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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 종영③] 안판석·정성주, 두 장인이 빚어낸 명품 드라마

기사입력 2015.06.03 06:45 / 기사수정 2015.06.02 18:40

정희서 기자


[엑스포츠뉴스=정희서 기자] '풍문으로 들었소' 안판석 정성주 콤비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 2월 23일 첫 방송한 SBS '풍문으로 들었소'는 정성주 작가와 안판석PD가 다섯 번째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시작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두사람은 최진실, 손창민 주연의 '장미와 콩나물'(1999), 원미경 강석우 심혜진 주연의 '아줌마'(2001), '아내의 자격'(2012), 김희애 유아인의 '밀회'(2014)에서 호흡을 맞추며 '특급 콤비'로 명성을 날렸다.

지난 2011년 12월에 개국한 JTBC가 시청률 부진을 겪었을 당시, 두사람은 '아내의 자격'으로 5%대에 육박하는 유례없는 시청률 기록하며 '케이블 드라마' 흥행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밀회'로 재회한 두 사람은 화제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지난해 제50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연출상과 극본상을 받았다.

'아내의 자격'과 '밀회' 모두 '불륜'을 소재로 하지만, 그 누구도 두 작품을 막장이라 말하지 않았다. 자식 교육에만 몰두하던 강남 아줌마의 불륜을 통해 사교육 열풍으로 일그러진 국내 교육의 자화상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20세 연상연하 커플의 금기시된 사랑은 상류층의 허위허식과 클래식계 비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안판석 정성주 콤비는 1년 만에 '풍문으로 들었소'를 통해 지상파에서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자극적인 소재로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지상파 드라마들의 부진 속에서 두 거장의 만남이 활력을 불어넣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성공이었다. 문제의식이 살아있으면서 극적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 정성주 작가의 필력은 유치한 사랑 드라마에 싫증이 난 시청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다. 안판석 감독은 화려하면서 밀도 있는 연출로 정 작가의 대본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구멍 없는 연기력을 펼친 주조연의 활약도 한몫했다.

서봄 역으로 출연한 고아성은 "대사 하나하나에 감동한다. 애독하고 있다. 배우들이 고민해야할 부분을 책임지고 계신다. 흐름만 잘 짚고 있으면 연기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라고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드라마는 상류층의 위선과 모순을 유쾌하게 꼬집으며 정성주 안판석표 블랙 코미디의 새장을 열었다. 10대들의 혼전임신이란 파격적인 소재로 시작해 서봄(고아성 분)과 한인상(이준)의 결혼을 통해 사회 모든 계층에 만연한 고질적 병폐라고 여겨지는 '갑을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봤다. 찌질하기 그지 없는 갑과 갑의 싸움구경, 을이 자신보다 약한 병에게 갑질과 다를 바 없는 을질을 한다는 설정은 갑질이 만연한 사회에 한번쯤 고민해볼 만한 화두를 던졌다.


안판석 감독은 정 작가와의 호흡에 대해 "'작가형' 작가, '선생님형' 작가가 사라지고 '기획형' 작가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정성주 작가는 얼마 남지 않은 문학의 딸이다. 그 표현 역시 진부해졌다. 진정성 있게 쓰는 작가라고 표현하고 싶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이 자체가 그분의 장점이자 매력이다"라고 전했다.

두 사람은 오랜시간 쌓아온 신뢰와 호흡으로 만나는 족족 명작을 탄생시키고 있다. 거창한 표현으로 후배들에게 일갈하지 않아도 작품 자체로 드라마계에 귀감이 되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특급콤비'란 말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두 거장의 다음 작품을 벌써부터 만나보고 싶다.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사진 = '풍문으로 들었소' 안판석 정성주 콤비 ⓒ SBS]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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