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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은의 '엘리자벳', 그 짙은 고독을 '공감'하다 (인터뷰 ①)

기사입력 2015.07.02 02:24 / 기사수정 2015.07.02 02:29

조재용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재용 기자]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이렇게 활발한 활동을 한 적이 있었을까. 그는 지난해 '소서노', '드라큘라'와 올해 '지킬앤하이드'에 이어 '엘리자벳'까지 연달아 범상치 않는 여인으로 살아오고 있다. 평소 작품이 끝나면 긴 휴식기를 갖는 조정은이기에 분명 이례적인 행보이지만,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기쁜 한 해가 되고 있다.

'엘리자벳' 공연이 없는 날 만난 조정은은 "평소 쉬는 날에는 수영과 노래레슨을 받고 있다"면서 '공연이 잘 진행되고 있느냐'는 가벼운 물음에 "잘되고 있는 것 같다. 아직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공연 말미에 가면 더 명확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특유의 단아한 미소를 보였다.

조정은은 '엘리자벳'을 통해 그의 앞선 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어린 씨씨의 코믹함부터, '죽음'과 펼치는 춤은 청순함의 대명사와 같던 그에게 낯선 과제였다. 또한 '엘리자벳' 초연에 임하는 배우들이 힘들어하는 턴테이블 무대 장치와 향후의 다양한 감정변화, 퀵체인지까지 조정은은 많은 장애물과 부딪혀야 했다.

"코믹연기요? 어렵고 민망했죠.(웃음) 그런데 어린 척을 하면 안될 것 같았어요. 아이들을 지켜보기도 했고, '노래해봐'라고도 했었어요. 그때 느낀건 아이들의 모습이 제가 추측하는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어린 척하면 안되겠구나' 했어요. 춤 추는 장면도 굽이 있는 신발에 턴도 돌아야 되서 어설펐는데, 조금씩 적응을 하는 것 같아요."
  
"또 퀵체인지에서는 빠른 장면 전환 때문에 거의 무대를 벗어나면서 옷을 갈아입고 있어요.(웃음) 몇 초만에 옷을 갈아입고 감정을 잡아야 하는 것이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변화도 처음이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네요."

그러면서 조정은은 '엘리자벳'에 대해 "중요한 것은 공허함이었다. 어떤 선택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구멍'을 이해하려고 했다. '엘리자벳'의 상황이 모두 공감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의 감정들에 공감하려고 했다"고 연기방향을 밝혔다. 



'엘리자벳'하면 '나는 나만의 것'이라는 넘버가 가장 강렬하게 떠오른다. 실제로 조정은의 '엘리자벳' 캐스팅 소식과 함께 그가 보여줄 '나는 나만의 것'에 대한 관객의 기대감도 높았다. 조정은 역시 이에 대한 기대와 부담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넘버가 부각되지 않았으면 했다.

"가장 유명한 넘버면서 또 웅장하잖아요. 그래도 관객들은 넘버를 들으러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의 하나로 흘러갔으면 했어요. 그 노래로 1막이 끝나는 것이 아니어서 그 넘버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연습 때부터 부담이 많았는데, 드라마와 같이 연습하니까 이제는 흐름에 잘 묻어나는 것 같아요."

조정은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넘버는 '나는 나만의 것'이었지만, 그가 기억하는 넘버는 따로 있었다. 공연에 앞서 인터뷰 영상에서 밝힌 '행복은 너무나도 멀리에'도, 익히 알려진 '엘리자벳'의 굴직한 넘버도 아니었다. 드라마의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의 생각이 자신이 좋아하는 넘버에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연습을 하면서 '당신처럼'이 와 닿았어요. 후반부에도 Reprise되면서 데칼코마니처럼 들리는데, 그것이 '엘리자벳'의 전부인 것 같아요. 그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이 드러나죠. 멜로디는 기타 선율 하나에 단순한데도 여러가지가 담겨 있어요. 씨씨 연기는 민망하지만 이 노래는 할수록 좋더라고요."

또한 조정은은 옥주현과의 비교도 피할 수 없었다. 이전 공연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인 옥주현은 '엘리자벳'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알렸고, '옥엘리'라는 별명을 얻으며 하나의 이미지를 형성했다. 함께 공연을 준비했던 조정은은 옥주현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그를 추켜세웠다.

"'엘리자벳=옥주현'은 상징같아요. 그것을 바꿀려고 든다거나 넘어서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추를 잘못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누가 해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엘리자벳'은 옥주현이에요. 옥주현의 '엘리자벳'은 고독함이 진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표현할 수 없는 정서 같아요."



캐스팅 전 조정은은 '엘리자벳' 공연이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엘리자벳'은 자신의 뮤지컬 인생에 상관없는 작품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피하지 않고 한 번 무사히 지나가보자라는 마음이 그를 작품으로 이끌었다.

이에 조정은은 "'엘리자벳'을 해서 잘 지나간다면 잘 한 것이지만, 유명한 작품이고 3연째에 접어든 것에 굳이 해야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 했다. 그래도 피하지 말고 지나가보자라고 마음 먹었다. 지금도 황후가 낯설다"면서 겸손해 했다.

또한 조정은은 관객을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는다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는 자신이 관객의 입장에서 공연을 볼 때 들었던 생각과 무관하지 않았다. 뮤지컬계 대표 여배우로 자리잡고 있는 조정은이지만, 그는 칭찬마다 한사코 손사래부터 쳤다. 관객을 편안하게 하고 싶은 배우가 되기 위해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 하고 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데 괜히 관객분들 불안하게 할까봐 걱정됐어요. 저도 관객의 입장에서 공연을 보는데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관객을 불안하게 하면 이미 몰입을 못하게 되더라고요. 비싼 티켓을 사서 오는 분들인데 그러면 안되잖아요. '엘리자벳'을 마칠 때는 관객을 편안하게 보게 해주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네요."

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

[사진= 조정은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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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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