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정지원 기자] 가수 루시드폴이 정규 7집 '누군가를 위한,'을 발표했다. 그는 바쁘게 움직이는 음원 위주 시장에서 음반에 집중하는 독특한 행보를 선택했다. 루시드폴이 직접 쓴 동화, 직접 재배한 귤을 함께 넣어 그의 생활이 담긴 음반을 다각도로 느낄 수 있게 했다. 음반을 판매하려면, 대중이 사고싶어하는 음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나름의 정공법인 셈이다. 여기에 '홈쇼핑 판매'라는 마케팅을 시도해 삽시간에 '완판'을 달성했다.
그렇게 대중의 손에 닿은 음반. 타이틀곡 '아직, 있다.'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영혼이 부르는 노래다. 루시드폴과 소속사 안테나뮤직은 그 이상 설명하지 않았지만 지난 해 전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한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들이 생존자에게 보내는 따뜻한 메시지를 연상케 한다. '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노란 나비가 되었어. 다시 봄이 오기 전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주렴'이라는 가사는 듣는 것만으로도 뭉클함을 느끼게 만든다.
◆신곡 '아직, 있다.'를 소개해달라
-비교적 일찍 '아직, 있다.'가 타이틀곡이 됐다. 편집과 편곡을 이어가는 노래가 있고, 또 어떤 곡은 10분 만에 나오기도 하는데 이 노래는 후자였다. 마치 선물같은 느낌이었다. 기타를 계속 반복해서 연주해서 자세히 들으면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2년만 신보다.
-2년에 한 번씩은 정규 음반을 내겠다는 혼자만의 약속이 있다. 앨범은 음악을 발표하는 기회이자 내 역사를 담은 기록물이다. 6집 앨범 이후 올해까지 음악인이자 사람 루시드폴의 기록 창작물이라 여겨달라. 이번엔 원고지 160매 분량의 동화와 사운드트랙 다섯 곡, 신곡 10곡을 수록했다. 소속사도 이번 작품을 책으로 봐야할지 음반으로 봐야할지 고민했지만, 그냥 루시드폴의 기록물이자 창작물로 봐주셨으면 한다.
◆편곡적 측면에서 특징은?
-음악적으로 퀄리티가 높은, 최상 최고의 편곡을 해보고 싶었다. 기술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최고의 음질을 구현하려 했다. 현, 관, 브라스, 스트링 편곡을 내가 다 해서 편곡비를 아꼈다. 작업해놓은 음원은 나중에 공개하고 싶기도 하다.
◆신곡이 세월호 사건을 암시한다는 얘기가 있다.
-곡을 만들고 나서 모티프를 말하지 않으려 한다. 듣는 분들이 노래를 듣고 받는 느낌이 맞을거라 생각한다. 각자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음대로 해석하면 고맙고 감사할 것 가다. 곡을 만든 동기와 듣는 방법은 얘기를 안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신곡 작업 중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 노래를 쓸 때 굉장히 많이 울었다. 낮밤 바뀐 생활을 할 때 일어난 일이라 아내는 모를 것이다. 5집 수록곡 '여름의 꽃'을 비롯해 날 울컥하게 만드는 노래가 있다. 그래도 노래할 땐 최대한 평정심을 찾으려 했다. 이 노래는 감정을 실으면 실을수록 촌스러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제주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다.
-태어나서 쭉 도시에 살면서 그게 익숙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몰랐던 내 모습을 알게 됐다. 난 예능 욕심이 없고, 방송도 잘 못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며, 말하는 것보다 듣는 걸 좋아한다. 또 도시보다 시골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미련없이 제주도로 갔다. 따뜻한 이웃을 만나 일당 받으며 농사도 짓게 되고 귤밭을 빌려 감귤 농사도 했다. 지난 해 750평 감귤밭에서 첫 수확의 기쁨을 안았고.
◆지난 앨범을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으로 꼽았다. 이번엔 어떤가.
-언더에서 차근차근 올라오다보니 좋은 것 중 하나는, 못 해본 것이 너무 많기에 매 앨범 성장을 체감할 수 있단 것이었다. 1~3집은 아무 생각 없이 냈다면, 4~5집은 전업 뮤지션의 길을 선택하고 역량의 부족함을 느껴 총괄 프로듀서와 함께 한 앨범이었다. 6집은 나 혼자 다 해본 앨범이라면, 이번 7집은 프로듀서로서 더 성장한 앨범이라 생각한다. 사운드 디자인, 편곡, 음반 구성, 기획에서 많이 성장했기에 이번 앨범이 제일 만족스럽다.
◆음반을 내며 겪는 고통이 루시드폴에겐 없어 보인다.
-너무 힘들었는데 너무 즐거웠으니까. 편곡과 악기 컨트롤, 음악적 작업에도 신경썼고, 책이 나오기까지 과정은 물론 CD를 어떻게 넣어야 할지, 귤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하물며 씨디를 포장할 '뽁뽁이'까지 고민했다. 남들의 도움 없이 오로지 내 앨범이라는 생각이 힘든 걸 잊게 해주더라.
◆홈쇼핑에서 앨범을 판매하는 독특한 마케팅을 선보였다.
-유희열과 술에 취해 홈쇼핑 판매 이야기를 나눴었다. 당시 유희열이 '방송 안할거면 이거 하나만 진하게 하고 가라'고 하는데 솔깃하더라. 다들 레전드가 될거라며 좋아하길래 (홈쇼핑 판매를) 추진했는데, 처음엔 7~8개 홈쇼핑에서 다 거절당하기도 했었다. 대표님이 고생하셨을거다.
◆그 결과 1,000장이 삽시간에 완판됐다.
-정말 안도했다. 판매여부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혹시 나와 안테나뮤직의 본심이 왜곡될까봐 그 부분이 걱정됐는데 많은 분들이 유쾌하고 재밌게 봐주셔서 다행이었다.
◆최근 'K팝스타' 출신들이 안테나뮤직에 대거 들어왔다.
-그들은 항상 밤늦게까지 연습과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정재형 유희열 페퍼톤즈 박새별 내겐 없었던 충격적인 문화다. 일단 그들은 노래를 참 잘 한다.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날 수 있는 사람이다. 부럽기도 하고, 타고난 탤런트라 생각하지만 'K팝스타' 전 그들은 엄청나게 골방에서 연습했을거라 본다. 또 앨범을 낼 때 얼마나 초조한 마음이 들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루시드폴에게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 귤 말고.
-껍질이 단단한 메론이나 콜라비에 도전하고 싶다. 귤은 하도 터져서. 하하. 농담이고, 내년에는 농사만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묘목도 심고 신품종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연이나 음반에서도 구상하고 있는 것 많다.
◆이상순·이효리 부부와도 교류하나.
-그렇다. 이상순도 감귤밭에 와서 귤 따주고 갔다. 안테나뮤직 식구들도 귤을 따줬는데 일당은 못 줬다. 그래도 방어회는 사줬다.
◆이번 앨범을 통해 듣고 싶은 평,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듣고 싶은 평은 없다. 각자의 방식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큰 의미다. 이왕이면 앨범으로 들어주시면 좋겠다. 특별한 메시지라 할 건 없지만 '저 가수가 살면서 느꼈던 것 얘기하는구나' 정도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가수가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
◆최근 창작물의 다양한 해석을 두고 여러 말이 많다.
-전적으로 해석은 자유로워야 한다. 단호하게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나도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다. 4집 '평범한 사람'을 듣고 고(故) 노무현 전대통령이 떠오른다는 얘기가 많았고, '고등어' 가사는 잔인하다는 말을 들었다. '잔인한 얘기 아닌데'라고 리스너에 말하고 싶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더라. 나도 뮤지션이기 전에 한 사람의 리스너다. 예술작품을 접할 때마다 매번 작자의 의도와 부합하는지 의심하며 살아야 하나? 사실 모든 의도는 알 수 없다. 그건 작품을 받아들이는 분들의 세계다.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저 진정성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면 되는 것 뿐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제주도에 감귤하시는 분들 정말 힘들다. 곧 한중 FTA가 발효되는데 많은 분들이 제주 감귤 많이 사드셨으면 좋겠다.
jeewonjeong@xportsnews.com / 사진=안테나뮤직
정지원 기자 jeewonj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