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서른 여섯에 들어선 야구 인생의 세 번째 페이지, 베테랑의 각오는 여느때보다 진지했다.
이진영(36)이 '마법사' 군단으로서 첫 출발을 했다. 지난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신년 하례식, 이진영은 다소 수줍은 표정으로 행사장에 들어섰다. 이적생 대표로 마이크를 잡고 짧은 각오를 전할 때에도 그 표정은 걷히지 않았다.
아직은 어색한 kt 위즈의 유니폼이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팀을 옮긴 탓에 "그 당시에는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그래서 예전보다 준비도 많이 못했다"라는 고백도 나왔다. 새로운 것을 낯설어 하고 한 길만 가는 성격이라며 자신을 묘사한 이진영은 "내가 나이를 먹었지만 여린가 보다"라며 허허 웃었다.
하지만 18년차 베테랑은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법을 알았다. 가족들의 응원은 가장 큰 힘이 됐다. "힘들다고 계속 이 상태로 있을 순 없었다. 야구를 오래 하다보니 이런 저런 일도 생기는 거다"라며 "이번 계기로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밑바탕이 될것이다"라고 달게 받았다.
신생팀에서 얻은 또 한 번의 기회, 그간 많은 생각을 해왔다는 이진영은 "앞으로 남은 야구인생이 어떻게 되느냐가 달린 시기다"라며 올해를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꼽았다. 그만큼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그전에는 하고 싶은 야구를 그냥 해온거라면, 올해는 정말 절실하다"며 독하게 마음 먹었다.
팀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진영은 "고참이 되니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 팀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는 것이다"라며 "고참으로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다. 적어도 팀에 절대 피해는 주면 안 된다. 주장도 해봤던 만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부분이 있다면 다 줄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자신에 두 번의 기회를 준 조범현 감독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이진영은 "내가 어렸을 때도 감독님은 내게 신뢰를 부내주셨고 거기에 부응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다시 시간이 흘러 뵙게됐는데 이번에도 신뢰해주신다면 거기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나는 선수니까 감독님이 원하면 해야 한다. 모든 부문에서 기대에 따라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나는 FA가 아니다"라며 손사레를 치던 이진영이다. 수비 포지션을 묻는 질문에도, 개인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모두 팀의 이름을 앞세우며 고개를 저었다. 웃음끼 빠진 이진영을 웃게 만들 일은 하나였다. "야구 잘하고, 팀이 잘되면 앞으로 웃을날이 많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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