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손호준이 꾸준한 연기 행보로 대중에게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손호준은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쓰리 썸머 나잇'(감독 김상진)을 통해 관객들을 마주하고 있다.
'쓰리 썸머 나잇'은 화려한 일탈을 꿈꾸며 해운대로 떠난 세 친구 차명석(김동욱 분), 구달수(임원희), 왕해구(손호준)가 각각 조폭, 경찰, 여자 친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면서 겪게 되는 3일 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극 속 손호준은 여자 친구에게 자신을 제약회사 회장이라 소개하며 허세를 부리는, 제약회사 영업사원 왕해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간 tvN 예능 '삼시세끼-어촌편'이나 '집밥 백선생' 등을 통해 수줍음 많고 조용한 모습을 보였던 손호준은 이번 작품을 통해 반전 매력을 보여주며 시선을 끌었다.
손호준은 "영화로 코믹 장르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좋아했던 감독님이셨는데, 촬영하면서도 디렉션도 자세하게 주시고 많이 도와주셔서 전적으로 감독님을 믿고 따랐다"며 김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재미있는 만화책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한 손호준은 "그런 부분이 감독님의 센스로 더 재미있게 표현된 것 같다"며 느낀 점을 얘기했다.
극 중에서는 동갑내기 친구로 등장하지만, 실제 손호준은 김동욱과는 한살, 임원희와는 열네 살의 나이차이가 난다.
손호준은 "실제 현장에서 배운 게 정말 많았다"며 "임원희 선배님은 코믹물을 많이 하셔서 신을 촬영할 때마다 애드리브라든지, 상황에 필요한 것들을 많이 준비해오시더라. 그리고 또 그게 재밌다. 또 (김)동욱이 형은 워낙 연기를 잘 하시니까. 절제된 연기 안에서 나오는 웃음이 잔잔하면서도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윤제문 선배님도 진지함 속에서 웃음을 유발해 주시는 모습이 그랬고, 정말 모든 것이 배울 점이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손호준이 코믹 영화에 출연하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진지한 손호준이 코믹 연기를?'이라는 의문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그는 "많은 분들이 내성적인 성격에 대해 많이 얘기하시는데, 그런 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조심스러운 것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손호준은 "일상에서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는 성향을 알기 전까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조심하는 편인데, 영화에서는 해야 할 말이 정해져 있지 않나. 말실수를 할 일도 없는 거고. 그런데 이게 현실로 와서 손호준이 농담을 던진다고 하면 그게 실수가 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조심하는 부분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설명을 이었다.
손호준은 또 "'집밥 백선생'을 찍을 때, 정말 재밌는 말이 떠오를 때가 있다. 속으로는 '지금 얘기해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드는데, 선배님들의 말을 자를 수가 없는 거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타이밍을 놓친 적이 정말 많다"며 스스로도 이런 조심스러운 성격 때문에 답답했던 사연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요즘 가장 흥미를 갖고 있는 일로 '요리'를 꼽으며 "요리를 배울 수 있는 것은 정말 즐겁다. 연기가 항상 공부하고 연구해서 배우 손호준의 퀄리티를 쌓는 일이라고 한다면, 요리는 인간 손호준의 퀄리티를 쌓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보면서 행복한 가정을 갖는 꿈을 꿨는데, 사실 남들이 '넌 그렇게 꿈이 작아?'라고 말도 하지만 정말 말 그대로 행복한 가정을 갖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래에 자신이 만들 가정에 대한 남다른 소망을 덧붙였다.
흔히 손호준에 대해 얘기할 때 '긴 무명시절을 거쳐 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곤 한다. 손호준은 "나보다 훨씬 더 힘들게 하신 분들이 많은데, 그런 말들을 들으면 사실 많이 부끄럽다"면서 "'응답하라 1994'나 '삼시세끼' 모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더욱 노력해나가겠다는 뜻을 넌지시 전하기도 했다.
'좀 더 빨리 나아가야 한다'는 조급함이나 불안함은 없을까. 손호준은 "아직 그런 건 없다"며 해맑은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는 "이게 내 긍정적인 면이기도 한데, 난 작품을 한다는 자체가 정말 재밌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해 왔던 거고. 예전에도 일 년에 한 작품, 조그마한 역할이었어도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일주일 촬영 때의 좋은 기억으로 일 년을 버틸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조급하거나 불안한 것은 없다"고 자신의 소신을 전했다.
"나중에 또 내가 나이를 먹어 가면 또 그 나이에 맞는 것들을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노력해서, 배우로 인정받는다면, 나에게 맞는 것들을 잘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담담하게 얘기하는 그에게서 당장의 순간이 아닌, 앞으로를 길게 내다보고 있는 진지함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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