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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배우는 김원섭, 그가 박수받는 이유

기사입력 2015.05.13 06:35 / 기사수정 2015.05.13 00:48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서른여덟살. 그러나 김원섭은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목동구장. 전날(8일) 약 한달여만에 1군에 복귀한 김원섭은 선발 출장을 대기하고 있었다. 경기를 한시간 앞두고, 그가 간단한 통역을 부탁하더니 외국인 타자 브렛 필에게 질문을 던졌다. "필. 타석에서 언제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둬?" 

김원섭의 질문을 받은 필은 특유의 수줍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히팅 포인트? 그때그때 다른데." "그러니까 너는 히팅 포인트를 왼발 앞에 둘 때가 어떤 상황인데?" 더 자세히 묻자 필도 사뭇 진지하게 답변을 했다. 볼카운트 별로, 상대 투수별로 다르다면서 가벼운 시범 동작도 선보였다. 말은 안통해도 야구는 어디에서나 통한다고, 김원섭은 이내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나보다 한참 동생이죠. 그래도 야구 잘하면 형님이니까요. 필이 워낙 잘하는 선수니까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요."

'필선생의 원포인트 레슨'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신기하게도 김원섭은 그날 경기 첫 타석에서 선제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자 2013년 이후 거의 2년여만에 터트린 보기 귀한 홈런포였다. 그러나 김원섭의 홈런은 경기 중반 이후 넥센에 역전 당하면서 빛이 바랬다. 

당사자는 "괜찮아요. 묻힐 수도 있는거지 뭐"하고 '쿨'하게 넘겼다. 오히려 미안해하는 쪽은 김기태 감독이었다. 다음날 더그아웃에서 마주한 김원섭에게 김기태 감독은 "미안하다. 홈런 나온 이후로 2~3점은 더 날 줄 알았는데 딱 1점 더 내고 끝이 나버렸다"고 껄껄 웃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1군에 돌아온 이후 김원섭은 꾸준히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12일 kt전에서는 2-2 동점에서 3-2 역전을 만드는 귀중한 1타점 적시타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올해 서른여덟살. 사실 김원섭은 올 시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잠재적 리빌딩까지 생각해야 하는 팀 사정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도 김원섭은 자신의 발전을 위해 치열한 혼자만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스윙을 작고 간결하게 가져가기 위해 타법도 교정했다. 타석에서 공을 기다릴때 들던 오른쪽 다리 각도를 이전보다 낮췄다.

빠른 발과 안정적인 수비, 선구안을 갖춘 교타자임에도 김원섭은 고질적인 체력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올 시즌에도 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좋았던 컨디션이 4월초부터 가파르게 떨어져 한달간 2군에서 기력 회복을 해야했다. 2013년과 14년에는 슬럼프까지 겹쳐 시즌당 채 50경기도 소화하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원섭은 여전히 팀의 주축 타자다. 그가 아직도 박수받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여전히' 배우는 자세에 있는 것 같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김원섭 ⓒ KIA 타이거즈]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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