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배우 이정재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비교하긴 힘들다.
할리우드라는 넓은 물에서 제작자 뿐만 아니라 배우로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아닌가? 물론 이정재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보다 1살 더 많은 형님뻘이다. 필모그래피도 살아온 과정도 다른 두 사람을 단도직입적으로 대입하기엔 다소 무리수가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연기인생만 놓고 봤을 때 이렇게 닮은 꼴을 찾기는 힘들다. 청춘 스타로 최고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이후 그 이미지를 벗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결국 자신의 몸에 딱 맞는 악역을 맡으면서 40대를 맞은 지금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디카프리오는 완벽한 미소년 청춘스타였다. '타이타닉'을 기억하는 이들은 금발을 휘날리며 여심 몰이를 하던 그의 모습이 머리 속에 깊게 각인됐을 것이다. 하지만 디카프리오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갱스 오브 뉴욕'과 '캐치 미 이퓨 캔', '디파티드' 등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틀을 벗고자 노력했다.
결국 2012년 개봉한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 강렬한 악역을 맡은 그는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청춘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벗은 '연기파 배우'로 재탄생이었다.
이정재도 디카프리오와 비슷한 행보를 걸어 왔다. 1994년 '젊은 남자'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린 이정재는 인생의 절친이 되는 정우성과 함께한 '태양은 없다'를 통해 청춘스타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거리를 질주하는 그의 모습은 수 많은 20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후 이정재는 바르고 반듯한 이미지를 많이 소화했다. '흑수선', '태풍' 등에서 평균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지만 연기에 있어서 한계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2000년대가 들면서 신진 스타들이 등장하면서 청춘 스타의 자리 또한 잃어 버린지 오래였다.
이정재의 부활은 '도둑들' 부터 였다. 어깨에 힘을 한껏 뺀 그의 연기는 뽀빠이 그 자체였다. 이후 이정재는 악역으로 까지 영역을 확장한다. '관상'의 수양대군은 그의 악역 연기의 완성인줄 알았지만 2015년 '암살'이 뒤를 이었다.
'암살' 속 이정재는 1인 2역을 한 전지현과 하와이 피스톨 하정우의 매력에 주목을 덜 받는 듯 하지만 그야말로 완벽한 연기를 선사한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그의 눈빛은 시대가 만들어 낸 희생양이기도 한 염석진을 만들어 냈다.
청년 시절 부터 노년까지를 연기하기 위해 특수분장과 체중 감량을 감행했다는 사전 정보가 없어도 '암살' 속 염석진은 훌륭하다. 때로는 진지하면서도 부하를 생각하는 염대장을 연기하지만 때로는 광기에 사로잡힌 염석진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오간다.
할리우드 뿐만 아니라 한국 배우들 중 자신의 전성기를 넘는 스타를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정재와 디카프리오는 배우로 새로운 출발을 아니, 새로운 전성기를 맞을 채비를 갖춘 몇 안되는 배우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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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