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가수 아이유의 새 앨범 '챗셔(CHAT-SHIRE)'의 수록곡 '제제(Zeze)'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도서출판사 동녘이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주인공 제제를 재해석한 아이유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동녘 측은 5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제제는 다섯 살짜리 아이로 가족에게서도 학대받고 상처로 가득한 아이다. 제제에게 밍기뉴는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유일한 친구다. 그러나 밍기뉴 관점에서 만든 노래가 제제는 교활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챗셔' 재킷 앨범에 표현된 망사스타킹을 입은 제제에 대해서는 "학대로 인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다섯 살 제제를 성적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제제에 망사스타킹을 신기고 핀업걸 자세라니. 핀업걸은 굉장히 상업적이고 성적인 요소가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제제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에서 다섯 살 짜리 소년으로 등장한다.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랄 나이에 말썽을 부린다고 가족들로부터 냉대와 매질을 받는다. 그러나 제제는 좌절하지 않고 집 앞 마당의 라임오렌지나무인 밍기뉴를 친구 삼아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유는 소설 속 제제를 모티브로 삼아 수록곡 '제제'를 작업했다. 그는 새 앨범 쇼케이스에서 '제제'에 대해 "가장 재밌게 쓴 곡이다. 좋은 이유 중에 하나가 제제는 모순적인 아이라는 점이다. 제제가 가지고 있는 성질이 '섹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이유는 제제 자체를 '섹시하다'고 정의하진 않았다. 제제의 모순된 상황과 행동에 영감을 얻은 것이다. 그는 "두 가지 모습에도 이 아이를 끝까지 응원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 분명 어마어마한 매력을 가진 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밍기뉴가 돼서 제제에게 하는 말을 가사로 썼다고 덧붙였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가족에 의해 상처 받은 제제가 밍기뉴와 대화를 나누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그렸다. 브라질 작가 조제 마우루 지 바스콘셀루스의 자전적인 내용으로 알려졌다. 어린 나이에 마음에 생채기가 생긴 제제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아이유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에서 말 그대로 '제제'라는 캐릭터만을 떼어온 것이다. 제제가 겪는 배경은 제외한 채 '제제와 밍기뉴의 대화'라는 작은 부분 만을 차용한 것이다. 밍기뉴에게 '교활'해 보이는 제제는 이렇게 탄생됐다. 소설 원작의 맥락과는 상관없이 캐릭터만 그대로 가져왔다. 동녘 측의 지적처럼 "표현의 자유도 대중의 공감 아래에 이뤄지는 것"이다.
제제의 이중적인 모습은 학대에 따른 반발심과 애정 결핍이 그 이유다. 그러나 아이유는 '제제의 이중적인 모습'이라는 결과를 따오되, '학대에 따른 반발심과 애정 결핍'이라는 과정을 생략했다. 재킷 사진에서 제제가 망사스타킹을 신고 핀업걸 자세를 하는 것도 원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수에게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은 예술적 결과물을 모티브하는 작업 방식은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원작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흥미를 끌만한 소재를 끌어모으는 것은 되레 원작에 흠집을 내는 것이다. 아이유는 영특하게 제제의 손을 잡고 노래 속으로 그를 끌어들여 왔지만, 제제의 아픔까지는 세심하게 다루지 못했다.
in999@xportsnews.com / 사진 = 아이유 ⓒ 로엔트리 엔터테인먼트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