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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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박은석, 아치아라의 위태로운 그 남자 (인터뷰)

기사입력 2015.12.14 12:51 / 기사수정 2015.12.14 12:51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아치아라에는 '옴므파탈'이 있었다. 누가 범인일지 촉각을 세워야하는 와중에도 박은석의 묘한 퇴폐미는 시청자들사이에서 은근한 관전포인트였다. 

최근 종영한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을 통해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은 '미술교사' 박은석은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차분하게 연기와 드라마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그는 "좋은 배우들, 좋은 스탭들과 호평 받는 작품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었다"며 "앞으로 이런 장르가 많이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고, 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종영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연극과 드라마 등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에게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좋은 터닝 포인트였다. 무대에서 미디어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준 것. 그가 출연한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가 코미디, 서스펜스, 드라마 등 모두 담아낸 덕분에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는 "감독님이 아마 다 보신 것으로 안다. 그 안의 드라마와 캐릭터 등을 보고 내게서 건우의 모습도 나올 수 있겠다 하셨던 것 같다. 내겐 적절한 무대가 되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사실 박은석이 맡은 미술교사 남건우 역은 '아치아라의 옴므파탈'이다. 방영 초반 주요 용의자 중 한 명이었다. 알 수 없는 표정과 묘하게 퇴폐적인 분위기는 그가 범인이어도 무방할 듯 했다.

그러나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의 출연진 절대 다수가 그렇듯, 그 역시도 범인에 대한 일말의 정보도 없었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그리 많지 않았다. 박은석은 "감독님이 처음에는 '페로몬을 풍겨라'라고 하시더라. 그런 느낌의 캐릭터라고 해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이 범인이 중요한게 아니라. 왜 사람들이 숨기고 있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하시더라"며 "서로 의심하고 떠보고 그랬다. 결국에는 윤지숙(신은경)이 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지 않았나. 놀랬었다"라고 덧붙였다. 


늘 그래왔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그가 신경 쓴 부분은 진정성이다. 그는 "키스를 왜 하는지, 가영이를 왜 저렇게까지 거절해야하는 지 등의 진짜 이유를 찾아서 해야한다. 그런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관객이나 시청자는 다 아신다"며 "'연기를 잘 몰라. 평가를 못해'라고 하시지만 본능적으로 아신다. 이 사람들이 진실되게 진정성을 갖고 하는지 멋있는 척 하는 지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박은석이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을 통해 주로 호흡을 맞춘 사람은 두 여배우였다. 그보다 한참 어린 이열음과 다소 연상인 장소연이었다. 이열음은 혈연 간에 끌리는 감정을 오해하고 건우를 향해 무서운 집착 등을 보이는 가영을 맡았다. 

그는 "건우가 어떠한 시끌벅적한 사건이 있더라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여유있게 대처한다. '이 친구는 모든 걸 다 이미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내적으로는 예민하더라도 겉으로는 그렇게 반응하지 않게 표현했다. 어느정도 동생이라는 걸 알고 가영이를 지켜보면서는 안타까웠다. 내 여동생이 내게 그렇게 한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나. 계속 밀어냈던 안타까운 인물이다"라며 애정어린 시선을 전했다. 

실제로 이열음이 물에 빠지는 장면이나 비를 맞는 장면에서도 웃는 얼굴로 있는 것을 보면서 박은석은 "마음가짐이 잘 되어있구나 생각했다"며 "굉장히 열심히하고 잘하고 욕심이 있더라"고 칭찬했다.

박은석이 꼽은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인상깊었던 장면 또한 이열음과의 신이다. 비오는 차안에서 가영의 허벅지를 만드는 신은 사실 시청자들을 경악케 하기도 했다. 박은석은 "영상미가 좋았다. 분위기와 대사, 행동들이 연출이 잘 돼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나왔다"고 말했다.  



장소연은 그와 치명적인 커플로 등장했다. 속을 알 수 없는 약사 강주희로 분한 장소연과 두 사람의 묘한 분위기에 시청자들은 상당한 긴장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러나 끝내 건우는 주희의 곁을 떠나게 됐다.

그는 "건우의 여자친구인 만큼 기대고 편안함을 찾게 되는 인물이다. 부모 없이 자란 건우에게 따뜻함과 보살핌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불안한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여성이었다. 그러나 주희의 계획이나 음모가 너무 커지자 감당할 수 없게 되버렸다. 건우는 여기까지가 아니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대기실을 쓰면서도 만나 연기, 연극에 관한 이야기 등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고.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을 마무리한 그는 다시 무대로 돌아가 관객들과 호흡 중이다. 연극과 드라마 등을 오가며 활동 중인 그는 동료 배우들이 하는 작품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보러다니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세익스피어가 그랬지만 연극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며 "작품을 통해서 사람들이 용기를 얻어가고 힘이 생기고 용서를 할 줄 알고 그런 걸 많이 배울 수 있는 게 예술이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무대 위에서 자신이 더 돋보이기 위한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면서도 "그 인물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그 감정에 최대한 솔직하게 아무런 거품이 없이 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연기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된 것은 연기와의 운명적인 만남에서였다. 박은석은 외국에 거주하며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있던 시기에 연기와 만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우울증도 있었는데 그때 처음 연기 레슨을 받았다. 당시 심장맥박이 뛰는게 느껴지고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았는데 나이가 먹으니 변했다. 연기를 찾은 뒤 확신이 생겼고 이걸 해야겠다 싶었다. 그 이후로는 바뀐 적이 없다"고 전했다. 물론 한국에 들어온 지 10년 가량 되면서 그는 연기를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버티면서 현재까지 올 수 있게 됐다. 



인터뷰 말미 그는 대학로에서의 연극 호객 행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극을 추천해줄 수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시작된 이야기였다. 대학로에서 호객꾼들이 연극을 보려는 관객들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해 자칫 잘 준비된 작품들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는 것. 해당 연극을 보려는 관객들에게 매진이 되었다고 거짓말을 하며 다른 표를 파는 식이 잦다고 오랜시간 설명했다. 

그는 "나도 대학로로 매번 출근하는데 그 사람들은 나에게도차 공연을 안보냐고 물으며 표를 팔려고 한다"며 "뭔가 새로운 시스템이 생겨서 정정당당하게 공연 평이 있고 추천할만한 시스템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다"고 현재의 대학로 연극 티케팅 및 추천 시스템에 대한 진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박은석은 "내년까지 또 열심히 살아볼 생각이다.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 나온 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있다. 전주에서 촬영한 덕인지 지방에 가니 많이 알아봐주셨다"며 "사실 나를 알아봐준다는 것보다는 그 극을 위한 플러스 요인이 되고 싶다. 그 캐릭터로 봐주셨으면 한다. 특별한 수식어가 붙지 않아도 된다. 내 이름을 몰라도 된다. 그저 시청자들에게 저 사람 아는데, 혹은 이 사람 여기 나오는데 하는 편안한 배우로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런 그가 하고 싶은 것은 다분히 일상적인 역할이다. 그는 "퇴폐적인 것은 많이 했었다. 무거운 사연이 있는 그런 역을 했었다"며 "편안한 캐릭터 일상 연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도 해보고 싶다. 유머러스하게 접해봤으면 좋겠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말이다"라고 새로운 역할에 대한 욕심도 전했다. 실제로 박은석은 코미디 영화 등도 좋아한다고 밝히며 최근 개봉한 영화 '극적인 하룻밤'에서 윤계상이 맡은 역할에 대한 관심도 보였다.

화려하게 꾸며진 이야기보다는 사람 사는 소소한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박은석은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종영 이후 연극 '엘리펀트 송'을 통해 다시 관객들과 만나고 있으며 조만간 차기작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JS픽처스, SBS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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