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3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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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돌아온 '통역요정' 임소정의 이야기

기사입력 2016.02.16 00:03 / 기사수정 2016.02.16 00:17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게임과 e스포츠의 콘텐츠 유통적 특성이라면, 국내에서 생산되어 해외에 수출된다는 것이다. 기존 한국 스포츠들이 규모가 크지만 거의 내수 시장에서 유통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게임과 e스포츠는 특수한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특성으로 게임과 e스포츠, 특히 실시간으로 생산되는 e스포츠의 경우 다른 언어로 통역해 줄 전문 통역사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를 해외용으로 다시 제작한다든가, 해외 반응을 실시간으로 한국으로 전하기 위해서는 e스포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전문 통역사는 빠질 수 없는 구성원이다.

물론, 방송에서 통역하며 다양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제대로 현장음이 들리지 않거나, 다른 이유로 정확한 통역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라이브 현장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 질문을 재치있게 받아넘기기도 해야 한다.

공허의 유산 런칭 행사에서 있던 일이다. 블리자드 본사에서 스토리를 담당하는 개발자가 한국을 방문해 즉석에서 게이머들의 질문을 받는 코너가 진행됐다. 스타크래프트2의 장엄하고 진지한 설정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던 중, 한 참가자의 질문이 현장을 뒤흔들었다.

“프로토스 종족은 어떻게 번식하나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폭소를 터트렸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웃을 수 없는 사람이 단 한 명 있었다. 바로 현장 통역을 맡은 임소정이었다. “당황스럽긴 했는데, 질문이 귀엽고 순수하다고 생각했어요. 악의가 있어 난감한 질문을 한 게 아니라 정말 순수한 호기심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다행히 동석한 개발자도 의도를 잘 전달받아서 ‘신중하게 번식한다’는 재치있는 답을 줬어요.”



그녀는 과거 OGN에서 진행된 도타2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인터뷰 통역으로 활동했다. e스포츠 통역의 경우 게임에서만 사용되는 단어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기에 게임을 어느 정도 즐기는 그녀가 인터뷰를 맡았다고. 이후 그녀는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와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 인터뷰 통역도 진행했다. 당시 임소정은 프로게이머에게 영어로 질문하고 영어로 답을 받는 ‘10문 10답’도 진행했고, 선수들의 다양한 반응에 이 코너는 프로리그에서 뺄 수 없는 인기 코너가 됐다.

“정말 재미있던 경험이었어요. 찍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죠. 하지만 10문 10답을 통해 자기의 캐릭터가 잡힌 선수가 많아서 보람 있었어요. 대표적으로 ‘섹시보이’ 이병렬 선수? 질문을 던졌을 때 다른 선수보다 너무 다른 쪽으로 간 거에요. 채민준 캐스터는 영어를 정말 잘해서 방송이 재미있게 나갔죠.”

그러나 2015년 초 그녀는 당시 진행하던 방송을 모두 하차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많은 심경 변화가 있었다던 그녀는 당시의 자신에 대해 “철이 없었다”고 표현했다.


“할아버지가 저를 정말 예뻐해 주셨는데,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찾아뵙지 못했어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유품을 받았는데, 젊으실 적 사진과 제 프로리그 사진을 한 액자에 넣어두셨더라고요. 그걸 보니 엄청난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잠깐의 시간을 못 내서 문병을 못갔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병실에서 제 자랑을 그렇게 하셨다는데… 그러면서 일을 모두 그만뒀어요. 방송하고 병행하던 IT 매체 인턴까지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조차 제가 실수를 많이 했어요. 일을 그만두는데 커뮤니케이션 실수를 많이 했거든요. 그때 왜 그리 어리게 행동했는지 지금 돌아보면 저도 알 수 없었어요. 계속 후회되는 일만 하게 되니 자신감도 잃었고, 휴식할 겸 시간도 필요해서 일을 쉬었죠.”



잠시 쉬면서 자동차 관련 일을 했다는 임소정. 통역과는 관계없는 일을 하던 중 그녀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OGN에서 롤드컵 방송 통역을 하게 된 것. 하지만 일을 쉬기도 했고, 급하게 결정된 일이라 생각보다 실수도 잦았다고.

“못했어요. 너무 못했죠. 급하게 준비하기는 했지만, 실시간으로 엄청난 사람들이 올리는 반응을 보자니 정신이 없었죠. 그리고 쉬는 기간이 있어서인지 실수도 많이 했어요. 나중에 어느 분이 제 통역 실수를 정리해서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그걸 보고는 다른 사람이 지적할 수 있을 만큼 제대로 못 했다는 반성도 했죠. 그래도 저를 보고 반가워하신 분들을 보니 좋았어요.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었고요.”

롤드컵 통역 이후 그녀는 다시 e스포츠 통역을 시작했다. 스타크래프트2 공허의 유산 런칭 행사 현장에도 나선 것. 프로토스 번식 사건 같은 일도 있었지만, 통역을 잘 마무리한 임소정은 올해 GSL을 통해 다시 정규 리그 방송에 복귀했다.

“아프리카 TV, 그리고 전신인 곰exp와는 연이 없었는데 좋은 기회를 주셔서 방송에 복귀하게 됐어요. GSL 인터뷰 통역과 매주 금요일 경기가 끝나고 진행되는 스타2나잇을 맡게 되었죠. 인터뷰 통역은 하던 일이라 괜찮았지만, 스타2나잇은 제가 아나운서로 소개된 데다가 진행은 처음이라 민망했었어요. 영어로 말하는 게 꼬이니 한국어로 말하는 거도 꼬이더라고요.” 



임소정은 리그 통역과 방송 진행을 위해 스타크래프트2도 꾸준히 연습 중이라고 전했다. 인공지능과 연습하고, 지인들과도 게임을 즐긴다는 그녀는 공허의 유산 이후 스타크래프트2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공허의 유산 들어와서 래더 뿐만 아니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죠. 게임을 조금만 해 보면 재미있게 할 수 있으니 겁먹지 말고 도전해보셔도 될 거 같아요.”

스타크래프트2의 진짜 재미, 그리고 선수들의 매력을 전달하고 싶다는 그녀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도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간 실수도 많이 했지만,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꼭 제가 아니더라도 10문 10답같이 선수들의 매력을 보일 방법이 생겼으면 좋겠고요. 다양한 스타일의 선수가 있지만 선수들의 매력을 보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거든요. 여러 가지 힘든 이슈가 많지만, 스타크래프트2와 e스포츠 리그를 즐겁게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언제나 관심가져 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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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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