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광주, 나유리 기자]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막상 은퇴식을 한다고 하니까 기분이 이상하네요. 조금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고."
1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경기. 번외로 조금 특별한 세리머니가 있었다. 바로 투수 유동훈과 포수 김상훈의 은퇴식이다. 두사람은 이미 지난해에 사실상 현역 생활을 정리하고 코치로서의 새출발을 준비하고 있었고, 조금 늦게나마 공식적인 은퇴식이 열리게 됐다. 메르스 공포 때문에 야구장의 관중이 꽤 줄었지만, 그래도 많은 팬들이 마지막까지 남아 유동훈, 김상훈의 작별 인사를 지켜봤다.
김상훈과 함께 자동차의 창문을 통과하는 독특한 시구를 준비중이던 유동훈은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가 신경쓰여 눈물도 안나올 것 같다"고 농담하며 "선수로서 내 점수는 60점이었지만, 120점짜리 코치가 되고 싶다. 이렇게 오랫동안 선수로 유니폼을 입을 줄 몰랐는데 정말 원 없이 던졌고, 원 없이 뛰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유동훈의 가족들도 은퇴식을 빛나기 위해 참석했다. 공식 시구는 유동훈의 아버지가 했고, 아내도 아들 민혁군의 손을 잡고 꽤 오랜만에 야구장에 발걸음을 했다.
이곳 저곳 뛰어다니며, 정신 없는 장난꾸러기 아들을 챙기느라 바쁜 유동훈의 아내는 "막상 은퇴식을 한다고하니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 이따가 눈물이 울컥 쏟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남편이 야구 선수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유는 '유명세' 때문이었다.
"예전 학교에 있을 때는 제가 유동훈 선수의 아내라는 것을 다들 알았어요. 그런데 그때 상처를 받았거든요. 남편이 야구를 잘하고, 못하고에 따라서 주위에서 저에게도 안좋은 소리를 할 때가 있어서….. 그래서 지금 다니는 학교로 옮긴 후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오늘도 혹시나 텔레비전 중계 카메라에 잡힐까 조금 걱정이에요."
그러나 남편의 은퇴식은 아내에게도 옛 추억을 회상하는 계기가 됐다. "저는 정말 야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어요. 조금 늦은 나이에 교대에 입학해서 방학때 소개팅을 했는데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만나기 시작했는데 한참 후에 사실은 자기가 야구 선수이고, 지금은 군 복무 중이라고 털어놓더라고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말랬는데 저는 야구를 전혀 몰라서 '이게 왜 비밀이지?' 싶었어요"라며 웃은 그는 "정말 둘 다 아무것도 가진게 없을 때 만나서 조용히 결혼했어요. 남편이 힘들었을 때도 봤고, 선수로서 가장 빛날 때도 지켜봤고 지금은 코치로서 지내는 모습도 모두 봤네요"라며 감회에 젖었다.
물론 야구 선수의 아내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동훈의 아내는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어떻게 그렇게 살았나 싶어요. 늘 경기를 하느라 필요할때 곁에 없는 건 예삿일이에요. 저는 교사라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 쉬는데, 남편은 월요일만 쉬니까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어요. 또 남편이 워낙 예민해서 잠이 깨지 않도록 방에는 늘 암막 커텐이 쳐있었고, 밥하는 소리가 시끄러울까봐 베란다에 밥솥을 놓고 밥을 하기도 했어요. 큰 소리가 나면 안되니까요. 또 저도 학교일을 하면서 남편의 아침밥을 꼬박꼬박 차려주고 뒷바라지를 하는게 참 힘들었죠. 아마 다시 태어난다면 야구 선수랑 결혼 안할 것 같아요"라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웃었다.
그래도 선수로서 인정받아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나는 남편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함께 묻어났다. "이제 선수가 아니라 코치가 되니 저의 마음은 조금 더 편하네요. 후배들에게 좋은 코치가 되주길 바랍니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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