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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줘서 고마워요" 우리는 '필 패밀리' [인터뷰]

기사입력 2015.06.12 07:00 / 기사수정 2015.06.12 00:22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광주, 나유리 기자] 여기저기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사람들이 묻는다. "저 애기가 필 딸래미 맞죠?", "필 아버지 아닌가요?" 광주에서 가장 유명한 외국인 가족 '필 패밀리'다.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은 '효자 외인'으로 불린다. 여기서 말하는 '효자'란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팀의 승리에 많은 기여를 하는 '효자'라는 의미 그리고 또 하나는 부모님에게 살뜰히 잘하는 '효자'다. 그리고 필은 두가지 의미 모두 다 해당되는 심성 고운 선수다.

몇몇 외국인 선수들은 가족들을 고국에 두고 홀로 한국에 와서 타지 생활을 하기도 하지만, 필은 아내인 칩 그리고 딸 킨리와 함께 광주에서 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광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낳은 킨리에게 광주는 고향이다. 

그런 필 부부와 천사처럼 예쁜 손녀딸 킨리를 보기 위해 반가운 손님이 한국을 찾았다. 바로 필의 아버지인 마이클 필과 어머니 켈리 필이다. 두사람은 지난 7일 인천 국제 공항을 통해 입국해 곧바로 광주에 왔다. 어머니인 켈리는 지난해 한차례 홀로 한국에 왔었지만 아버지의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9일부터 하루도 안거르고 KIA의 홈 경기를 보기 위해 챔피언스 필드를 찾고 있는 '필 패밀리'는 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또 넥센과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인 11일에는 아버지 마이클이 시구자로 나섰다. 킨리를 품에 안고 마운드 위에 올라간 마이클은 시포자인 아들 필을 향해 공을 뿌렸다. 필이 평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아버지는 마이너리그 투수 출신으로, 야구선수인 두 아들들에게 언제나 든든한 스승이다.

-한국 그리고 광주의 첫 인상은 어떤가.

켈리 : 나는 작년에도 왔었기 때문에 꽤 익숙하지만, 남편은 처음이라 아직 어색할 것이다. 광주는 언제나 재미있고 즐거운 인상으로 남아있다. 특히 나는 챔피언스 필드가 마음에 든다. 아름다운 야구장이다. 작년에도 외야 잔디밭(샌드파크)에 가서 산책 겸 걷기도 했다(웃음).

마이클 : 나도 이곳 야구장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에너지가 느껴진다. 

-며칠간 머무는 건가. 미국에 돌아가기 전에 다른 도시를 둘러볼 계획도 있나.

마이클 : 다음주 월요일에 돌아간다. 아쉽게도 매우 짧은 기간이라 서울이나 다른 곳을 둘러보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매일 이곳 야구장에 올 생각이다(웃음).


-작년에 필이 KBO리그에 가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어땠는지. 낯선 나라에서 뛰는 아들이 대견할 것 같다.

켈리 : 처음에는 당연히 걱정을 했다. 낯선 나라와 낯선 환경, 낯선 문화 그리고 낯선 음식에 적응해야 하니까 어려울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브렛이 생각보다 매우 잘하고 있어서 흐뭇하다. 브렛은 샌프란시스코에 있을 때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KIA에서는 매일 경기에 뛰면서 많은 기회를 얻었으니 우리로서는 더 행복한 일이다. 

마이클 : 브렛이 자랑스럽다. 이렇게 많은 팬들이 브렛의 이름을 넣은 노래를 불러주고 응원해주는 것을 TV가 아니라 실제로 들으니까 기분이 좋다. 야구는 꼭 메이저리그에서만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곳이든 행복하게 야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아버지 마이클은 야구 선수 출신으로 알고있다. 아들들에게 많은 조언을 해준다던데?

마이클 : (웃음)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진 않는다. 그냥 '항상 뛰라'고 말한다. 프로 선수는 그라운드 내에서 대충 걸어다니면 안된다. 아주 작고 세밀한 플레이를 할 때도 늘 뛰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프로다. 기술적인 조언은 많이 해주지 않는다. 아들들이 나보다 훨씬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필의 남동생은 현재 메츠의 투수 유망주인 타일러 필이다). 

-필이 한국에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켈리 : 안그래도 그 이유가 궁금했다. 왜 팬들이 브렛을 이토록 많이 사랑해주시는건가? (야구를 잘하고, 성격도 좋아서라고 답하자) 과분하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정말 고맙다.

-사실 필은 훈련과 경기 일정이 빡빡해 바쁠텐데, 아내인 칩은 어린 아기를 돌보느라 고생이 많을 것 같다.

칩 : 브렛은 휴식일과 밤 늦게를 빼고는 집에 오기 어렵다. 그래서 낮에는 주로 나 혼자 킨리를 돌보는데 시간을 쓴다. 다행히도 킨리는 브렛의 성격을 쏙 빼닮아서 아주 얌전하고 착한 아이다. 킨리가 크게 보채거나 돌보기 어렵지 않아서 키즈 카페도 가고 함께 산책도 한다. 하지만 킨리가 어리다보니 매일 경기장에 오지는 못하고 3연전 중 이틀 정도만 오고 있다.

-현재까지 필은 외국인 선수로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가정에서는 어떤 아들, 어떤 남편, 어떤 아빠일까.

마이클 : 브렛은 참 착한 아들이다. 어릴 때부터 성실했고, 가족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아이다. 

칩 : 브렛은 야구선수로서의 점수보다 남편으로서의 점수가 더 높은 것 같다. 야구보다 가정일을 더 잘한다. 남편은 늘 침착하고, 다정하고 또 착하다. 킨리에게도 잘해준다. 킨리가 나보다 남편의 성품을 닮아서 참 다행이다(웃음).

-팬들은 필이 영원히 한국에서 뛰길 바랄 수도 있지만, 가족의 입장에서는 반대를 원할 수도 있다. 타향 살이가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칩 : 가끔씩 미국이 그립기는 하다. 또 한국의 습한 날씨도 아직 적응을 못한 것 같다(웃음). 하지만 지내기에 좋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가족이 함께 지내다보니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어서 결코 나쁘지 않다.

켈리 : 우리는 미국의 남부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다. 필도 서부에서 태어나 쭉 자랐고 샌프란시스코에서만 뛰었다.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야구를 하는 것이 나에게도 큰 기쁨이다. 팬들에게 우리 브렛을 사랑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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