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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와 비교한 한국 농구의 현주소

기사입력 2006.08.20 23:04 / 기사수정 2006.08.20 23:04

편집부 기자


약자는 당할 수밖에 없는 프로 스포츠의 냉혹한 현실. 지난 15일 날 벌어진 'WBC 2006' 미국 대 한국의 경기는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116-63, 53점 차 패배의 암담한 점수 차는 한국 농구의 현주소를 말해주고도 남았다. 46점차로 패한 중국을 위안 삼아 나름대로 선전을 주장하는 팬들도 있지만 결과는 너무 솔직했다. 

물론 농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약팀이 강팀에 더 철저히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축구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축구는 최강팀과 최약팀이 시합을 벌이더라도 3골 이상 점수 차가 나는 경우는 실제로 흔치않다.

특히 상당한 전력 차를 보이는 두 팀이라도 무승부 혹은 약자의 승리로 승부가 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게 축구다. 월드컵 역사상 1승도 거두지 못했던 한국 축구가 단숨에 4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2002년도를 상기해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축구는 세계 대회에서 이변의 역사를 걸어왔다.

지난 50년 브라질 월드컵은 월드컵 역사상 최대 이변을 연출해낸 대회로 꼽힌다. 당대 최강이었던 잉글랜드는 미국에 1:0으로 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당시 미국은 프로팀 한 팀만이 존재했을 정도로 축구 저변에 있어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 비교될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슈팅 수 20:1로 뒤졌던 미국은 결국 한 번의 슛을 성공시킴으로써 위대한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1:0으로 격파한 북한(당시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생소한 나라였다.)도 이변을 일으킨 대표적인 나라. 또 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알제리는 서독에 1:0 승리를 거두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얼마 전 막이 내린 독일 월드컵에서는 피파 랭킹 48위의 가나가 16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가나는 이 대회에서 피파 랭킹 2위(체코)와 5위(미국)를 연이어 물리치며 대이변을 연출해냈다. (사실 피파 랭킹의 신뢰성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가나의 선전은 분명 이변이었다.)

반면 농구는 어떠한가? 여태껏 중국, 한국이 미국을 꺾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가? 지난 36년 베를린 올림픽 때부터 04년 아테네 올림픽까지 아시아권 국가가 4강에 오른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약 70년간 미국, 유고, 프랑스, 소비에트 등 전통의 농구 강국들만이 세계 농구사를 장식했을 뿐이었다. 

아시아 최강이라고 자부하는 중국도 매번 10위권 전후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한국도 역대 최고 성적으로 48년 런던 올림픽에서 기록한 8위(3승 5패)가 고작이었다. 이처럼 아시아권과 세계와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고 그것은 전반적인 농구 저변의 격차로 발전했다.

지난 15일 미국전은 한국 대표팀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새로운 스타 김민수를 발굴했지만 한국 농구 역사상 유일한 NBA 선수인 하승진은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팬들을 아쉽게 했다.

또 한국팀은 많은 팬의 응원에도 불구,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 미국 대표팀의 기세에 눌려 제 실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타고난 운동 능력 차이를 탓하기 전에 한국팀의 정신력을 되돌아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타고난 신체적 조건이 경기력을 좌지우지하는 농구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아시아권 국가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특히 한국과 같은 협소한 시장에서 농구 붐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일조차 허황된 꿈일 수 있다. 한국 축구 절반 수준의 지원도 얻을 수 없다면 한국 농구의 무한한 발전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변 예감의 한국 농구’ 현재로서 팬들이 바라는 진정한 한국 농구의 모습일 것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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