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덕후. 일본어 단어인 '오타쿠'가 국내 온라인상에서 '오덕후'라는 단어로 변모된 것으로 한 분야의 마니아를 지칭한다. 그동안 ‘덕후’는 부정적인 이미지 안에 머물렀다. 이를테면 집에 틀어박혀 특정한 것에 집착한다거나 사회성이 결여된 이들을 떠오르게 했다.
하지만 이젠 시대가 달라졌다. 덕후들이 능력자로, 지식인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 안에는 음지에 숨은 이들을 양지로 끌어들인 프로그램이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능력자들’ 이야기다.
'능력자들'은 일반인이 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스타들이 대거 나오는 여느 예능 못지않게 재미를 가져다주며 호평을 받고 있다. 시청률 면에서도 5~6%대(닐슨코리아 전국)를 꾸준히 유지, 고정 시청층을 확보했다.
최근 엑스포츠뉴스와 만난 ‘능력자들’의 이지선 PD는 “덕후의 긍정적인 면을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덕후의 긍정적인 면을 임팩트있게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실제로 덕후의 잠재능력을 많이 끌어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특이한 취미 생활을 능력으로 인정해주고 심도 있는 이야기를 끌어낸다. 이들의 놀랄만한 지식에 감탄하는 경우가 여러 번이다.
“메디컬 드라마 덕후들이 미국이나 영국의 메디컬 의학 드라마를 직접 번역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돈을 받지 않는데도 사명감 있게 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좋아하면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할 일 없이 그것까지 하나?'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존경받아 마땅한 시대라고 여겼죠. 실제로 혀를 내두를 정도로 (덕후들의 능력이) 굉장해요.”
그간 많은 능력자들이 열정과 지식을 뽐냈다. 롤러코스터, 편의점, 햄버거, 만화, 빵, 삼국지, 자동차, 대학교, 괴수, 커피, 항공 등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들이 ‘능력자들’을 찾았다. 주로 비연예인이 주인공인데, 처음부터 섭외가 쉬웠던 건 아니었다. 덕후를 긍정적으로 조명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으면서 제보와 지원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일반인 프로그램은 신뢰도가 느껴지지 않으면 출연을 망설이는 부분이 있어요. 처음에는 섭외가 잘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신뢰를 얻으면서 주위에서 제보도 받게 됐어요. 처음에는 망설인 분들도 제보해주기도 했고 이미 나온 분들의 추천도 많이 받고 있어요. 사실 최다득표가 나온 후의 몇주는 섭외가 안 되는데, 덕후들이 경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들이 제일 많이 하는 표현이 ‘난 덕후가 아니다’는 거예요. 그 정도의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며 고사하는데 나중에는 본인의 능력에 깜짝 놀라더라고요. ”
주로 철학과 순수함, 열정을 지닌 이들을 섭외한다. 사실 어떤 분야, 어느 정도까지를 덕후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 그 기준을 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보통 사람과 다른 덕후라 할지라도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이 있어야 할 터다.
“남들은 이해 못 해도 자신만의 철학이 있고 돈과 시간을 무모하게 쏟아낸 적 있는, 또 일반인이 볼 때 존경심이 느껴질 만한 이들을 섭외해요. 회차를 거듭할수록 시청자가 일반적인 아이템이냐 아니냐에 상관없이 캐릭터와 열정이 있느냐를 봐주는 거 같아요. 어떤 분야라도 지식을 20, 30분씩 얘기하다 보면 대중과 만나는 접점이 생기더라고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MBC
'능력자들' 박소현부터 정준영까지 ★의 재발견(인터뷰②)
'능력자들' PD "예능 격전지 속 건강한 기획 보람"(인터뷰③)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