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에스밀 로저스(30,한화)가 치른 경기는 이제 막 두 경기지만, 그 임팩트는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앞으로 로저스가 한화에 미칠 영향 또한 결코 작지는 않을 것 같다.
로저스는 11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kt wiz와의 경기에서 9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kt 타선을 봉쇄,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기록했다. 투수에게 완봉이라는 기록 자체가 박수 받아 마땅한 업적이나 이날 로저스의 완봉은 더욱 특별했다. 지난 첫 등판 완투승에 이어 이룬 기록이었기 때문이었다.
쉐인 유먼의 대체 선수로 지난 1일 영입된 로저스는 속전속결로 6일 LG와의 경기에서 첫 등판을 가졌다. 한국 무대 데뷔전. 그는 한국 야구팬들에게 '제구되는 강속구'의 위력을 선보이며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기록했다. 역대 최초의 데뷔전 완투승이었다.
역사는 오래지 않아 새로 쓰였다. 4일 휴식 후 로저스의 두번째 등판. 상대는 8월 타율 1위(.338)와 홈런 1위(16개)를 달리고 있는 kt였다. 이번 등판이 LG전의 호투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진짜 시험대'라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로저스는 9이닝 무실점 완봉승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아로새겼다. 데뷔 이후 두 경기 연속 완투승을 기록한 것은 로저스가 처음이다.
이날 총 108개의 공을 로저스는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에 간간히 체인지업을 섞어 kt 타자들을 요리했다. 특히 예리한 슬라이더와 낙차 큰 커브가 빛을 발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4km. 커브 최고 구속도 135km까지 나왔다. 포수의 미트에 힘차게 꽂히는 강속구에 '잘 나간다는' kt 타자들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한화는 로저스의 등판 두 번에서 한 경기를 이기는 것 이상의 희망과 가치를 얻었다. 그 중 확실한 '이닝 이터'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수확이다. 항상 한화의 순위 싸움 변수로 지적됐던 것이 필승조의 과부하다. 선발이 일찍 내려가는 경우가 잦다보니 부담은 고스란히 불펜에게로 전해졌고, 치열한 경기가 계속되면서 특히 박정진, 윤규진, 권혁으로 이어지는 필승조에게 그 부담이 가중됐다.
그런데 로저스의 등판일에는 이들이 모두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날 휴식을 취한 투수들은 다음 경기에서 어떤 상황이 와도 가뿐하게 등판이 가능하다. 로저스 한 명의 합류로 한화는 더 유연한 마운드 운용을 할 수 있게 됐다.
분위기 싸움에서도 로저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통 '에이스'는 연승을 이어가는 것보다 연패를 끊어내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실제 로저스는 6일 첫 등판에서 한화의 5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한 때 6위로 쳐졌던 한화는 이날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이후 다시 5위로 복귀하며 쳐졌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더 멀리는 5위 달성 그 후까지 바라볼 수도 있다. 만약 한화가 5위 혹은 그 이상의 순위로 정규 시즌을 마감을 했을 때 치러야 하는 포스트 시즌 단기전에서 로저스는 가장 유리한 스타일의 투수다. 일찌감치 유먼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로저스를 데리고 온 것 역시 더 높은 곳을 바라본 결정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로저스가 앞선 두 번의 경기처럼 꾸준히 활약을 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미 두 눈으로 확인했 듯, 로저스의 압도적인 투구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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