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물오른 권창훈(21)이 해외파 복귀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끈 한국은 8일 레바논 시돈에 위치한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3차전에서 3-0으로 크게 이겼다.
전반 22분 장현수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간 한국은 상대 자책골로 점수차를 벌렸고 후반 15분 권창훈이 쐐기골을 박으면서 시원한 승리를 따냈다.
지난 1993년 미국월드컵 예선에서 승리한 이후 세 차례 레바논 원정서 승리를 따내지 못하던 한국은 22년 만에 치욕의 장소에서 승리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원정경기 맞나' 싶을 만큼 대부분의 선수가 제몫을 다한 슈틸리케호에서 큰 빛을 낸 이는 다름아닌 권창훈이었다. 이제 A매치 5경기에 나서는 권창훈이지만 레바논 악몽 탈출에 방점을 찍는 마지막 골까지 터뜨리면서 자신의 시대임을 증명했다.
지난달 동아시안컵을 시작으로 권창훈의 기세는 대단했지만 레바논전 선발을 쉽사리 예상할 수는 없었다. 그동안 슈틸리케호에서 핵심으로 뛰던 미드필더 구자철과 박주호가 가세한 만큼 권창훈의 몫이 작아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활동량과 안정적인 패싱력, 마무리 능력까지 고루 갖춘 권창훈은 자신의 자리인 2선 중앙을 놓치지 않았다. 손흥민이 빠졌다곤 하나 구자철을 측면으로 밀어내며 중앙을 선점한 권창훈은 경기력에서도 빠지는 부분 없이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기성용과 함께 중원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빠른 움직임을 보여준 권창훈은 1-0으로 앞선 전반 29분 구자철의 압박을 통해 시작된 역습서 과감한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면서 추가골에 기여했다. 한국의 두 번째 득점이 자책골이 아닌 구자철의 골이었다면 권창훈이 도움을 올렸을 만한 완벽한 작품이었다.
아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남들이 지칠 때까지 변함없는 체력을 과시하며 그라운드를 누비던 권창훈은 후반 25분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기성용의 전진 패스를 페널티박스 바깥서 받은 권창훈은 곧바로 터닝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순간적인 판단과 움직임, 정확성까지 물이 오를대로 오른 권창훈을 잘 보여줬다.
슈틸리케 감독이 4-1-4-1로 전술을 바꾸며 공격적인 중원 자원에 힘을 주는 상황에서 권창훈은 완벽하게 눈도장을 찍었고 해외파의 합류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며 황태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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