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선발 6명이 모두 'QS'를 기록한 3연전. 타고투저의 시대에 분명히 던진 메시지가 있었다.
최근 몇 시즌간 KBO리그 최고 화두는 '타고투저'였다. 공격적으로 쳐서 점수를 많이 뽑고, 마지막까지 방망이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전개했다. 반면 마운드는 약해졌다. 투수 성적 부문 상위권은 모두 외국인 투수들이 차지하고, 토종 투수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압도적인 느낌을 주지 못했다. 또 신인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던 류현진처럼 걸출한 투수 신인을 보기도 어렵다.
어쩌면 그만큼 치열한 순위 싸움을 반증하는 결과일 수도 있다. 타고투저 시즌이 거듭되는 사이, 사실 삼성을 제외하고 중위권 싸움은 늘 마지막까지 오리무중이었다. 4강 진출 팀을 가리는 것이 정규 시즌 마지막 1~2경기에 결정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선발 투수가 조금이라도 흔들린다 싶으면 곧바로 불펜을 쏟아부어 어떻게든 승리를 챙기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대로 된 투수전'을 보기가 힘들다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선발 투수의 역할이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퀵후크(3실점 이하 선발 투수를 6이닝 미만 강판)'로 대표되는 투수 총력전을 거의 매일 볼 수 있다. 한 팀에서 한 경기에 5~6명의 투수를 쏟아붓는 것은 더이상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22일부터 24일까지 광주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주말 3연전은 흥미로운 맞대결이었다. 3일 동안 양팀의 선발 투수 6명이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숨 막히는 투수전을 전개했다.
비록 첫날 KIA의 불펜이 무너지며 경기 후반 대량 실점(7실점)을 했지만, 양팀 선발이었던 유창식, 윤성환은 6회까지 누구도 물러서지 않는 투수전을 전개했다. 두사람 모두에게 의미있는 경기였다. 윤성환은 그간 유독 강했던 KIA를 상대로 9이닝 8피안타 11탈삼진 1실점 완투승을 챙겼고, 트레이드 이적 이후 첫 선발 등판이었던 유창식은 6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다. KIA는 윤성환을 공략하지 못한 타선이 답답했을지는 몰라도, 유창식이 다시 한번 거물급 젊은 투수임을 스스로 입증했다는 사실 하나로 충분히 소득이 있는 경기였다.
남은 2경기는 1,2점 안에서 승부가 결정났다. 23일 경기에서는 양현종과 차우찬이 좌완 맞대결을 펼쳤다. 이날 양현종은 134구, 차우찬은 130개의 공을 각각 뿌렸다. 8회초까지 두사람 모두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투수전을 전개하는 동안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승-패로 갈렸을지는 몰라도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양현종과 차우찬이었다.
마지막 날은 외국인 투수들이 팽팽한 투수전을 치렀다. 클로이드와 스틴슨이 각각 6이닝 2실점, 스틴슨이 8이닝 무실점 호투로 양팀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클로이드는 투구 내용을 뜯어보면 숫자로 기록된 성적보다 더 좋았다. 6회말 브렛 필에게 얻어맞은 솔로 홈런이 클로이드에게 패전을 안겼으나 9개의 탈삼진을 빼앗으며 완벽한 위기 관리 능력을 재확인했다. 반면 스틴슨은 110개의 공을 던지며 완봉에 가까운 호투로 스스로 믿음을 쌓았다.
이번 삼성과 KIA의 주말 3연전은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 리그는 올 시즌에도 '스피드'를 강조하며 경기 시간 단축을 최대 목표 중 하나로 내세웠다. 정말 '스피디'한 경기를 볼 수 있는 지름길은 리그 전체 투수들의 수준 향상이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왼쪽부터)스틴슨-윤성환-양현종-차우찬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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