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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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문동 골목이 숨은 주인공 [응팔의 사람들⑩]

기사입력 2015.12.11 14:00 / 기사수정 2015.12.11 13:31

이아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아영 기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1988'(이하 응팔)의 숨은 주인공은 쌍문동 골목이다. 

서울특별시 도봉구 쌍문동의 한 골목을 배경으로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은 1990년대 이후 태어나 2015년을 살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도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응팔'이 전작들과 차별화를 꾀한 부분은 바로 쌍문동 골목을 중심으로 한 마을 공동체다.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세간의 시선을 격파한 비결인 셈이다.
 
쌍문동 골목에 사는 가족들은 말 그대로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사이다. 복권 당첨으로 벼락부자가 된 정환이네와 천재 바둑 기사 택이(박보검)네를 제외하면 다들 입에 풀칠하기 바쁘다. 그래도 카레, 부침개같이 특별한 음식이라도 하는 날엔 이웃집에 배달하느라 좁은 골목이 번잡해진다. 덕선이는 한 두 번 일이 아닌 듯 "이럴 거면 같이 먹어"라며 투덜거린다.
 
이 골목의 정신적 지주는 라여사(라미란)이다. 털털하면서도 따뜻한 미란은 일화와 선영에게 친언니나 엄마보다도 더 든든한 버팀목이다. 반지하에 세들어 사는 일화(이일화)와 남편과 사별 후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선영(김선영)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갚으라고 하지 않는다. 동네 반상회가 끝나고는 집집에 중국음식을 사주면서도 절대 생색을 내지 않는다.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한 봉황당(최무성)은 택이 돈을 쓸 수 없다는 이유로 간호인을 부르지 않는데 이웃이자 고향 동생인 선영에게 어려운 일이 생긴 걸 알고는 천만 원이 든 통장을 건넨다. 입원한 봉황당을 위해 쌍문동 여사들은 돌아가며 음식을 해오고, 떡진 머리를 감겨주기도 한다. 가족들 사이에서도 힘든 일이 쌍문동에 오면 으레 있는 일이 된다.

 
마을 공동체의 사랑은 덕선이 친구들에게서도 느낄 수 있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미니 카세트 플레이어 '마이마이'를 갖고 싶어 하는 덕선이를 위해 대신 수학여행 장기자랑에 참가하고, 상품을 아무 대가 없이 덕선에게 준다. 삐삐도 등장하지 않았던 시절이지만 덕선과 친구들은 전화 한 통 없이도 잘만 만난다. 방과 후엔 택이방에 모여 라면을 끓여 먹고 배를 깔고 누워 TV 보는 게 친구들의 일상이다.
 
'응팔'은 시청자들이 쌍문동 골목으로 전입신고하고 싶게 만든다. 결국, 2015년을 사는 사람들이 30년 전의 ‘응팔’에 열성적으로 응답하는 이유는 좁은 골목이 일으키는 향수 때문이다.

층간 소음 때문에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돈 때문에 서먹해진 가족들이 비일비재한 2015년을 사는 우리에게 쌍문동 골목은 30년 동안 잃어버렸던 가치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있다.
 
lyy@xportsnews.com / 사진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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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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