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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축구대표팀 발탁, 개운치 않은 뒷맛

기사입력 2005.05.11 05:58 / 기사수정 2005.05.11 05:58

편집부 기자

결국 박주영(20·FC서울)이 성인 대표팀 명단에 포함돼, 6월 3일과 9일 열리는 '죽음의 원정 2연전'에 합류하게 됐다. 비록 10일 발표된 대표팀 명단이 22명의 예비 엔트리지만, 최근 박주영의 활약과 지지도에 비춰볼 때 최종 엔트리에도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로써 박주영은 K-리그 개막전을 포함해 최대 3경기를 국내 프로리그에서 뛴 다음 성인 대표팀에 합류, 우즈벡-쿠웨이트로 이어지는 원정 2연전을 치른 후 다시 네덜란드로 이동, 청소년대표팀에 합류해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를 치르게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결국 성인대표팀에 승선한 박주영은 앞으로 험난한 일정과 더블어 성인 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을 오가며 '해결사' 노릇을 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동안 박주영에 대해 '좀 더 지켜보자'며 대표팀 발탁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던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은 자신의 휴가 기간동안 K-리그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며 '성인 무대'에서의 기량 점검을 마친 박주영에 대해 "1:1이 좋은 선수다" 라고 평하는 등, 전과 달리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 대표팀 발탁은 이미 며칠 전부터 기정 사실화되기도 했다.


축구협회의 '윈-윈' 전략 어떤 결과 가져올까?

사람은 큰 물에서 놀아야 하고, 한 단계 위 레벨에서 뛰어야 그만큼 성장도 빨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박주영은 그 만큼의 자질과 능력을 충분히 소유하고 있는 만큼, 그가 마음껏 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또한 축구협회가 해야 할 몫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이 영 개운치 못한 뒷 맛을 남기는 이유는 축구협회가 내 놓은 이른바 '윈-윈' 전략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지난 6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성인대표팀과 청소년대표팀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절충안을 만들기 위해 마라톤 회의를 했다. 그 결과, 두 대표팀에 동시에 발탁할 경우 22일 경기까지는 소속 리그에서 경기를 펼치고, 24일 대표팀을 소집을 한 뒤에 6월 3일과 9일 원정 두경기를 치르고, 청소년 대표팀에 소속한 선수들은 네덜란드 현지로 보낸다는 방안이었다. 또 15, 18, 22일에 열리는 K-리그 경기 출전도 허가하면서 구단과 대표팀 모두에게 불만이 없는 방안을 찾은 것이였다.


관건은 역시 체력

하지만 협회가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선의 결정이라고 믿었던 이번 절충안이 되려 박주영과 김진규(20·주빌로 이와타)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우선 대다수의 전문가들과 축구인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 체력 문제다. 박주영과 김진규가 아무리 혈기왕성한 약관의 나이라고는 하나, 불과 보름동안 3개국, 그 것도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닌 우즈벡-쿠웨이트-네덜란드로 이어지는 거리를 옮겨 다니며 중요한 일전을 치러내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이다.

원정지 간의 이동거리도 만만치 않아 시차 적응에만 애를 먹다가 실패할 확률도 적지 않다. 또 네덜란드에서 벌어지는 청소년선수권대회의 경우 한 경기가 아닌 최소 예선 3경기를 소화해야 하고,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게 된다면 더 많은 경기를 감내해야 한다.

박주영과 김진규는 아직 축구를 해온 시간이 짧기 때문에, 한 경기를 치르고 난 뒤의 회복은 빠를지 몰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체력을 안배하는 능력은 아무래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또 체력 컨디션이 한 번 무너지게 되면, 2~3일 정도의 짧은 시간으로는 정상적인 몸 상태로 다시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전체적인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어..

또한 성인대표팀과 청소년대표팀 중 어느 한쪽이라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따라올 부담과 여론의 압박도 무시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성인대표팀이 원정 2연전에서 승수 쌓기에 실패 하면서 본선 진출 결정을 최종전까지 끌고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 우리 대표팀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청소년대표팀도 나이지리아 브라질 스위스 등과 한조가 되어 만만치 않은 항해를 예고하고는 있지만, 우리 대표팀이 최강의 전력을 구축.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던 만큼, 예선에서 탈락할 경우, 그 비난의 화살은 축구협회가 피하기 어려울 뿐더러 박주영과 김진규도 심한 마음 고생을 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어차피 내려진 결론이지만, 이런 막중하고 무거운 짐을 박주영과 김진규 등 어린 선수들에게만 떠맡기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잘 이겨내고 헤쳐나가길 바라고만 있다는 것이 너무 무책임하고 가혹한 일이 아닐까 하는 자책마저 하게 된다. 부디 박주영과 김진규 두 어린 선수들이 앞으로 겪게 될 험난한 일정과 도전을 무사히 수행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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