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서울대 출신 아나운서 오정연이 고개를 떨궜다. "삶의 당당한 주인공이 되겠다"고 다짐한 그의 후회와 희망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오정연은 23일 방송된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 '내가 바라는 나' 발표를 위해 펜을 들었다. 그는 이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한번 터진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오정연은 강단 위에 올라 "나는 내 삶의 당당한 주인공이 되고 싶다"며 "오로지 나만 생각하고 결정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가정 또는 사회가 바라는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택을 내린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고백했다.
울먹거리면서 말을 이은 오정연은 "20대를 투쟁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이제 나를 위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남의 시선보단 나를 사랑했으면 한다"고 학생들에게 전했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하고, KBS 32기 공채 아나운서로 활동한 오정연은 흔히 말하는 '엄친딸(엄마 친구 딸)'이다. 좋은 학교와 선망받는 직장을 갖고, 방송에서 이름을 알렸다. 배우 김태희와 활동한 서울대 스키부 이력까지 알려진 바 있다.
오정연은 남부럽지 않은 길을 걸어왔지만, 자신을 돌볼 시간은 없었던 것이다.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길목에서 다른 이들의 시선에 따라 발을 내디뎠다. '성공한 인생' 속에 정작 자신의 모습은 매만져지지 않았다.
미래를 꿈꾸는 학생 사이에서 오정연은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일반적인 기준을 따라온 것에 대해 눈물 흘렸다. '투쟁'이라는 표현처럼 하루하루를 경쟁과 압박 속에서 견뎌왔기 때문이다.
오정연의 눈물에 후회만 담긴 것은 아니다. 그가 학생들에게 "주체적인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말한 것은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하다. '배부른 소리'한다고 비난하는 다른 이들의 시선에도 오정연은 KBS 퇴사 등의 결정을 하며 자신을 위한 길을 찾고 있었다.
누구나 인생에 대해 후회하는 순간들은 찾아온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오정연은 '나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 오정연 ⓒ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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