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감독 첫해 한국시리즈 우승. 어떤 이는 일평생을 다 바쳐도 이룰 수 없었던 일을 한 시즌만에 해냈다.
각 구단의 감독 특성은 시대에 따라, 시즌에 따라 조금씩 변화한다. 최근에는 투수·타격 코치 출신에서 수비·주루 코치 출신으로, 이왕이면 구단의 세월과 정통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들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올해 두산 베어스를 이끈 김태형 감독의 경우, 구단을 속속들이 잘 알고 또 포수 출신으로 투수와 야수 양면을 고루 들여다볼 줄 아는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런 그가 감독 부임 첫해에 사고를 단단히 쳤다.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올해 정규 시즌 3위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곰 군단을 이끈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외형적으로 김태형 감독은 동글동글한 인상이지만 눈매만큼은 무척 날카롭다. 한 관계자는 "곰처럼 보이지만 여우"라고 평을 하기도 했다.
현역 시절 베어스의 주장을 맡아 개성 넘치는 당시 후배들을 휘어잡은 카리스마 역시 대단했다. 정수근, 강병규 등 당시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은 지금도 '선배' 김태형에 대해 이야기 할 자리가 있을땐 늘 '무섭고 카리스마 있는 선배'라고 이야기해왔다. 김 감독이 선수 시절 당시 최고 외국인 타자였던 우즈가 팀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을 했을 때 '커텐'을 치고 일을 조용히 마무리(?) 했다는 일화는 전설처럼 내려온다. 그가 '커텐 감독'이라고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코치 시절엔 '할 말은 분명히 하는' 코치였고, 감독이 된 지금도 그 카리스마는 유지되고 있다. 물론 마냥 딱딱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툭툭 던지는 농담 몇 마디가 젊은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역할도 한다. 두산에서 10년 가까이 뛰며 여러 감독을 거친 김현수는 감독님의 카리스마가 어떻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카리스마를 잘 모르겠다"고 당당한 답변을 내놓으면서도 "그간 다른 감독님들도 모두 좋으셨지만, 지금 감독님 참 좋으시다. 마음 편하게 야구 할 수 있게 해주시고, 이야기가 잘 통한다. 정말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올 시즌 출발을 앞두고 두산 사령탑을 맡은 김태형 감독은 "베어스는 1995년의 분위기가 무척이나 끈끈했다. 그때의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 했었다. 당시 두산은 1994년 선수단 집단 이탈 사건으로 내부 분위기가 흉흉했고, 95년 신임 김인식 감독 체제 하에 새출발을 했다. 김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관계가 정말 끈끈했다. 감독님 이하 코치님들과 박철순 등 선배님들이 앞에서 잘 이끌었고, 후배들은 잘 따라왔다. 자율적이지만 체계가 잡힌 분위기라 조합이 기가막혔다"고 증언했다.
그토록 끈끈했던 1995년의 베어스는 한국시리즈에서 롯데를 꺾고 통합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었다.
그리고 2015년의 베어스가 1995년의 베어스에 응답했다. 구단 역사상 네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실력과 운 그리고 시기까지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김태형 감독은 포스트시즌 시작을 앞두고 "초보 감독으로서 보냈던 한 시즌을 어떻게 평가하고 싶나"라고 묻자 "모든 경기가 끝나고 그때 소감을 말씀드리겠다"고 답했었다. 이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그가 스스로 어떤 평을 내릴까.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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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