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SK 와이번스의 외국인 투수 크리스 세든(32)이 완봉 활약으로 SK의 순위 경쟁에 청신호를 켰다. 다승왕을 거머쥐었던 2013년 그 때 그 모습을 연상케 하는 완벽투였다.
SK는 28일 잠실 LG전에서 4-0으로 승리하며 3연승을 달성했다. 이날 선발로 나선 세든은 9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LG 타선을 막았고, 한국 무대에서 처음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시즌 최다인 113개의 공을 던진 세든은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고루 섞어 던지며 LG 타선을 요리했다.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며 시원시원하게 공을 던졌고, 맞춰잡는 피칭으로 가볍게 LG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그간 지적됐던 구속은 9회까지 140km/h 초반을 꾸준히 유지하며 안정감을 보였다.
이날 배터리로 세든과 호흡을 맞춘 포수 이재원은 "이닝을 거듭할 수록 좋아졌다. 경기 전 몸을 풀 때 변화구가 좋아 변화구 위주의 볼배합을 했는데, 후반에는 직구 구위까지 좋아졌다"고 돌아봤다. SK는 세든의 호투를 앞세워 앞선 두 경기 역전승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며 3연승을 만들었다.
사실 세든은 국내 무대에 복귀해 선발로서 그리 신뢰를 주지는 못했다. 지난달 23일 두산전에서 어렵사리 첫 승을 따낸 이후 실망스러운 모습만 이어졌다. 소화 이닝은 점점 줄었지만 실점은 늘었다. 계속되는 부진에 세든 본인도 점차 의기소침해져 갔다. 결국 세든은 2이닝 7실점의 최악투를 보인 7일 삼성전 이튿날 8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 됐다. 김용희 감독은 "밸런스를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세든에게 '리프레쉬'의 기간을 부여했다.
이때부터 '세든 살리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군 조웅천 투수 코치와 김경태 코치, 최창호 코치에 세이케 2군 감독까지 세든의 부활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세든은 매일 새벽부터 일어나 2군 구장이 있는 강화로 향했다.
마침 조웅천 코치가 2013년 당시 세든의 직구, 체인지업 등 불펜 피칭 영상을 태블릿PC에 소장하고 있었다. 이 영상과 함께 강화에서의 세든의 불펜 피칭을 새로 찍어 두 영상을 비교했다. 코칭스태프의 진단은 한결 같았다. 2013년에 비해 릴리즈 포인트를 제대로 앞까지 끌고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 문제점을 찾은 세든은 조금씩 고쳐나가며 1군 복귀를 준비했다.
그리고 열흘 후, 세든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퓨처스리그에서 한 번의 등판을 마친 뒤 올라와 맞은 18일 1군 복귀전. 이날 세든은 KIA 타선을 상대로 5⅔이닝 2실점의 성적을 올렸다. 2군에 내려갔을 때보다 경기 내용이 좋았다. 이후 23일 NC전에서도 6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 패전 투수가 됐지만 분명한 오름세였다. 그리고 이날 세든은 1회부터 9회까지 홀로 책임지고 완봉승을 거뒀다.
SK 선발진 중 가장 불안하다고 평가 받았던 세든인만큼 앞으로 그의 활약이 SK의 남은 시즌을 결정지을 열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세든이 열흘 간의 휴식을 마치고 난 뒤 2013년 당시의 위력을 조금씩 내비치기 시작했고, 자신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완전히 뒤집어 놨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