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너무 늦게 온 거 같아요." SK 와이번스 투수 박민호(23)의 말에서 아쉬움과 함께 야구에 대한 욕심이 진하게 묻어나왔다.
박민호는 지난 7일 포항 삼성전을 앞두고 시즌 첫 1군 엔트리에 등록 됐다. 이날 등록된 첫 날부터 경기에 나선 박민호는 2⅔이닝 동안 이승엽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등 4피안타 볼넷 2탈삼진 3실점으로 조금은 아쉬운 첫 등판을 마쳤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꽤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 이후 네 경기에 나와 모두 1이닝 씩 이상을 소화했지만 단 한 점도 실점하지 않았다. 특히 15일 두산전에서는 무사 1,2루의 위기 상황에 나와 밀어내기 볼넷으로 앞선 투수 전유수의 책임 주자 득점만을 허용했을 뿐 더 이상의 실점 없이 자신의 몫을 다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신인이었던 지난해 개막 엔트리 이후 박민호의 첫 1군 콜업은 6월 19일. 박민호는 연신 "너무 늦게 올라온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박민호는 지난 6월 허리 부상으로 3주 정도 재활군에 내려가 있었다. 하루 빨리 1군에서 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기에 "왜 하필 지금 아플까"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박민호는 "보강운동 외에 할 게 별로 없다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을 많이했다. 마음가짐이 좀 더 단단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답은 '하루하루 최고의 집중을 하자'였다. 박민호는 "나중을 생각했더라면 이것저것 시험하고, 변화를 주고 했을텐데 그러지 않았다. 여기서 못 막으면 1군에서도 잘 못 던진다는 생각으로 더 집중해서 던졌다"고 전했다.
자연스럽게 성적도 좋아졌다. 재활군에서 돌아온 이후 2군 경기에서 박민호는 8경기 중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2승 2홀드를 올렸다. 2군에서의 인상적인 성적표에 SK는 박민호를 1군으로 불러들였다.
박민호는 "작년에는 1군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무조건 기쁜 마음이었다면, 이번에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마음이 들더라.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있었고, 잘해야겠다는 책임감과 비장함까지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매번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타자를 상대하는 눈빛도 남다르다. 박민호는 "저 사람을 못 죽이면 내가 죽는 것"이라며 웃었다.
지난해보다 팔 각도가 오른 투구폼은 지난 가을 마무리캠프부터 꾸준히 준비했던 것이지만 이제야 첫 선을 보이게 됐다. "아직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폼을 교정한 뒤로 구속도 빨라지고 변화구의 각도 좋아졌다"는 것이 박민호의 설명이었다.
박민호는 "나의 위치를 점점 더 좋은 위치로 올라가게 하고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큰 점수차로 지고 있을 때 나온다면, 점점 긴박할 때, 그리고 다음은 이기고 있을 때 던지고 싶다"라면서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팀이 5강을 위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지금, 박민호의 의지 또한 남달랐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