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목동, 이지은 기자] "압박감을 받는 거지 자기는. 이미 할만큼 했는데."
1일 목동 한화전, 눈에 띄는 한 장면이 있었다. 염경엽 감독이 3루쪽에 있던 박병호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하는 것이 중계 카메라에 크게 잡혔다. 주루 코치가 아닌 감독이 경기 중 직접 선수에게 다가가는 드문 광경이었다. 박병호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2일 목동 롯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마주한 염경엽 감독은 전날 '귓속말'의 진실을 밝혔다. "저기 전광판의 홈런, 타점, 타율 기록을 봐라. 뿌듯하지 않냐. 내가 봐도 뿌듯하다.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조바심 내지 말고 해라." 당시 귓속말로 전해졌던 한 마디였다.
4번 타자의 무게에 짓눌린 박병호가 안쓰러운 염경엽 감독이었다. 팀이 당장 3위 싸움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 하지만 박병호의 방망이가 터지지 않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자기가 감이 지금 제일 안 좋은 상태니까 자기 자신을 들들 볶는다. 4번 타자로서 팀에 뭔가 보여줘야 하는 압박감이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박병호는 지난 27일 목동 kt전에서 홈런 한 개를 추가하며, 자신의 통산 최다 홈런(52개)과 타이를 이뤘다. 또한 이와 함께 그는 143타점을 기록하며 KBO리그 한 시즌 최다 타점인 144점(2003년·이승엽)에도 근접해 있다. 하지만 대기록을 압두고 박병호의 방망이도 주춤해졌다. 타율 1할7푼6리(17타수 3안타), 홈런 1개 타점 1개로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염경엽 감독은 "자기가 팀의 분위기에 쫓기고 있다. 하지만 박병호는 이미 충분히 할만큼 했다"며 박병호가 마음의 짐을 덜길 바랐다. 이어 "1년 내내 우리는 방망이로 버텨온 팀이다. 게다가 막판 순위싸움까지 이어지면서 정신적인 피로도도 큰 상황이다. 조금 페이스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충분히 감사하다"며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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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