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인천, 김형민 기자] 철학과 현실 사이에 놓인 대전 시티즌이 이번 인천 원정 이후 고민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문식 감독이 이끄는 대전은 29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8라운드에서 인천에게 1-2로 역전패했다. 한의권이 먼저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앞서갔지만 곧바로 전반에 두 골을 연이어 내주면서 승기가 꺾였다.
이번 결과로 대전은 광주전 승리 후 2연패를 기록했고 올 시즌 리그에서 21패째를 기록하면서 최하위인 순위를 끌어올릴 발판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이러한 전반적인 결과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내용이 안타까웠다. 지넌 서울전과 달리 기존의 틀대로, 자신들의 철학대로 움직인 대전의 선택은 결국 승리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최문식 감독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최 감독은 경기 전 "이번에는 우리 식대로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문식 감독은 대전 지휘봉을 잡은 이후 기술적인 축구를 입히고자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맞춰 선수들을 영입하거나 어린 선수들을 발굴했고 자신의 방식에 맞는 스쿼드를 구성해 후반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패스다. 패스를 통한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로 대전의 전반적인 축구를 바꿔보겠다는 커다란 계획을 세웠다. 당장은 안 되겠지만 계속해서 이러한 기반을 닦아 놓으면 어느 시점이 되면 대전은 물론 전체적인 K리그 경기에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최 감독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최문식호의 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역시나 성적을 또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다. 대전은 현재 최하위인 12위로 강등권에 머물러있다. 초반부터 패전을 많이 기록한 탓에 이제부터 남은 매경기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라질 수 밖에 없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축구의 스타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철학을 고수할 것인지 강등권 탈출을 위한 실리의 축구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해서 최문식 감독과 대전을 괴롭히고 있다.
지난 서울전에서는 실리 축구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자 했지만 아쉽게 추가시간 집중력과 세트피스에서 무너졌던 대전은 이번 인천전에서는 철학에 바탕을 둔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패스는 간결하고 차분하게 이어졌고 인천의 뒷공간을 노리는 전략대로 선수들은 움직였지만 결과는 이들이 그리고 있던 이상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전은 인천의 압박에도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탈출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아 공을 뒤로 연결하는 장면을 자주 보였다. 케빈과 이천수, 김인성 등 최근 좋은 활약상으로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인천의 공격진을 상대로 대전 수비진은 끈끈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케빈의 신장을 이용한 고공 공격에 대해서는 막아낼 재간이 없이 모두 허용했다.
공격작업은 더뎠다. 인천의 수비라인을 뚫는 시원스러운 침투패스의 기회가 잘 나오지 않았고 공은 뒤에서만 돌았다. 전반 17분에는 중원에서부터 패스가 물흐르듯이 이어지면서 고민혁에게로 로빙패스가 넘어가기까지의 과정은 대전이 바라던 장면이었지만 이후부터 그러한 모습은 잘 나오지 못했다. 후반 막바지에는 황재웅이 아쉽게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이날 경기를 패배로 마쳐야 했다.
이날 대전은 몸이 좋지 않은 완델손 등 외인 선수들이 선발로 나서지 못했던 여파도 있었다. 이들이 복귀하면 대전의 축구가 완성될 것이라는 희망은 남아 있지만 "계속해서 우리 색깔대로 가야 한다"고 말한 최문식 감독이 이번 2연패로 어떤 결단을 내릴 지 다음 경기가 주목된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최문식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