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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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메시 만들어보자" 노(老)감독의 꿈이 클리닉센터가 되다

기사입력 2015.08.28 12:05 / 기사수정 2015.08.28 12:10

이은경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은경 기자] 언젠가 한국 축구도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나 네이마르(브라질) 같은 ‘테크니션’을 배출할 수 있을까.
이를 목표로 ‘무모한 도전’에 나선 지도자가 있다. 바로 ‘김희태 축구센터(FC KHT)’를 운영하고 있는 김희태(62)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27일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김희태 축구센터에 ‘FC KHT 클리닉센터’를 공식 개장했다.
 
클리닉센터에는 한국 축구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각종 ‘스킬 트레이닝’ 장치가 설치돼 있다. 특히 야간에 훈련기구에 불이 들어오게 조종하는 방식으로 기술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장비가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축구 골대 모양의 스킬 트레이닝 장치에는 골대 좌우상하 구석 부분에 불을 켤 수 있게 조종이 가능하다. 선수가 공을 차는 순간 코치가 네 군데 중 한 군데에 불을 켜서 거기에 정확히 공을 맞혀야 성공하는 방식으로 훈련이 진행된다.
 
김 이사장은 “공을 차는 순간 불을 켜기 때문에 순간 반응속도 훈련이 된다. 문전에서 정확히 골대의 빈 공간을 확인하고 순간적으로 슈팅을 하는 반응속도, 인지능력을 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슈팅 뿐만이 아니라 크로스 슈팅 기계를 도입해서 크로스를 받아서 불이 들어온 구역에 골을 넣는 훈련, 그리고 헤딩패스 기계까지 도입해 공중에서 헤딩으로 자유자재로 방향전환을 할 수 있는 훈련까지 시킬 계획이다. 골을 정확히 성공시키면 신나는 효과음이 나오는 방식으로 선수들이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은 재미를 느끼면서 기술 훈련을 하도록 고안했다.
 
이밖에 드리블 훈련을 하는 플라스틱 콘이 설치된 구역에서는 순간적인 방향전환 드리블 훈련이 가능하다. 선수가 콘 사이로 드리블을 하면, 코치가 순간적으로 임의의 콘에 조명을 켠다. 그러면 그 위치에서 빠르게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여기에 훈련시 드론을 띄워서 해당 선수의 드리블 모습을 공중에서 촬영하고 분석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런 모든 훈련이 데이터로 축적된다는 점이다. 김 이사장은 “선수 개개인의 슈팅 정확도, 패스 정확도, 드리블 기술 등을 모두 영상과 수치로 기록해서 데이터로 남길 것이다. 그 선수의 부족한 부분이 한눈에 보이고, 기술적인 성장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또 데이터에서 발전이 없는 선수는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결과까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FC KHT 클리닉센터의 이런 시설은 한국 최초의 시도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을 육성하는 센터에서 이런 시스템을 갖춰놓은 곳은 없었다. 이런 클리닉 시스템을 만드는 건 김 이사장의 ‘숙원 사업’이었다. 개장일에 털어놓은 그의 소회에서는 진실함과 절실함이 묻어났다.
 
김 이사장은 과거 부산 대우와 아주대, 명지대 감독을 거치면서 박지성, 안정환, 하석주 등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를 키워낸 지도자로 유명하다. 30년 이상 축구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학원축구 시스템에서는 선수들이 볼을 만질 기회가 많지 않다. 실전 경기 기회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 경기를 해도 그 경기 안에서 선수 개개인이 직접 공을 잡는 시간은 매우 적다. 기술은 무조건 어렸을 때 익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볼 만질 기회가 적으면 죽어도 기술이 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 “메시나 호날두 같은 세계 최정상 선수들도 비시즌에는 개인 코치를 고용해서 스킬 트레이닝을 따로 한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기술을 배우고 향상시킬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국가대표팀 경기를 보면서 늘 안타까운 부분도 그런 부분이다. 선수들이 기술적으로 탄탄해지고, 개개인의 기술이 향상되면, 팀 플레이로 잘 풀리지 않았던 부분을 개인 기술로 풀어나갈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축구가 여전히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김 이사장은 “클리닉센터에서 드리블 훈련이나 슈팅 훈련을 몸에 익힌 선수들은, 최소한 땅만 보고 드리블한다거나 골대를 보지 못하고 공만 보고 문전에서 슈팅을 하는 등의 나쁜 버릇은 없앨 수 있을 것”이라며 “지도자 생활을 오래 해왔지만, 팀 성적을 내는 것보다 좋은 선수를 키워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짜릿함, 재미가 훨씬 크더라. 클리닉센터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적으로 뛰어난 차기 한국 대표선수를 키워내는 게 꿈이다”라며 웃었다.

kyong@xportsnews.com /사진=FC KHT제공
 

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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