘 보여줬죠. 김구라, 윤박, 에일리 씨의 리액션도 좋았고요. 밀리터리 덕후도 인상 깊어요. 군대라는 게 어렵고 어떻게 보면 외진 장르인데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어요.” 

취미 이상의 전문적인 능력을 지닌 덕후들이 출연하는 만큼 검증 과정도 까다롭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제작진의 노력도 필수다. 자료조사부터 실행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진행한다. 이 PD는 “‘스펀지’ 실험실 이상으로 내부적인 실험을 거친다”고 이야기했다. 

“냉면 편에서는 정확히 그 맛을 내야 하기 때문에 그 전에 사서 얼려야 하는지, 육수만 파는지, 팔지 않는지 다 알아봤어요. 누구나 익숙한 분야인만큼 섣불리 하면 안 되거든요. 인형뽑기 덕후 때는 미리 기계를 준비해서 기계공학과를 나온 작가와 새우튀김 만들기가 가능한지 아닌지 다 실험을 해봤어요. 박소현 씨의 아이돌 능력자 검증을 위해서는 일일이 기획사에서 사진을 받아 정확한지 아닌지 확인하고 등신대를 만들었죠. 실수가 안 나오도록 끝까지 치밀하게 검증하고 있어요.” 


깐깐한 검증이 이뤄지는 만큼 출연이 좌절된 이들도 많단다. 홍보가 목적인 이들, 혹은 덕후보다 전문가에 가까운 이들을 가려내는 것도 제작진의 몫이다. 출연에 적합한 덕후를 구분하는 일은 어렵지만 제작진만의 기준은 있다.

“너무 특이한 분들은 의심이 가긴 해요. 다른 방송에 출연했다고 해서 못 나오는 건 아니지만 진실성이 안 느껴지는 분들도 있죠. 말투에서도 느껴지는데 덕후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고 전문가는 결론을 빨리 내요. 자기의 실수담이나 잘못된 결과가 나온 얘기는 안 하는 경향도 있어요. 이미 결론이 난 얘기보다는 무모함에 대한 히스토리와 열정을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을 출연시키고 있어요.” 

능력자들은 '덕후라도 괜찮아‘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예능이다. 무모하지만 한 분야에 열정을 불태우는 ‘능력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새로운 시각으로 덕후를 바라보게 된다. 

프로그램 하나로 부정적인 편견을 완전히 없앨 순 없겠지만, '덕후=진정 즐기는 자'들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순기능 덕에 최근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아시아 섹션에는 ’능력자들‘을 언급한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많은 예능이 서로 독한 코미디를 선보이고 극한 지역에 가고 스타 캐스팅을 하는 격전지에서 건강한 기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획기적인 걸로 뚫고 가는 건 아니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MBC

'능력자들' PD "덕후, 존경받아 마땅한 시대"(인터뷰①)
'능력자들' 박소현부터 정준영까지 ★의 재발견(인터뷰②)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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